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5-02-13 09:18
책만 파냐고요? 문화도 드립니다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2959337&code=13110000… [488]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등을 출간한 해외문학 전문 출판사 열린책들의 페이스북은 팔로어가 23만명이나 됩니다. 문학 출판사인 문학동네나 창비의 페이스북도 인기구요. 출판사 페이스북은 책 홍보가 주된 목적이지만 책과 작가, 출판계 얘기는 물론 영화, 공연, 전시 등 국내외 문화계 소식까지 전해줍니다. 좋은 문장을 소개해주고, 읽어볼만한 책을 알려주기도 하지요. 책 표지 디자인이나 제목을 놓고 인기투표를 벌이고 댓글 쓰기, 저자와의 대화 등 갖가지 이벤트를 진행하며 회원들과 교류하기도 합니다.

열린책들 페이스북 담당자는 얼마 전 타 출판사에 스카우트되기까지 했습니다. 출판사들이 SNS를 통한 홍보나 소통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지요.

“페이스북은 현재 이용자 수나 속도, 파급력 등에서 가장 활발한 채널입니다. 특히 이용자들의 활동지수가 높고, 피드백이나 전달 속도가 매우 빠르죠.” 휴머니스트 페이스북 담당자 이정원씨는 12일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요즘 출판사는 책만 만드는 곳이 아닙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기본이구요, 카페를 열고 강연회나 전시회를 기획하고, 팟캐스트 방송을 하고, 북클럽을 운영합니다. 신문을 내는 곳도 있고, 시민강좌를 위한 아카데미를 개설한 곳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출판사가 문화 허브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죠.

책을 주제로 한 팟캐스트 방송 ‘김두식·황정은의 라디오 책다방’과 ‘진중권의 문화다방’을 운영하는 출판사 창비는 지난해 12월 세 번째 팟캐스트를 시작했습니다. 김사인 시인과 문학평론가 김나영이 진행하는 국내 유일의 시 전문 팟캐스트 ‘시시(詩詩)한 다방’입니다.

‘이동진의 빨간 책방’은 위즈덤하우스의 팟캐스트로 지난해 11월 100회 방송을 돌파했습니다. 매주 수요일 주 1회 업로드하는 방식인데, 회당 다운로드 수가 평균 15만에서 16만에 달합니다. 전체 팟캐스트 순위에서도 10∼20위를 지키고 있죠.

팟캐스트 포털 팟빵은 최근 ‘출판사’ 카테고리를 신설했습니다. 이 카테고리에 들어가 보면 출판사가 내보내는 수십 개의 팟캐스트가 뜹니다. 팟캐스트는 SNS에 이어 출판사들이 가장 주목하는 마케팅 수단이 되고 있는 셈이죠.

“신문이나 방송에서 책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드는 가운데 독자들에겐 팟캐스트가 하나의 대안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습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독자층을 넓힐 수 있고, 독자들이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되구요.”(위즈덤하우스 편집팀의 김은주씨)

이 출판사는 팟캐스트 청취자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할 목적으로 서울 합정역 부근에 ‘이동진의 빨간 책방’이라는 이름의 3층짜리 북카페를 열어놓았습니다. 여기서 공개녹화도 하고, 방송에서 소개한 책들을 판매하기도 합니다.

출판사들이 직영하는 북카페는 카페의 거리 홍대 부근을 점령할 기세로 확장 중입니다. 후마니타스의 ‘책다방’, 문학동네의 ‘카페 꼼마’, 자음과모음의 ‘카페 자음과모음’, 창비의 ‘인문카페 창비’, 다산북스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등은 이미 명소로 자리 잡았죠. 북카페에 가면 벽면을 빼곡히 채운 서가에서 맘대로 책을 뽑아볼 수 있고, 구간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저자와의 만남이나 강연회, 시낭송회, 전시회 등이 수시로 열립니다.

좀더 본격적인 공부를 원한다면 출판사가 운영하는 아카데미에 눈을 돌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역사 전문 출판사로 유명한 푸른역사는 ‘푸른역사 아카데미’를 운영 중입니다. 월요일 세계문학 강의, 화요일 세계사 강의, 수요일 철학 강의, 목요일 테크놀로지와 문화 강의 등 매일 저녁 인문 강좌가 열리고요. 판소리 공연 등 음악회나 월례 서평회에도 참석할 수 있어요.

휴머니스트 출판사가 운영하는 아카데미 ‘휴머니스트 유니버시티’는 스타급 필자들을 초빙해 대규모 강좌를 진행합니다. 글쓰기, 역사, 인문학 등 주제도 다양하구요. 갈무리 출판사의 ‘다중지성의정원(다지원)’, 문학과지성사의 ‘문지문화원 사이’ 등도 많이 알려진 아카데미들입니다.

“저자와 독자들이 만나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2011년 아카데미를 열었습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다음카페 등을 통해 우리 강좌를 홍보하는데 40, 50대 직장인이 많이 들으러 옵니다.”(푸른역사아카데미의 안혜연 간사)

북스피어, 열화당, 후마니타스, 마음산책, 서해문집 등은 신문이나 잡지, 뉴스레터 형태의 소식지를 발간합니다. 소식지에는 신간이나 행사 정보만이 아니라 기획기사와 인터뷰 등 읽을거리가 풍부하다는 평가가 많아요. 특히 북스피어는 장르문학, 열화당은 예술, 후마니타스는 정치 등으로 특화돼 있어 그 분야 애독자들이라면 환호할만한 내용이 많습니다.

민음사와 웅진출판사는 유료 회원제 서비스인 북클럽을 운영 중이에요. 일정한 가입비를 내고 북클럽 회원이 되면 출판사가 제공하는 각종 이벤트에 초청을 받고, 독서모임에도 참여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죠.

“지난해는 독자 총규모 축소에 대응하는 개별 출판사 차원의 움직임이 무척이나 활발했던 해였습니다. 북카페 확장, 저자 강연 아카데미 개설, 팟캐스트 확대, 북클럽 운영, 소셜 마케팅 활성화 등 다양한 소통 채널을 확보하여 온·오프라인에서 적극적으로 독자들을 개발하는 활동이 경쟁적으로 시도됐습니다.”(출판평론가 장은수씨)

‘책’에서 ‘책+’로 나가는 출판사들의 움직임은 올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책과 대중이 만날 수 있는 지점이 갈수록 협소해지고 있다는 점, 책만 팔아서는 출판사를 유지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 새로운 독자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소통 방식이 필요하다는 점 등이 이런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장은수씨는 “현재 출판사는 책과 관련된 다양한 비즈니스를 동시에 전개하는 멀티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확장되는 과정에 있습니다. ‘북 비즈니스’에서 ‘북 센트릭(Book-centric·책 중심) 비즈니스’로 이행하는 중입니다”라고 진단했습니다.

-국민일보 2015.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