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1-08-28 21:22
일반문헌자료와 아카이브의 차이
송미숙 / 동아시아문화학회 회장, 성신여대 명예교수

미술사연구에서 필수적인 것이 자료 수집이다. 최근 국내 미술사 가들의 저변인구가 확충되고 그들의 활동이 활발해 지면서 자료에 대한 인식도 상당히 향상되어 이전까지 간과되어왔던 한국근현대 미술자료 수집과 연구가 이제는 본궤도에 올랐다는 느낌이다. 김달진 자료박물관이 생기고 그보다 앞서 삼성 리움 미술관에서는 자료수집의 대부인 이구열선생의 자료를 기증받아 이를 정리, 분류하여 한국미술기록보존소가 발족했다. 자료연구가 박사학위논문의 주제가 되기도 했다 (김미경). 이들의 노력은 상당한 반향을 가져와 이제 자료 수집은 한국근현대미술연구에 필수적인 항목으로 자리 잡았고 자료 수집에 대한 연구와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도 자료와 아카이브 수집을 서울 관 개관과 더불어 주요 콘텐츠 혹은 운영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켜 갈 계획으로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원래는 민속학, 인류학연구의 자료수집방법의 일환으로 기용되었던 구술채록도 최근 미술을 포함한 예술사 자료수집의 일환으로 도입되고 있다.

이렇듯 본격적으로 시작된 자료수집과 관련해 그 동안 느껴왔던 몇 가지 병행되어야 할 요소들을 짚어 보고자 한다. 자료와 관련, 요즘 항간에 잘 쓰는 말 중 아카이브 archive(s) 란 용어가 있다. 그 쓰임새도 다양하여 오용되고 있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조형 아카이브,’ 혹은 작가들과의 인터뷰모음도 아카이브란 표제로 발표, 출판된다. 참고로 위키피디아 wikipedia 백과사전에 의하면 아카이브란 역사적 기록 historical records 의 수집, 혹은 그것을 보관하는 장소를 일컫는다. 아울러 아카이브란 한 개인의 생애 혹은 어떤 조직체의 총체적 역사를 통해 축적된 일차자료 primary source 문서를 포함한다. 일반적으로 아카이브란 지속적인 문화적, 역사적, 증거의 구성요소를 갖춘 가치로 인해 영구적 혹은 장기적 보존을 위해 선별된 기록들로 구성된다. 아카이브 자료들은 수많은 똑같은 본들이 존재하는 책이나 잡지들과는 달리 보통 출판되지 않으며 거의 항상 유일무이하다. 따라서 아카이브는 그 수집이 도서관 건물 안에 있다 할지라도 기능이나 구성에 관한한 도서관과 분명히 식별된다. 아카이브에서 일하는 사람을 가르켜 아카이비스트 archivist 라 칭하며 아카이브 정보와 자료를 구성하고 보존하며 접근방법을 연구 실행하는 과학을 가르켜 아카이벌 사이언스라 부른다. 흔히 아카이비스트는 아카이브(복수형 archives) 란 용어를 선호하는데 이는 동사 혹은 명사로서 아카이브 (단수형 archive)란 용어가 컴퓨터 과학과 연결되어 쓰임새가 확대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카이브 1, 2차 자료의 구분

위의 사전적 의미에서 알 수 있듯이 아카이브란 데이터베이스로 소통되고 출판될 수 있는 성격의 자료가 아니며 그러한 의미에서 미술가의 작품과 같이 취급된다. 일반적으로 아카이벌 자료는 프랑스의 archives nationales 같이 정부기관에서 관리하며 연구자는 그곳을 가야 자료를 볼 수 있고 그런 이유 때문에 문서자료와 그곳을 보관하는 장소가 동의어로 쓰인다. 문서/문헌 자료 sources/documents 는 여러 등급으로 분류되며 크게는 두 가지로 대별된다. 아카이브와 관련 언급한 일차자료는 작품, 작가가 직접 쓴 오토그라프 autographs, 즉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케치북, 들라크루아 혹은 판 고흐의 일기, 서한들, 작가의 출생/사망확인문서, 때로는 작품구입 시 지불된 지불명세서도 포함된다. 일차자료와 구분되는 것이 이차자료 secondary source 로서 여기에는 일차자료들에 대한 가치, 자료들 간의 비교분석과 연구서, 전시회도록/리플렛들 monograph/catalogues, 신문기사, 비평들이 속한다.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자료수집 작업 중 구술채록은 일차, 이차자료에 대한 철저한 사전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주의와 객관적 성찰이 요구된다. 글로 쓰여진, 혹은 입으로 말해진 문헌이나 문서보다도 중요한 자료는 작품자체란 사실을 간과하지 말해야 할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자료수집을 포함한 미술사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작가의 작품 카탈로그 레조네 catalogue raisonne일 것이다.

- 서울아트가이드 2010.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