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4-10 10:31
런던도서전이 주목한 윤태호 "그는 가장 획기적인 웹툰 작가"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4/10/2014041000094.htm… [446]
"웹툰은 한국에서 뜬 새로운 현상… 곧 런던 지하철서 보게 될 것"
윤태호 "순문학보다 해외진출 쉬워"

미생 책 사진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가한 올해 영국 런던도서전 한국관에서 가장 붐비는 곳은 웹툰 갤러리다. 이곳에서도 웹툰 작가 윤태호(45)는 '획기적(ground-breaking)'이라는 평을 듣는다.

윤태호가 8일 밤(한국 시각 9일) 런던 한국문화원에서 '웹툰: 한국 디지털 만화의 새 트렌드'라는 주제로 연 독자와의 만남에는 200여명이 몰리며 좌석이 모자랄 만큼 붐볐다. 사회자는 웹툰에 대해 "한국에서 '이륙(take off)'한 새로운 현상"이라는 말부터 꺼냈다. 출판 만화는 소수 편집자의 안목을 이겨내지 못하면 연재 기회가 없다. 하지만 웹툰은 진입 문턱이 낮고 훨씬 다양한 독자를 만날 수 있으며 다른 매체로의 전환도 쉽다. 그가 포털 사이트에 연재한 '이끼'는 강우석 감독이 영화로 옮겨 흥행했고 '미생〈사진〉'은 종이책으로 나와 50만부 넘게 팔렸다. 윤태호는 "샐러리맨이 주인공인 '미생'의 경우 독자 수천 명이 달아준 댓글을 작품 뉘앙스에 반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 참가자는 "런던 지하철에도 와이파이(wifi)가 터지면 웹툰이 무료 신문을 밀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태호는 "웹툰의 성공 바탕에는 디지털 기기의 발달, 한국인의 바쁜 삶, 그들을 붙잡아야 하는 백화점식 포털 사이트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재 형식 못지않게 작품 세계에도 관심을 보였다. 한 참석자가 '이끼'와 '미생'의 주인공이 영웅이 아닌 이유를 묻자 윤태호는 "영웅이냐 아니냐보다는 어떤 경계에 선 사람을 그리고 싶다"고 설명했다. "바둑에서 삶과 죽음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를 '미생(未生)'이라고 한다. 현대인에 대한 은유다. 우리는 미생인 상태로 꿈을 꾸듯 완생을 지향할 뿐 그것을 쟁취할 수는 없다."


윤태호(오른쪽 끝)씨가 8일(현지 시각) 런던도서전 독자와의 대화에 참석했다.
윤태호(오른쪽 끝)씨가 8일(현지 시각) 런던도서전 독자와의 대화에 참석했다. /런던=박돈규 기자
웹툰은 유럽이 본 적 없는 생소한 장르지만 순문학과 달리 독자를 사실상 무한대로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도서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다음·네이버 등 국내 포털 사이트들은 웹툰을 앞세워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윤태호는 "웹툰은 온라인이 기반이고 번역이라는 장애물도 낮아 순문학보다 해외 진출이 어렵지 않다"고 했다. 다만 "정서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해외 독자에도 무료로 보여줄지는 고민거리"라고 덧붙였다.

영국에서는 2012년 종이책 매출이 1% 감소한 반면 전자책은 66% 증가했다. 코티나 버틀러(Butler) 영국문화원 문학부장은 "웹툰은 21세기 디지털 문화가 낳은 획기적인 장르"라며 "IT가 발전하고 독자가 전자책에 익숙해질수록 웹툰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조선일보 2014.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