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02-21 16:29
‘독서권’ 높일 문화대통령 기대한다
출판문화는 국민의 행복과 국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그동안 국가의 문화 지원 정책에서 모든 문화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출판문화산업은 소외돼 왔다.

출판문화산업은 지식기반사회 발전의 성장판 역할을 하는 핵심 콘텐츠 산업이다. 출판문화산업은 약 20조 원에 이르는 높은 매출을 이루며, 산업 종사자는 20여만 명에 이른다.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 규모에서 출판문화사업이 영화·음악·게임 등 다른 문화산업에 비해 월등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문화산업의 정부기금은 평균 5700억 원에 이르는데 비해 출판진흥기금은 전무한 게 현실이다. 정부의 출판산업 예산 역시 다른 문화산업 분야에 비해 턱없이 적은 연간 20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국민의 독서율은 10년 전보다 20%, 공공도서관 이용률은 11% 감소했으며, 가계 서적 구입비도 월 2만570원으로 8년 전에 비해 22%가 줄어든 안타까운 상황이다. 출판문화산업뿐만 아니라 지식·정보·교육 생태계 전반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위태로운 상황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20일 “과학기술과 창의성에 기반한 창조경제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대선 때에도 창조경제를 통한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정보·통신(IT), 문화, 콘텐츠, 서비스 산업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할 것을 공약으로 밝히면서 콘텐츠 융합시대를 선언한 만큼 기대가 크다. 모든 콘텐츠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출판문화산업에 대한 정책 대안이 시급히 강구될 수 있도록 살펴주기를 기대한다.

또한 국민의 지적 능력이 확대되고 출판문화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공공도서관이 증설되고 도서관의 구비 도서가 다양해져야 한다.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은 불과 786개로 국민 10만 명당 1.2개에 불과하다. 세계 문화 선진국은 물론 중국, 러시아, 멕시코보다도 저조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의 자료 구입비는 국민 1인당 1338원밖에 되지 않는다. 이 역시 미국 4818원, 일본 3180원, 프랑스 3024원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사회적인 독서 장려책으로 동네 도서관이 많아져야 하고 다양한 도서 구비에 실질적인 예산이 쓰여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국민 모두가 누려야 할 보편적 독서권을 실현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공공도서관 증설과 도서 구입 재정 확대! 국민 모두가 누려야 할 보편적 복지 중 하나인 독서권 보장과 국민의 지식 정보 격차 해소, 소외계층의 문화복지 실현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이 구축되도록 박 당선인이 힘써주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다양한 도서의 출판과 유통을 안정시킬 수 있고, 저자·독자·서점이 상생하는 출판문화산업 환경 조성을 위한 도서정가제 확립을 위해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

21세기는 지식 경쟁력과 문화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지금 모든 과학기술은 인문적 상상력을 현실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고, 우리의 풍성한 문화유산은 한류(韓流)라는 꽃으로 피어나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이러한 지식 경쟁력과 문화 경쟁력의 기초가 바로 책이다. 자라나는 세대들이 책을 읽으면서 꿈을 키워나갈 때 우리는 희망찬 국가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자라난 젊은이들은 앞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한국의 지식문화를 뽐내면서 국가의 위상을 드높일 것이며, 대한민국은 세계의 문화를 선도하는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어린아이부터 팔순 노인까지 모두가 책을 사랑하는 사회, 책이 보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쉽게 책을 볼 수 있는 사회, 새 대통령의 시대가 그런 아름다운 시대가 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박은주/한국출판인회의 회장, 김영사 대표

- 문화일보 2013.02.21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302210103313719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