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2-12-05 10:58
독서·활자문화 살릴 공약 왜 안 보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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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래도 되는 건지 의아해하는 유권자가 적지 않다. 대선 후보들의 문화예술 분야 정책 공약이 여태 빈 수레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투표일까지 이제 불과 2주일 남았다. 박근혜 후보 캠프 홈페이지에 실린 공약들을 눈 씻고 살펴봐도 문화예술에 대한 깊이 있는 인식은 찾아보기 힘들다. 문재인 후보의 ‘10대 공약’에는 ‘문화·예술·관광산업 등을 창조적 성장동력으로 견인하겠다’는 원론적 문구만 올라 있다. 후보 주변의 그 많은 시인·소설가 멘토단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문화예술을 장식품쯤으로 낮춰 보거나 공약해 봤자 득표에 별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는 증거로 여길 수밖에 없다.
우리는 특히 독서·활자 문화에 대한 후보들의 비전과 약속을 기대해 왔다. 지하철을 타도 책 읽는 승객은 없고 온통 스마트폰으로 검색·게임만 하는 풍토를 지적하고, 출판산업을 반드시 부흥시키겠다는 각오를 보여주길 바랐다. 오죽하면 대한출판문화협회·한국출판인회의 등이 지난달 ‘책 읽는 나라 만들기 국민연대회의’라는 모임까지 만들고 대선 후보들의 독서 진흥 공약 제시를 촉구했겠는가.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를 ‘독서의 해’로 정하고 출판문화산업 진흥 5개년 계획도 발표했다지만, 책 읽는 비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우리 국민의 연간 독서량은 겨우 0.8권. 유엔 191개국 중 166위로 후진국 중의 후진국 신세다. 미국 6.6권, 일본 6.1권과는 비교하기조차 창피하다. 신간 서적 발행부수도 재작년의 1억200만 부가 지난해엔 1억 부로 떨어졌다. 서적 출판업 매출액은 2007년부터 매년 평균 2.4%씩 줄고 있고, 덩달아 종사자 수도 감소 추세다. 박근혜·문재인 후보는 이런 불길한 흐름을 단순히 일개 산업 분야의 성쇠(盛衰) 정도로 안이하게 취급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정말 심각한 상황이다.
영국이 일찌감치 ‘북 스타트’ 운동을 시작하고 미국은 ‘읽기 진흥법’, 일본은 ‘문자·활자문화 진흥법’을 각각 제정해 독서율 신장과 출판·신문업계 지원에 나선 것은 독서를 국민 행복과 국가 발전의 핵심 요소로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도 2007년 뒤늦게 독서문화진흥법이 시행됐지만, 실제 운용 과정에서는 눈에 띄는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 일본만 해도 일반 단행본은 물론 신문도 교실마다 5~6종씩 비치해 학생들에게 읽히고 있지 않은가.
정보 취득 측면만 보더라도 인터넷은 결코 만능이 아니다. 종이책이 종합적이고 깊이 있는 사고를 기르는 반면, 인터넷은 단속적인 스타카토 사고와 실제 현실에 둔감한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을 조장한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다. 게다가 출판은 문화콘텐트 산업 전반의 젖줄 역할을 하는 원천(源泉)산업 특성이 뚜렷한 분야다. 대선 후보들은 지금이라도 독서·활자문화 진흥에 대한 소신을 밝히고 대통령이 되면 추진할 정책을 제시하기 바란다. 기본적인 문제의식조차 없이 입으로만 문화강국, 지식강국을 외치는 지도자를 국민은 원하지 않는다.
- 중앙일보 2012.12.05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aid/2012/12/05/9690328.html?cloc=olink|article|defa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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