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9-10 18:34
예술서적 모으다 도서관 차린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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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서적 모으다 도서관 차린 남자

대구 아트도서관 허두환 관장
국내외 작품집, 미술이론서 …?
6만권 소장한 국내 첫 시설
외국서적 수입상 한 게 계기

500㎡(약 150평)에 설치된 서가에 책들이 들쭉날쭉 꽂혀 있다. 일반 도서관의 책보다 훨씬 크고 두꺼운 것이 많아서다. 화가의 작품집이거나 미술사 관련 서적이다. 서가 옆 유리 진열대에는 가로 50㎝, 세로 1m의 책이 펼쳐져 있다. 이탈리아의 한 출판사가 펴낸 작품집이다. 현대 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사진으로 찍어 실물 크기에 가깝게 실은 것이다.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의 보성타운 상가 지하 1층에 있는 ‘아트도서관’ 모습이다. 최근 문을 연 이곳은 국내 첫 미술 전문도서관이다. 이곳에 미술 애호가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소장 도서는 국내외 회화·사진·조각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집과 미술이론서를 포함해 2만여 종 6만여 권이다. 허두환(54) 관장이 2003년부터 모은 것으로 정가로 따지면 30억원 어치다.

이 중에는 구하기 어려운 것도 많다. 유리 진열대에 펼쳐진 이탈리아 출판사의 작품집은 543쪽으로 2001년 출간됐다. 에드바르 뭉크, 살바도르 달리 등의 작품이 실려 있다. 한정본으로 2000권만 발간됐고, 2004년 허 관장이 880만원을 주고 구입했다. 예술품 경매회사인 소더비가 1990년부터 10여 년간 발행한 미술품 경매 안내책자 800여 권도 볼 수 있다. 미술품·골동품 등 경매에 나온 물건의 사진과 가격이 실려 있다. 지인을 통해 4000여만원을 주고 구입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서울의 미술서적 판매상이 기증한 2만여 권도 포함돼 있다.

회사원 김종식(42)씨는 “그림에 관심이 있어 서점 미술서적 코너를 찾곤 한다”며 “이곳에는 작가의 작품집 등 다양한 자료가 많아 궁금증을 풀기에 그만”이라고 말했다.

허 관장은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1981년 영어 원서 책방의 직원으로 취업했다. 그의 업무는 미국과 유럽에서 학술용 서적을 수입해 영남권 대학 교수들에게 납품하는 것이었다. 그 중에서 원서로 된 미술 작품집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아름다운 그림이 실린 원서를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이후 퇴사하고 외국서적 수입상을 하다 2006년 미술서적을 취급하는 서점을 차렸다. 거기에 갤러리도 만들었다. 그해 판화가 이철수를 초청해 초대전도 열었다.

미술서적이 하나 둘 모이자 미술전문 도서관이 떠올랐다. 지역 대학에 미술 관련학과가 많은 데도 미술 전문도서관이 없어 이상했다고 한다. 허 관장은 “아직 부족한 게 많지만 ‘도서관’이란 이름을 붙여 놓으면 억지로라도 많은 책을 갖추지 않겠느냐”고 했다.

어려운 점은 운영비다. 한 달에 1000만원에 이르는 운영비는 원서판매 수익으로 충당하고 있다. 사서 3명은 자원봉사자다. 매일 1t 가까운 책을 옮기면서 어깨 힘줄이 파열돼 주사로 버티고 있다.

그는 “세계적인 화가 2000여 명의 작품집 구매 리스트를 만들고 있다”며 “미술 정보를 찾는 사람들 사이에 ‘아트도서관’에 가보라는 말이 나오도록 더 열심히 자료를 확충할 작정”이라고 밝혔다. 허 관장은 대구화랑협회 회장과 대구아트페어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시집 네 권을 낸 시인이기도 하다. 개관은 월∼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금요일은 오후 9시30분까지). 자료 내용을 촬영할 수 있지만 대출하진 않는다. 문의 010-3588-5252.

홍권삼 기자
중앙일보/ 2014.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