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11-16 10:58
[Tour holic] 꿈속에서나 가본듯한 상상초월 `이색 도서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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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남` 아니, `반전 도서관`이 뜨고 있다. 책이나 빌리고 공부나 하는 도서관쯤은 잊어 주시라. 전통 한옥형 `트랜스포머 도서관`쯤은 애교다. 아예 컨테이너 박스 두 개를 가져다 놓고 능글맞게 도서관이라고 큰소리치는 곳도 있고, 책이 아니라 사람을 떡하니 빌려주는 `휴먼북`으로 대박 난 초특급 반전도 있다. 도서관의 반전, 이거 꽤나 드라마틱하다. 늦가을 독서의 계절에 그 반전의 맛을 한번 느껴 보시라.

이번 반전 장난 아니다. 컨테이너 박스가 통째로 도서관으로 변신했다면 믿어지시는가. 낙성대공원 한복판에 빨간 컨테이너 박스가 놓여 있는데 이게 도서관이다.

가로 12m, 세로 3m, 폭 2.6m짜리 일반 컨테이너 두 개를 갖다 놓고 뚝딱 만들어 놓은 이 도서관, 공공미술작가 배영환 씨가 직접 디자인한 일종의 설치미술이다. 컨테이너 박스 도서관이라고 우습게 봤다간 큰코다친다.

에세이, 여행 도서 등 도서 3000여 권이 비치돼 있고, 심지어 다른 한 칸은 10석 규모 열람실로 쓴다. 압권은 통유리. 옆면 한쪽 전체를 통유리로 터놓아 시야가 탁 트인 구조가 끝내준다.

인근 관악산 등산로 초입에도 반전 도서관이 하나 있다. 2008년 녹지관리 초소를 개조해 아예 오두막 도서관으로 바꾼 이곳엔 어린이 관련 도서와 환경도서 약 2000권이 비치돼 있다.

`최고 반전`은 책이 아니라 `사람`을 빌려주는 도서관이다. 상상 초월 `사람책(Human Bookㆍ휴먼북)`을 빌려주는 도서관은 서울 노원구 노원휴먼라이브러리(노원정보도서관).

책이나 사람이나 정보 전달 수단이라는 점에 착안한 놀라운 반전이다. 이곳엔 시사평론가, 학교장, 무형문화재, 의사, 간호사, 여행가, 주부 등 각계각층 전문가와 지식인 등 200여 명의 `휴먼북`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사람책 보는 방법이 궁금하시다고? 문의를 하면 정보도서관에서 미팅을 잡아준다. 미팅 장소는 정보도서관 지하 1층 간이 카페. 여기에서 휴먼북에 등록된 전문가를 직접 만나 차담을 나누면서 살아 있는 지식을 얻는 방식이다.

가장 인기 있는 책, 아니 사람 중 한 분은 `심마니` 전병달 씨. 노원구 공무원이기도 한 전씨는 20년 넘게 전국 산을 다니며 산삼과 약초를 취미 삼아 캐온 산삼 전문가다.

심마니의 기본정신(산과 자연에 대한 예의)부터 `무루미를 다부린다(밥을 먹는다는 심마니 용어)` 같은 심마니들만의 은어까지 다양한 정보를 들어볼 수 있다.

▶휴먼북 이용법 : 본인 스스로 휴먼북이 되고 싶거나 휴먼북을 이용하고 싶다면 노원정보도서관 홈페이지(www.nowonlib.kr)를 통해 신청하거나 전화(02-950-0050)로 문의하면 된다.

■ 한옥집 대문 열면 어린이 책세상…대청마루 누워 흥얼흥얼…주말엔 볏집공예 체험 까르르

세상에, 이게 뭘까. 분명 삐걱거리는 전통 한옥 나무대문을 양 옆으로 활짝 밀치고 들어왔는데, 그 속이 첨단 도서관이다. 아니다, 다시 보니 한옥이다. 한옥과 첨단 도서관의 하이브리드(퓨전)라니.

이곳은 서울 구로구 글마루 한옥 어린이도서관. 도서관 하면 으레 떠오르는 구닥다리 의자와 책상은 찾아볼 수 없다.

대신 대청마루에 아이들이 삼삼오오 대자로 누워 흥얼흥얼하며 책을 읽고 있다.

무늬만 한옥이 아니다. 나라가 주는 `올해의 한옥상 준공 부문상`까지 수상했으니, 내ㆍ외관까지 완벽한 한옥이다. 도서관 전체는 이원화된 구조다. 언제든 책을 볼 수 있는 `지식나눔방`의 주동(향서관)이 있고, 하늘이 탁 트인 한옥의 `ㅁ자형` 마당을 지나면 옛 서당 형태 대별동(성학당)이 보인다. 대별동도 재미있다. 훈장님이 직접 나오시고, 체험학습 형태로 아이들에게 "하늘 천 따 지…" 천자문을 가르쳐 주신다.

단순히 독서만 즐긴다면 밋밋할 터. 당연히 반전이 숨어 있다. 전통 한옥이 도서관인 것도 반전인데, 또 하나의 반전은 주말 체험 프로그램. 연간 진행되는 `전 세계 하나밖에 없는 연필 만들기`뿐 아니라 △북아트로 배우는 우리 문화 △볏짚공예 △열두 달 세시풍속처럼 전통문화를 몸소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이쯤에서 놀라긴 이르다. 이번 반전, 한술 더 뜬다. 캠핑장이 도서관으로 둔갑한 거다. 장소는 충북 충주 동량면 맥타가트 도서관. 산골 폐교를 캠핑장 겸 도서관으로 개조한 게 압권이다.

앞쪽 잔디밭은 캠핑장으로 쓰고, 2층짜리 폐교는 전체를 도서관으로 쓴다. 교실 2층을 국내 유명 화가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로 쓴다는 것도 이색적이다.캠핑장 옆에는 소와 닭이 뛰어노는 `미니 동물원`까지 있으니 아이들, 홀딱 반한다. 꼭 한번 가보시라.

▶찾아가는 법 : 구로구 글마루 한옥 도서관(02-2611-1543) 주소는 서울 구로구 개봉동 105-24다. 맥타가트 도서관은 충북 충주 동량면 손동리 336. 1박에 3만원(전기사용료 포함)씩 캠핑비를 내면 된다.

[신익수 기자]
매일경제 2013.11.16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