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11-21 16:26
화재로 소실된 古문서 도서관 복원에 ‘20년 대장정’ 프랑스 ‘문화재 보존·복원’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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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내 자리한 국립박물관문화재복원연구센터에서는 가구 아티장(장인)들이 마리 앙투아네트의 가구를 손질 중이었다. 카롤린 토마스 학예사가 이 가구의 복원처리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03년 1월 1일 프랑스 동북부 로렌지역에 자리한 고문서도서관 샤토 드 뤼네빌(Chateau de Luneville)은 화재로 건물의 70%를 소실했다.

18세기 한 영주의 성이었던 이 건물은 방대한 양의 고문서와 조각, 회화작품 등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당대의 다양한 건축 기법이 녹아 있어 역사·문화적으로 매우 중요한 건물이었다. 화재 후 연구기간만 1년. 2004년 복원을 위한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되었고, 공사는 2006년 시작됐다. 복원완료 예정은 2023년. 화재로 소실된 날부터 복원까지 꼬박 20년이 걸리는 셈이다.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파리 1대학 문화재 보존·복원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정수희 씨에 따르면, 그마저도 기약할 수 없다. 그렇다면 문화강국 프랑스가 고성 복원에 기술문제로 20년씩 걸리는 이유는 뭘까. 바로 ‘복원 윤리’에 대한 첨예한 고민 때문이다.

◆세브르박물관의 도자기 복원은 ‘300년 사업’= 실제로 프랑스 현지에서 만난 문화재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복원 윤리’를 강조했다. 현장에서 직접 유물을 복원하는 장인들부터 교육기관 관계자 그리고 문화부 출신의 행정가까지 ‘문화재 보존 복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한결같은 대답을 했다. 감쪽같이 새것으로 만드는 기술보다는 문화재가 지닌 역사성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를 가장 많이 고민한다는 것. 이는 지난한 작업이다. 따라서 수백, 수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유물일수록 복원·보존 처리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게 당연하다. 특히 ‘문화유산은 석유와도 같다’고 여기는 프랑스에선 더욱 그러하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방문한 국립세브르도자기요업소(manufacture nationale de Sevres·세브르)는 현재 남아 있는 세계 유일의 관요(왕실용 도자기를 구워내기 위해 정부에서 직영 관리했던 가마)이다. 1740년 사설 공방으로 시작한 이곳은 루이 15세의 정부였던 마담 퐁파두르의 지시로 관요로 승격되었는데, 제2차 세계대전 때 영국의 폭격으로 약 8000점의 자기를 소실했다. 전후 지금까지 60여 년 동안 소실된 도자기를 복원 중이다. 수장고에 있는 아시아 유물 3000점(한국 유물 250여 점)의 데이터 구축 작업까지 포함해 총 복원기간을 300년으로 잡고 있다고 한다.

베로니크 밀랑드 세브르 도자기복원 총책임자는 “10∼100년 후에 ‘잘못된 복원 사례’가 되지 않도록 매우 신중하게 복원 작업에 임해야 한다”고 전했다.

◆앙투아네트 가구에서 떨어진 꽃문양, 반드시 복원해야 할까?= 기술에 앞서 첨예하게 역사성을 고려하는 프랑스식 문화재 복원 방식은 지난 15일 방문한 국립박물관문화재복원연구센터(Centre de recherche et de restauration des musees de France·복원센터)에서 더욱 뚜렷하게 엿볼 수 있었다.

루브르 박물관 내 복원센터에서는 이날 루이 16세의 아내, 마리 앙투아네트가 사용한 18세기 가구를 손질하는 장인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다. 루브르가 2014년 특별전시에 앞서 복원 처리를 의뢰한 이 가구는 전체적으로 옻칠이 되어 있고, 테두리에 나전칠기 꽃문양을 두르고 있었다. 복원센터 측은 이 가구가 17세기 일본에서 제작된 후 프랑스로 건너와 앙투와네트 용으로 디자인을 고쳤다고 추정했다. 소피 레페르 복원센터 홍보담당자는 “광택을 잃은 부분엔 다시 옻칠을 하고, 탈락된 나전칠기 꽃문양 장식은 그대로 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복원센터의 회화 공방에선 가로 3.5m, 세로 2m에 이르는 거대한 베첼리오 티치아노의 그림이 복원되고 있었다. 16세기 스페인 왕족이 티치아노에게 의뢰했다는 ‘비너스와 파르도’. 2010년 복원센터에 들어온 이 그림은 당시 변색이 심해 전체적으로 노란색을 띠었다. 현재 70% 이상 본래의 색을 되찾았지만, 앞으로 3년 이상 복원기간이 더 소요될 예정. 그림은 공방에 들어오기 전 이미 5년 이상 자료 조사 등의 연구과정을 거쳤다. 그림 한 점의 복원 기간이 10년을 넘어서는 셈이다. 부실공사로 최근 대대적인 점검에 들어간 대한민국 국보 1호 숭례문은 2008년 화재 후 5년 만에 완공됐다.
프랑스 파리 = 글·사진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 문화일보 2013.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