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9-20 11:11
이 도서관에선…고기 구워도, 뛰어도, 누워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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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만 살아 있는 게 아니다. 도서관도 `살아` 있다. 이번주에는 놀랍게도 살아 있는 `도서관 스테이`다. 이게 끝내준다. 책 속에 파묻혀 1박2일을 보내는 것도 흥미로운데, 자는 곳이 텐트다. 이름하여 캠핑 도서관. 책이라면 인상부터 쓰는 아이들이 체험 1순위다. 손 꽉 붙들고, 바리톤 저음으로, 조용히 속삭여 주시라. "아빠랑, 도서관으로 캠핑갈까?"라고.

◆ 도서관이 캠핑장으로 변신…오산 꿈두레 도서관

파랑 노랑 녹색 핑크. 드림통 같이 생긴 저게 뭘까. 휘둥그레진 기자 눈을 본 김주성 꿈두레 도서관 팀장이 씨익 웃는다. "캠핑카예요." 세상에. 아닌 게 아니라 그 드럼통 옆에 창문틀 같이 생긴 네모난 구멍이 보인다. 캠핑카 이름은 더 앙증맞다. 수선화 능소화 금낭화 해당화. 각각 101호부터 104호까지다.

그 옆은 나무데크다. 여기서 바비큐를 구워 먹는다. 숲속이니 불조심은 필수. 가스버너만 활용 가능하다. 그 옆에는 공용 냉장고. 2m 남짓한 은빛 알루미늄 박스다. 수많은 캠핑장을 섭렵했어도, 이렇게 공용 냉장고까지 있는 곳은 처음이다. 무늬만 캠핑장이 아닌 셈이다.

동화 속에서나 봄직한 이런 캠핑장이 있는 곳은 놀랍게도 도서관이다. 장소는 경기도 오산 꿈두레 도서관. 지난 4월 첫선을 보였으니, 고작 6개월 정도 된 새내기다. 한데, 인기, 장난 아니다. `도서관 스테이` 메카로 주목을 끌면서, 주말은 아예 예약 불가다.

"이 정도로 캠핑 도서관 스테이라고 하긴 그렇죠. 사실 진짜 캠핑 스테이 프로그램은 도서관 내에서 진행됩니다."

김 팀장이 귀띔한다. 아니, 도서관 안에서 1박2일 스테이를 한다고? 게다가 캠핑? 이번엔 턱이 빠진 기자 손을 끌고 1층으로 내려간다. 깔끔하게 정돈된 자료실 옆으로 가더니 손가락으로 바닥을 가리킨다. 찡긋 윙크를 한다. 캠핑장으로 변신하는 곳이 여기라는 뜻. 그러니깐, 이런 식이다. 금요일부터 주말까지 이곳엔 텐트 30동이 펴진다. 대부분 2~3인용짜리. 도서관 바닥에 펴진 텐트 30동이라니, 상상만 해도 장관이다. 그곳에 둥지를 튼다. 그때부터 도서관 안은 그야말로 캠핑 온 가족들 전유물로 돌변. 영화 `박물관이 살아 있다`처럼 도서관도 살아나는 거다.


1박2일로 이어지는 캠핑 도서관 프로그램도 심장 쫄깃할 정도로 흥미롭다. 대표 프로그램은 세 가지. 금요일 밤 퇴근 후에 아빠들과 함께 몰려드는 `아빠와 함께 1박2일 독서캠프`가 으뜸이다.

물론, 엄마는 미안하지만 빠져야 한다. 불만 있으신 엄마들은 이어지는 `엄마와 함께, 캠프`에 참가하면 된다. `친구와 함께, 캠프`도 있다.

이쯤 되면 이건 숫제 캠핑장이 아닌가. 김 팀장이 씁쓸하게 웃으며 `오프 더 레코드(보도 금지요청)`를 전제로 속삭인다. "아닌 게 아니라, 도서관 취재보다 캠핑 취재가 많다고요."

▶오산 캠핑 도서관 즐기는 Tip

공짜다. 11월 말까지 운영한다. 캠핑 도서 프로그램은 금요일부터 주말까지만 진행. 100% 예약제로 운영된다. 프로그램 참여를 원하면 일단 오산시 도서관 회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예약은 도서관 홈페이지(www.osanlibrary.go.kr). 공짜에다 선착순이니, 경쟁률 높다는 것 각오하시라. (031)8036-6522



◆ 캠핑장이 도서관으로 변신…맥타가트 도서관

역시나 캠핑 도서관. 한데, 콘셉트는 반대다. 이번엔 캠핑장이 도서관으로 둔갑한다. 그러니깐, 이런 식. 원래 심심산골 폐교를 그냥 두기 아까워 캠핑장 겸 도서관으로 개조를 한 거다.

충북 충주까지 내려가는 길은 한달음이다. 옛 동량초등학교를 물으면 누구나 안다. 학교 문을 닫은 이후 운동장을 가득 메운 초록 잔디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충주 `캠핑 도서관` 메카인 맥타가트 도서관. 2층으로 된 폐교 1층을 도서관으로 쓰고 2층은 갤러리로 활용한다. 텐트를 칠 곳? 당연히 운동장이다. 한쪽에 "딱, 여기인데"라는 느낌이 드는 곳, 거기에 텐트를 치면 된다.

무늬만 도서관도 아니다. 소설책 수필집 동화책까지 도서 6000여 권이 비치돼 있다. 사실, 책만 읽으면 아이들, 지겨울 수 있다. 이럴 땐 미니 동물농장으로 데려가면 된다. 젖소에 닭, 오리까지 뛰어다니니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잊을 뻔했다. 여기는 요금이 있다. 1박에 3만원(전기 사용료 포함)이다.

▶충주 캠핑 도서관 즐기는 Tip

교실 2층 갤러리도 꽤 운치가 있다. 국내 유명 화가 작품을 주로 전시한다. 내비게이션 주소는 충주시 동량면 손동리 336번지. 전화로 예약하면 된다. (043)855-5250



■ 가을에 가볼만한 이색 도서관


1. 한옥 도서관 글마루

이제는 너무나 유명해졌다. 전통 한옥에서 책을 읽는 한옥 도서관 글마루(사진). 서울 구로구 한옥 어린이 도서관이 원조 격이다. 글마루라는 브랜드로 여러 곳에 생겨나고 있다. 당연히, 글만 읽는 따분한 도서관, 절대 아니다. △북아트 △볏짚공예 △세시풍속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02)2611-1543

2. 휴먼북 도서관 휴먼라이브러리

책이 아니다. `사람`을 빌려준다. 사람책(Human Bookㆍ휴먼북)을 빌려주는 도서관은 서울 노원구 노원휴먼라이브러리(노원정보도서관). 시사평론가, 학교장, 무형문화재, 의사, 간호사, 여행가, 주부 등 각계각층 전문가와 지식인 등 `휴먼북` 200여 명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02)950-0050


신익수 여행·레저 전문기자

- 매일경제 2014. 09.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