(사진) 핀란드 헬싱키중앙도서관 ‘오디’의 내부 모습. 2019년 국제도서관협회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도서관으로 뽑혔다. 학교도서관저널 제공
[한겨레BOOK]
접근성 위해 지하철역 등에 만들어
주민들 만남의 장소로도 활용돼
19세기부터 도서관 운동 시작
“독서가 높은 정치의식으로 이어져”
모든 것은 도서관에서 시작되었다
북유럽 도서관과 복지국가의 비밀
윤송현 지음 l 학교도서관저널 l 1만6000원
스웨덴 스톡홀름 남부 호그달렌 지역 중심부에 있는 전철역 2층에는 스톡홀름시립도서관의 분관인 호그달렌도서관이 자리잡고 있다. 개찰구 옆에 있는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바로 도서관으로 이어진다. 스톡홀름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세르겔광장에는 쿨투어후셋이라는 문화공간이 있다. 이 안에는 공연장과 전시공간뿐 아니라 도서관이 6개나 들어서 있다. 일반인을 위한 도서관, 어린이 전용 도서관, 10~13살 청소년을 위한 티오트레톤, 14살 이상 청소년을 위한 라바, 만화도서관, 음악영상도서관이 그것이다. 스톡홀름 북쪽 시스타역 근처에 있는 대규모의 갤러리아쇼핑몰은 2층이 전부 공공도서관이다. 쇼핑몰을 찾는 고객들은 도서관도 함께 이용한다.
<모든 것은 도서관에서 시작되었다>는 북유럽 도서관 탐방기다. 청주에서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며 도서관 운동을 하고 있는 지은이는 2015년부터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등 북유럽 나라들의 도서관 80여곳을 방문했다.
북유럽은 도서관의 나라다. 인구 70만 명인 스톡홀름에는 공공도서관이 43개나 있다. 핀란드 헬싱키는 인구 100만 명 정도의 생활권 안에 공공도서관 71개가 있다. 지은이가 북유럽 도서관들에서 발견한 특징 중 하나는 도서관이 마을 중심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시설이라도 일상생활 동선에서 먼 곳에 있으면 찾지 않게 된다는 점을 감안해, 주민들이 가장 많이 왕래하는 대중교통 요충지나 쇼핑센터 같은 곳에 도서관을 짓는다. 그 결과 주민들은 수시로 도서관을 드나들게 된다. 출퇴근 시간에는 직장인들이, 오전 시간에는 아이를 동반한 부모들과 노인들이, 오후에는 학교를 마친 학생들이 방문한다.
또 하나 특징은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빌려주는 곳을 넘어 ‘만남의 장소’로도 활용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입지와 함께 내부 공간 구조도 세심하게 설계된다. 도서관 1층에 카페, 정기간행물 코너, 컴퓨터 등을 배치해 사람들이 머물게 하고, 독서모임, 디지털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사람들이 모이게 한다. 3D프린터 등을 이용해 무언가를 만드는 공간인 ‘메이커스페이스’, 놀이터처럼 꾸민 어린이 코너, 청소년들을 위한 게임룸 등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북유럽에서 도서관을 중시하는 문화는 최근에 형성된 것이 아니다. 19세기 시작된 근대화 과정에서 북유럽의 사회운동가, 노동조합 활동가 들은 학습과 교육을 운동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이를 위해 독서 모임을 조직하고 도서관을 만들기 시작했다. 스웨덴에서는 노동조합이 노동도서관을 설치해 운영했다. 1930년대 이후에는 법이 제정돼 공공도서관에 대한 정부 지원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 1980년대부터는 지방자치단체마다 오래된 도서관을 도심으로 옮겨 새로 짓기 시작했다.
지은이는 북유럽의 토론과 타협을 중시하는 정치문화의 기저에는 성숙한 정치의식과 시민의식이 있고, 그 바탕에는 국민들의 풍부한 독서와 문해력이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이 발달된 도서관 서비스다. “북유럽이 짧은 기간에 복지국가로 발전하고, 어려움 속에서 복지국가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도서관에서 길러진 높은 시민의식의 힘” 때문이라고 지은이는 강조한다.
- 한겨레신문 2022.02.19 안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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