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5-01-21 09:15
최초 도서관 전문가 출신 이은철 국회도서관장 “국회가 좋은 法 만들도록 최상의 자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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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철(65) 국회도서관장은 누구나 인정하는 도서관 전문가다. 성균관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한국문헌정보학회장, 한국도서관협회장, 국회도서관발전자문위원장이라는 이력이 그걸 말해준다. 하지만 그는 국회도서관장으로서 63년 역사상 최초의 도서관 전문가다. 그동안 정치권과 주변 인사들이 항상 도서관장 자리를 꿰찼기 때문이다. 특히 1987년부터는 아예 ‘야당 몫’으로 굳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정치혁신 차원에서 차관급인 도서관장 자리를 외부에 개방키로 결정하면서 이 관장이 지난달 29일 취임했다. 국회도서관장추천위원회가 정치 성향을 배제하고 ‘최고의 도서관 전문가’를 물색한 결과 이 관장이 만장일치로 낙점됐다.

이런 이유로 국민적 주목을 받게 된 이 관장을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집무실에서 만나봤다. 그는 “저에 대한 기대가 커 부담이 된다”면서도 도서관 발전 방향에 대해 여러 복안을 갖고 있는 듯했다.

-평소 국회도서관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갖고 계셨나요. 그동안 정치권 출신 도서관장들에 대한 인상은 어땠습니까.

“국회도서관은 정말 중요한 기관입니다. 최고의 입법 정보와 최상의 지식정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니까요. 정치권에서 오셨지만 잘한 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분들은 비전문가여서 맥을 제대로 짚지 못해 방황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는 생각을 한 적도 많습니다. 저는 사서(司書)로서 우리 직원들과 동역자란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사실 현재 국회도서관은 국회 내에서 존재감이 미약합니다. 국회도서관 직원 모두가 자존감을 회복해 국민과 국가를 위해 이바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도록 할 작정입니다.”

-최초의 도서관 전문가 출신 국회도서관장으로서 취임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제삼자 입장에서 이 도서관을 수없이 드나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제가 들어와 관장으로서 직무를 감당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어깨가 무겁다는 것을 피부로 절감합니다. 우선 직원들이 도서관 전문가에 대한 기대가 클 것입니다. 또 외부 도서관 관계자들이 국회도서관이 뭔가 달라지겠구나 하는 생각을 할 것이고, 국회의원을 포함한 국회 종사자와 국민들의 관심도 각별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에게 그런 부담이 있지만 국회도서관은 훌륭한 인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힘을 모으면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란 각오를 해 봅니다.”

-실제로 국회 종사자와 국민들은 도서관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큰 그림이나 특별한 구상을 갖고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을 텐데요.

“솔직히 말할게요. 도서관장 임기는 딱 2년입니다. 어떤 기관이든 2년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제 경우 도서관 일을 오래해 왔기 때문에 취임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업무를 80% 정도는 파악했습니다. 외부 인사가 관장을 맡게 되면 보통 6개월 정도 업무를 파악하고, 1년 정도 적당히 있다가 마지막 6개월 동안은 퇴임 준비하지 않습니까. 저는 큰 그림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욕심 부리지 않을 것입니다. 내부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고칠 부분에 대해 나름대로 틀을 마련하고 집행은 후임 관장한테 맡기는 게 옳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 전반기에는 조직과 구조를 점검하고 후반기에는 업무배분에 중복이 없는지, 정치적 성향 때문에 지나치게 이벤트에 치중한 게 없는지 따져 볼 계획입니다. 국회도서관 본연의 업무에 과연 충실하고 있는지 체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회도서관 본연의 업무는 과연 뭡니까.

“국회의 모든 기관은 국회의원이 좋은 법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핵심 업무입니다. 국회도서관 역시 그것을 위해 충분하고도 유익한 자료를 제공해야 합니다. 과거에 우리가 어떤 법을 제개정했는지, 외국 법률에는 어떤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에 대해 최대한 많은 정보와 자료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가끔 웃기는 법률이 나오는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그것은 법을 만들 때 자료 백업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작 국회도서관을 방문하는 국회의원은 거의 없지 않습니까.

“몇몇 분은 자주 찾아와서 연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보좌관을 통해 도서관 이용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의원 열람실도 있고 해서 그분들을 맞이할 준비는 잘돼 있습니다.”

-2009년 독도에 국회도서관 분관을 설치했습니다. 거기다 부산에 분원 설치를 준비한다고 들었습니다.

“독도 분관은 다분히 상징적인 것이죠. 부산 분원은 그 필요성에 대해 여러 의견이 오가고 있습니다. 분원 얘기가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현재의 국회도서관이 언젠가는 포화 상태가 될 것이란 점을 염두에 두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밀집서가’가 있습니다만 공간이 부족하면 자료를 분산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료 분산은 조선시대 4대 사고(史庫)에서 보듯 반드시 필요한 측면이 있습니다. 한 곳이 잘못되더라도 역사적인 자료를 길이길이 보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지요. 또 국회도서관은 국민에게 봉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지역적으로 자료를 분산함으로써 국민의 이용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도 생각해야 합니다. 문화 격차를 해소한다는 차원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도서관이 단순히 책 보고, 자료 찾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앞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책을 매개로 도서관에서 만나 부담 없이 대화하고 소통함으로써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치유하는 기능을 해야 합니다. ‘제3의 공간’ 개념이 그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부산 분원을 구상, 검토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럼 부산 분원은 기존 도서관과 전혀 다른 개념으로 설치한다는 말씀이군요.

“아직 구상 단계이긴 하지만 복합문화공간 쪽으로 얘기가 오가고 있습니다. 일본 국회도서관도 ‘관서(關西) 분관’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국회도서관 연간 자료구입비가 48억원인데 많이 부족하지 않습니까.

“국회도서관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매우 부족하지요. 특히 선진국 국회도서관이나 국내 다른 대형 도서관에 비해 많이 부족합니다.

-국회도서관이 아직도 국민의 이용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있습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일부 국민은 지금도 국회의원만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그런 점을 빨리 불식시켜 나갈 것입니다. 국회도서관은 엄연히 국민 세금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국민 누구나 편안한 마음으로 와서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나갈 것입니다. 지금 그런 점이 많이 개선돼 평일 야간과 주말 오후에까지 이용할 수 있습니다. 국민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사서들이 공무원이라서 그런지 불친절하다는 지적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 그런 지적도 듣고 있습니다. 도서관 서비스는 두 가지 측면에서 봐야 합니다. 자료가 완벽해야 하고, 사서가 이용자들에게 친절하게 응대해야 합니다. 도서관은 실심(實心), 즉 진실된 마음으로 이용자를 대해야 서비스가 좋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런 쪽으로 각별히 신경 쓰려고 합니다.”

-도서관 전문가로서 미래의 도서관을 어떻게 예측하시는지요.

“미래에 대한 학자들의 예측이 많지만 종이 책과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도서관은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상호 보완재가 돼 공존할 것입니다. 종이 신문이 없어지지 않는 것처럼 종이 책도 결코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 장담합니다. 다만 도서관은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야겠지요.”

이 관장은 경남 거창 출신으로, 거창고와 성균관대 도서관학과를 졸업한 뒤 성균관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줄곧 후학을 양성해 왔다.

국회도서관-전자도서관 DB도 구축… 평일 야간·주말에도 개방

1952년 2월 전시 수도 부산에서 '국회도서실'로 출범했다. 당시 장서는 3600여권에 불과했다. 63년 국회도서관법 제정으로 국회 내 독립기관이 되었으며, 88년 현재의 도서관 전용 건물(사진)이 생겼다. 90년대 후반부터 전자도서관 데이터베이스 작업이 진행돼 국회 종사자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인터넷을 통해 국회도서관 서지 정보와 저작권이 허용된 원문 정보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현재 국회도서관에는 517만8000여권의 장서가 있으며, 300여명의 직원들이 이용객들을 맞고 있다. 평일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토·일요일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용 가능하다.

-국민일보 2015.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