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9-18 10:00
공공도서관 7년새 314곳 급증… 이젠 ‘책’을 채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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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이 문화복지의 장(場)으로 성장하고 있다. 도서관은 이제 책을 빌리거나 공부하는 공간을 넘어, 다양한 문화·교육 프로그램이 어우러진 지역공동체의 자산이다. 특히 양적성장이 두드러진다. 2000년대 들어 지식정보화사회, 인문학, 창의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퉈 도서관 설립에 나선 덕분이다.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05년 514곳이었던 전국 공공도서관 수는 2012년 828곳으로 늘었다. 공공도서관 1곳당 인구 수도 같은 기간 9만4000명에서 6만1500명으로 낮아졌다.

아직 선진국(도서관 1곳당 1만∼3만 명)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빠른 증가 추세로 볼 때 5년 내 비슷한 수준에 오를 전망이다.

도서관의 모습도 꽤 다양해졌다. 정적인 이미지의 도서관을 탈피해 시끌벅적한 도서관으로 진화 중이다. 유명인사의 특강, 영화 상영, 동화 구연, 북 콘서트 등을 통해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도서관을 비롯해 보건소, 평생학습정보관, 동사무소 등에서 3∼18개월의 아동에게 그림책이 든 가방을 선물하는 정부·지자체의 ‘북 스타트’ 사업도 도서관으로 손을 이끈다.

하지만 도서관이 시민사회의 문화 중심지가 되기 위해서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서 지난 1년간 공공도서관을 한 번이라도 이용한 적 있는 학생의 비중은 전체의 61.5%에 불과했다. 초등학교(73.5%), 중학교(58.7%), 고등학교(52.4%)를 거칠수록 이용률은 낮아졌고, 성인은 30.3%까지 떨어졌다. 성인의 경우 그나마 2011년(22.9%)에 비해 7.4%포인트 는 게 이 정도다. 학생은 같은 기간 8.2%포인트 떨어졌다. 공공도서관의 수가 늘고, 각종 문화·교육 프로그램이 신설됐지만 시민들의 생활권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외면받는 공공도서관 문제를 해결하려면 양적성장의 속도를 늦추더라도 내실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용훈 서울도서관장은 “결국 도서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이라고 했다. 그는 “북콘서트 등 행사는 다른 문화시설에서도 할 수 있지만 공공의 영역에서 책을 접할 수 있는 곳은 도서관이 유일하다”며 “도서관의 제1과제는 시민들이 원하는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많은 장서를 구비하고 물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위치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59.9%는 독서나 도서대출을 위해 공공도서관에 방문했고, 도서관의 문화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한 목적은 1.8%에 불과했다. 학생도 61.8%가 책을 빌리기 위해서라고 응답했고, 0.7%만이 문화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도서관에 왔다고 했다. 이 관장은 “도서관에 가면 원하는 책이 있다는 생각을 심어줘야 한다”며 “도서관의 문화행사는 이후 부차적으로 마중물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결국 문제는 돈과 인력이다.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도심지에 도서관을 설립하고 많은 장서를 구비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예산이 필요하다. 책과 공간이 많아질수록 전문 사서의 비중과 역할도 커진다. 하지만 이정수 이진아기념도서관장의 ‘공공도서관 도서구입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국 공공도서관이 자료구입에 들인 예산 총액은 2010년 671억 원, 2011년 680억 원, 2012년 684억 원으로 제자리 걸음이다. 도서관의 수가 이보다 큰 폭으로 늘면서 도서관 1곳당 평균 예산은 오히려 8840만 원, 8657만 원, 8271만 원으로 조금씩 줄고 있다.

더구나 현행 도서관법상 도서관 활성화 정책은 중앙정부가 세우지만, 실질적인 도서관의 설립과 운영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이뤄진다. 지자체의 재정 상황에 따라 도서관 질의 불균형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현재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도서관을 늘리는 데 집중한 반면, 이를 관리할 예산과 인력은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소도시의 도서관이나 구립도서관의 경우, 예산과 전문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운영을 민간에 위탁하고 있다. 2012년 기준으로 서울에 위치한 115개의 공공도서관 중 무려 83개가 민간위탁으로 운영된다.

서울시에서 직접 운영하는 서울도서관은 한 해 책 등 자료구입에 3억6000만 원의 예산을 쓰는 데 반해 위탁 도서관은 평균 6000만 원 수준의 예산을 쓴다. 이 밖에도 예산 문제로 비정규직 사서가 양성되고, 이로 인해 전문성이 약화되는 등 서비스 수준 약화 문제가 산재하다.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구립 이진아기념도서관은 다양한 문화·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2009년 ‘전국 도서관 운영평가’에서 국무총리상, 2011년 문화체육부 장관상을 받는 등 위탁운영의 모범사례로 꼽히지만 이곳 또한 18명의 직원 중 정규직은 5명뿐이다. 이 이진아기념도서관장은 “이제는 단순히 ‘책을 많이 읽자’라는 구호에서 ‘책을 어떻게 읽을까’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 문화일보 2014.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