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4-09 09:47
한국동화가 英베스트셀러…`한국 주빈국` 런던 도서전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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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이 베스트셀러라니 어리둥절합니다. 서점에서 제 눈으로 봐야 믿겠어요. 6일 케임브리지에서 영국 독자들을 먼저 만났는데 `관계의 상징성` 같은 깊이 있는 질문에 큰 인상을 받았습니다."(황선미)

한국이 주빈국(Market Focus)으로 참석하는 제43회 런던 도서전은 개막 전부터 낭보가 들려왔다.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이 지난달 30일 영국 대형 서점 포일스의 런던 워털루점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1위에 깜짝 등장했다. 영국은 각 서점마다 베스트셀러 집계를 한다는 걸 감안해도 한국 출판물 불모지인 유럽에서 거둔 의미 있는 기록이다. 6일 또 다른 대형서점 워터스톤 트라팔가광장점에는 이정명의 `인베스티게이션`(원제 `별을 스치는 바람`)이 소설 베스트셀러 코너에 오르기도 했다.

이러한 훈풍 속에 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얼스코트 전시장에서 런던 도서전이 개막했다. 10일까지 열리는 런던 도서전은 국제도서전 중 저작권 교류가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출판계 `큰 장`이다. 올해는 61개국 1500여 출판사와 114개국 출판인 2만5000여 명이 참가한다.

한국은 주빈국으로서 516㎡ 규모에 이르는 널찍한 전시 부스를 마련해 `마음을 여는 책, 미래를 여는 문`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8일 오전 한국 주빈국관 개막식에는 잭스 토머스 조직위원장, 헬렌 그랜트 영국 문화부 차관, 리처드 몰렛 영국 출판협회장 등 국내외 출판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마켓포커스 참가를 통해 한국의 다양한 출판물을 전 세계에 소개해 우리 생각과 문화를 나누고자 한다"고 말했다.

런던 도서전 주빈국 참가는 그동안 한국 도서 수출이 아시아에 편중됐던 한계를 깨고, 유럽 중심부에서 새로운 출판 한류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무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영국은 2012년 출판시장 규모가 33억 파운드(약 5조7000억원)에 달하는 독일에 이어 유럽 두 번째 출판대국. 특히 전자책 시장점유율이 12%에 달할 만큼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관에는 웹툰 홍보관, 비즈니스관, 전자출판관 등 부스를 마련했고, 작가 특별전, 한국 근대 문학 특별전, 아동 디지털 원화 전시 등 행사가 열린다. 교원, 예림당 등을 비롯한 출판사 10곳과 아이포트폴리오 등 전자출판업체, 웹툰 관련 업체 등 25개사도 부스를 마련했다.

올해는 특별히 황석영, 이문열, 이승우, 신경숙, 김혜순, 김인숙, 김영하, 황선미, 한강, 윤태호 등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10명이 총출동했다. 황선미 작가는 도서전이 열리는 사흘 동안 하루 한 명씩 선정되는 `오늘의 작가`로 9일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은 `작가주의`를 앞세워 영국 내에 한국 문학 인지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작가들은 가디언, 텔레그래프, BBC 라디오 등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런던 케임브리지 에든버러 등 4개 도시에서 독자들과 만난다.

코티나 버틀러 영국 문화원 문학 디렉터는 "영국 내에서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황선미 `마당을 나온 암탉`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독자들이 보편적인 주제에 독자들이 많이 공감을 한 것 같다"면서 "특별한 역사의식이 녹아든 한국 문학은 `한`의 정서 같은 독특한 세계관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이문열 작가는 "유럽은 제3세계 문학에 상당히 인색하다.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게 먼저다. 나라의 힘과 문화의 힘이 커지면 문학에 대한 관심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6월 3일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영미권 출간을 앞둔 신경숙 작가는 "영어권에서 외국 문학이 성공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 같은 어려움이 있는데 두 번째 책이 영어권에서 어떤 반응일까 궁금하다"고 말했다

[런던 = 김슬기 기자]

- 매일경제 201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