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5-26 13:44
[Art & Culture] 꽂혔다 젊음의 거리 사이사이 반가운 책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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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가면 특별한 서점이 있다. 홍대 앞이라고 술집과 클럽, 맛집만 있는 게 아니다. 분주한 홍대 중심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연남동과 동교동 같은 주변부에서는 이색 서점들이 애서가(愛書家)들을 사로잡는다.

대형서점에서는 만날 수 없는 특별한 독립출판물, 동화, 예술 디자인 등의 전문서적을 골라 팔기도 한다. 책방 주인들이 남다른 안목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모습에 책 구경하다 보면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를 것이다.

▶ 동네책방의 보란 듯한 성공 `땡스북스`


① 땡스북스
"홍대 앞과 어울리는 책들로 구성된 큐레이션 서점입니다."

2011년 3월 문을 연 `땡스북스`(서울 마포구 잔다리로 28)는 어느덧 홍대 앞 인디서점을 대표하는 큰형님 격이 됐다. 이기섭 대표는 "아니 어떻게 홍대라는 공간에 서점 하나 없을까"라는 의문에 동네책방을 직접 열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래픽 디자이너가 직접 만든 공간답게 노란색의 예쁜 로고와 서점 내 의자와 책장 하나에까지 스며든 디자인 감각이 이곳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예쁜 서점이 생겼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손님들이 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출판사로부터 책을 공급받는 것도 어려웠지만 이제는 그런 신세도 역전됐다. 가로수길과 삼청동에는 분점도 열었다.

이 서점은 매달 주제를 정해 전시를 기획하는데, 5월의 주제는 그림책 작가 대런 파렐이다. 서점의 한 테이블에는 그의 동화책과 엽서 등 작은 소품이 전시돼 있었다.

땡스북스에는 베스트셀러가 없다. 이 대표와 직원들이 직접 선별한 특별한 책들이 메인 서가에 놓인다. 대신 입구 오른편에 놓인 소파 테이블엔 `금주의 책`이 놓여 있다. 땡스북스 직원들이 돌아가며 선정하는 책. 홈페이지에는 금주의 책을 소개하는 글도 싣고 있다. 인문, 소설, 에세이, 여행서 등을 골고루 팔고 있지만, 가장 큰 공간이 할애된 건 디자인ㆍ예술 코너다. 음반과 디자인 소품, 심지어 이곳에서는 꽃까지 판다. 이 대표는 "땡스북스는 퇴근길에 들러 부담 없이 책을 보고 차 한잔 마시는 공간"이라면서 " `책`만이 아닌 `책 고르는 즐거움`을 파는 서점"이라고 자신들의 철학을 말한다.

▶ 홍대 인디서점의 원조 `유어마인드`


② 유어마인드
동교동 기찻길 옆, 작은 건물 5층에 자리 잡은 `유어마인드`(서울 마포구 와우산로35길 7)를 올라가는 길에는 엘리베이터도 없다. 대신 이 꼭대기층 서점에서는 탁 트인 전망과 고양이 세 마리가 기다리고 있다. 이로 씨가 5년 전 문을 연 유어마인드는 서점의 이름이자 출판사의 이름이다. 자신이 만들고 싶은 책을 직접 만들고, 팔 곳을 찾다가 그는 작은 골방에서 온라인서점을 직접 열었다.

4년 전 이 건물 꼭대기층으로 이사온 뒤 SNS를 통해 꾸준히 독자들과 소통하자 단골도 생기기 시작했다. 서촌의 `가가린` `더북소사이어티`와 비슷하게 출발했으나, 적어도 홍대에서는 원조 인디서점이라 할 수 있다.

이 서점의 간판 선수는 소규모 독립출판물이다. 사진집, 일러스트북, 해외 잡지도 다양하게 들여온다. 대형 출판사의 책은 찾기 힘들지만, 이제는 유어마인드가 고른 책은 `믿고` 사는 골수팬도 많다.

이로 씨는 " `일관된 콘셉트가 없다`는 게 우리의 콘셉트"라고 했다. 50권, 100권만을 만드는 책은 대형서점에서는 관심을 못 받지만, 이곳에서는 당당히 얼굴을 알린다. 그는 "희귀한 책이 많다는 점과 홍대의 번잡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독자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작은 체급의 특성을 살려 색다른 기획전도 한다. 작년에는 `손바닥만 한 책들의 모임`이라는 기획전을 열었다. 문고본보다 더 작은 사이즈로 30팀이 각각 20부 한정판의 책을 만들어 팔았는데, 반응이 뜨거웠다.

1년에 한 번 여는 `언리미티드 에디션` 행사에는 독립 출판사 50~60팀이 참가한다. 저마다의 책을 홍보하는 초소형 도서전인데 작년에는 이틀 동안 3000명이 찾았다. 이로 씨는 "홍대 인근에 비슷한 철학을 공유하는 서점들이 생기다 보니, 서로 응원하고 경쟁도 하는 느슨한 연대감이 생겨서 힘이 된다"고 말했다.

▶ 이보다 더 작을 순 없는 골목 서점들


③ 책방 피노키오
이번에는 작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서점들이다. `유어마인드`에서 길 하나를 건너면 나오는 `헬로 인디북스`는 정말 손바닥만 한 서점이다. 손님 서너 명이면 꽉 찰 만한 공간은 독립출판물과 일러스트 엽서로 가득 차 있다. 이 작은 공간에서 책을 팔고, 한쪽에서는 출판물과 작품을 전시도 한다. 조그맣게 중고책 파는 공간도 눈에 보인다. 독자와 작가가 만나는 `사랑방`을 꿈꾼다는 이곳에서는 책방 주인 이보람 씨가 "안녕하세요"라고 스스럼없이 인사를 건네고, 친절하게 책을 추천해 주기도 한다. 연남동에 지난해 6월 문을 연 `책방 피노키오`(서울 마포구 동교로46길 33)는 동화책 전문 서점이다. 500권 남짓한 책 중에는 다른 서점에서는 보기 힘든 미국 영국 캐나다 체코 스페인 등에서 물 건너온 원서 그림책, 그래픽노블이 많다. 온통 노란색인 공간부터 색다르고, 책방을 가득 채운 그림책들은 동심은 물론 성인들의 마음까지 사로잡는다. 동화책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외관 때문인지 이 책방은 여성 독자들에게 인기만점이다.

공방, 카페, 1인 미용실, 손님당 딱 3잔까지만 파는 위스키 바, 비스트로 등이 한 단독주택에 모여살면서 동교동의 명물로 자리 잡은 `어쩌다 가게`의 1층에도 책방 `별책부록`(서울 마포구 동교로30길 21)이 들어섰다. `카페 도쿄` 의 저자이자 `비밀기지 만들기`의 번역자인 임윤정 씨가 주인인 서점답게, 일본 서적 컬렉션이 눈에 띈다. 이 밖에도 주인장이 좋아하는 작가 로맹 가리의 책을 비롯해 그래픽 잡지, 동네 아티스트의 일러스트 작품집 등을 주로 모았다. 물론 책 선정의 기준은 `주인장 입맛대로`다. 홍대 앞 인디서점들의 공통점은 `주경야독`을 권한다는 점. 오후 느지막이 문을 열어 밤늦게 문을 닫는다. `땡스북스`는 낮 12시~오후 9시 30분, `헬로 인디북스`는 오후 3~9시, `유어마인드`는 오후 2시~9시 30분, `피노키오 책방`은 오후 1~9시, `별책부록`은 낮 12시~오후 10시가 영업시간이다. `헬로 인디북스`는 일요일, `피노키오 책방`은 일ㆍ월요일에 쉬고, 나머지 세 서점은 월요일에 쉰다.


[김슬기 기자]

- 매일경제 2014.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