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6-05 11:14
“1년 못 버틸 거라 했는데…” 그림책 전문서점 국내 1호 ‘책방 피노키오’ 1년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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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매력적이다. 책 속에 꽉 찬 그림을 짧은 글과 함께 들여다보다 이야기나 색깔 속으로 푹 빠지기 일쑤다. 서울 연남동 좁은 골목길에 국내 유일의 그림책 전문 서점이 있다. ‘책방 피노키오(사진)’가 이달로 개점 1주년을 맞았다. 그림책 전문이라면 어린이 서점으로 여기기기 쉽지만 20∼30대 여성이 가장 많이 찾을 정도로 어른들의 감성을 달래주는 예쁜 책들이 많다.

책방지기 이희송(애칭 ‘피노’)씨가 처음 동네서점을 연다고 했을 때 주위 사람들은 모두 말렸다. 피노씨는 4일 전화통화에서 ‘함께 만들어간 성공의 여정’을 밝은 목소리로 설명했다.

“다들 1년을 못 버틸 거라 했는데, 여기까지 온 것이 많은 것을 말해줘요. 이곳을 찾아주는 분들과 함께 새로운 서점 모델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림책 전문 서점이라는 콘셉트도 서점을 찾아준 분들이 만들어줬다고. 처음에는 그래픽노블 같은 장르 서적을 파는 동네 서점을 구상했다. 그러다 예전부터 가지고 싶었던 그림책을 책방에서 찾고 기뻐하는 손님, 캐나다 작가 이자벨 아르스노의 원서 그림책을 들여다보는 손님을 보면서 ‘예쁜 그림책’의 매력을 발견했다.

피노키오 책방에는 우리가 아는 베스트셀러 대신 대형 서점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원서 그림책이나 동화책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보유한 책은 400∼500권에 불과하지만 그림책만 파는 색다른 서점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글 없는 초현실적 그림으로 유명한 호주의 작가 숀 탠(Shaun Tan)이다. 그는 “상상력이 뛰어나 정신적으로 힘들 때 많이 본다”며 “세월호 사건을 위로해줄 수 있는 책”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도쿄 하라주쿠의 ‘베이컨트’나 진보초의 ‘북마크’처럼 인기 있는 그래픽 서적 판매와 아트숍을 결합한 가게 이야기를 들려줬더니 손사래를 쳤다.

“사실은 요즘 연남동이 관광지처럼 되어서 아쉬웠어요. 인기 있고 유명한 곳이 되기보다는 동네 분들이 여유롭게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 되면 그걸로 만족해요.”

/ 김지방 기자

- 국민일보 2014.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