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5-04-04 10:26
[Culture&Life] 강창용 한국중소출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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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시장은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얼어붙고 있고 사양산업으로 인식돼 유능한 인재가 모이지 않아 수익구조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대형 출판사와 비교해 자본력과 정보력이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중소형 출판사들의 시름은 더욱더 짙어지고 있다.

한국중소출판협회(중출협)가 출범한 이유다. 지난 2013년 8월20일 171명의 출판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중출협이 출범했다.

마포구 중출협 사무실에서 만난 강창용(56·사진) 중출협 회장은 "좌절만 할 게 아니라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하기 때문에 중소 출판사가 뭉친 것"이라며 "우수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우수한 콘텐츠를 국내는 물론 해외에 판매하며 이를 다시 디지털콘텐츠로 재가공해 독자들과 공유한다면 돌파구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중출협 출범 이유를 설명했다.

오는 8월이면 취임 2년을 맞는 강 회장은 중출협이 초기 단계에 있는 단체라 실무인력이 부족하고 자금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이 있다는 현실을 인정했다. 그때그때의 사업 진행에 매달리다 보니 정작 하고 싶고 해야 할 일을 놓친 것은 아닌지 자성도 하고 있다.

그러나 강 회장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출판사의 규모가 작다고 그 가치까지 작은 것은 아닙니다. 중출협은 거대 담론이나 명분에 집착하지 않고 실질적인 수익구조 창출 사업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보여주기 위한 사업이나 입으로 떠드는 사업은 우리 전공이 아닙니다."

이 같은 자신감의 원천은 30여년 동안 출판계에 몸담으며 100만부가 넘는 베스트셀러를 팔아보기도 하고 부도위기까지 겪는 등 부침을 거듭하면서도 살아남은 그의 경험이다.

강 회장은 1981년 교육 전문 출판사였던 아이템플에 입사하면서 출판계에 몸담았다. 그러나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이템플의 경영이 악화돼 채권단 운영 체제로 전환됐다. 강 회장은 130여명의 직원이 7명으로 줄어들 때까지 근무했고 이로 인해 짧은 기간에 출판과 관련된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다.

이후 강 회장은 학습지 총판도 경험하고 서점을 운영하면서 출판계에 계속 머물렀다.

그러다 1989년 우연히 기획회사의 제안으로 '도서출판 강천'이라는 회사를 만들어 홀로 출판부장이라는 직함을 갖고 출판을 시작했다. 강 회장은 첫 책으로 故 천상병 시인의 에세이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를 출간했다.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고 단행본 출판계에 소프트랜딩을 하게 됐다.

'도서출판 강천'에서 4년간 근무하면서 참고서·학습지와는 완전히 다른 기획·편집·유통을 배우고 공부하며 수많은 책을 기획하고 새로운 마케팅을 시도할 수 있었다. 강천에서 쌓은 경험을 기반으로 1995년 '도서출판 백송'이라는 출판사를 냈고 '신이 선택한 여자'를 첫 책으로 출간했다. 책이 100만여부가 판매되면서 단숨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였다.

1997년 IMF 위기 당시 전 도매상의 도산으로 부도를 맞고 폐업위기까지 몰렸다. 갚아야 할 빚은 많았고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1998년 문을 연 출판사 '느낌이 있는 책'에서 출판에 매진했고 그 결과 그동안 진 빚을 모두 갚고 홀로서기를 할 수 있게 됐다.

강 회장은 "좋은 책을 발굴해내는 것만큼이나 독자들이 책에 다가설 수 있는 길을 활짝 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출판업에 종사하고 있다"며 "우리 중소 출판인들 모두가 만들고 싶은 책, 가치가 있는 책을 마음껏 만들 수 있도록 출판산업의 저변을 확대하고 전 국민이 제값 주고 책을 사고 읽을 수 있도록 독서운동을 확대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는 중출협의 가능성을 출판계에 증명한 가치 있는 해였다.

중출협이 지향하는 사업 방향은 콘텐츠·글로벌·디지털로 압축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우수한 콘텐츠를 개발해서 해외에 수출하고 전자책을 만들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중출협의 사업 방향이다.

이를 위해 중출협은 중국시장을 계속 두드렸고 결국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중출협의 중재로 서난류 지린성 신문출판광전총국 도서처장과 림혜영 옌볜자치주 신문출판광전총국 국장을 비롯해 량문화 옌볜인민출판사 대표, 한명웅 옌볜교육출판사 대표 등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방문했다.

답방의 형태로 7월에는 지린출판그룹과 옌볜인민출판사와 옌볜교육출판사를 방문하고 비즈니스를 함께 구상했다.

그 결과 한 달 후 베이징국제도서박람회 때 지린출판그룹과 중출협이 공동부스를 설치해 미니도서전을 열고 저작권 수출입을 진행했다. 40~50종의 도서 저작권 상담이 이뤄졌고 그중에서 20여종 도서의 저작권을 수입하거나 수출했다.

전자책 사업도 중출협의 핵심 사업으로 지난 한 해 동안 6차례 전자출판과 관련된 세미나를 진행했다.

중출협은 현재 전자책 서비스를 제공하는 북큐브와 공동으로 126종의 신규 전자책을 제작하고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B2B·B2C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중출협은 올해 본격적인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강 회장은 다만 전자책 시장을 핑크빛으로 전망하지만은 않는다. 오랜 시행착오와 인내가 필요한 영역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전자책 시장은 이미 성인물이나 판타지물에 자리를 내준 지 오래됐지만, 그렇다고 재미와 오락을 추구하는 독자를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시간과 비용이 들더라도 전자책 시장을 양서 시장으로 전환하고 무료가 아닌 유료로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이를 위해 올해에도 전자책 관련 세미나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산학협력디자인센터 설립 추진도 중출협이 중점을 두고 추진 중인 사업이다. 산학협력디자인센터는 종이책 디자인과 제작, 그리고 전자책 제작이 핵심이다. 지난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지원 받아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1인 출판사 텍스트형 전자책 제작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중출협은 산학협력디자인센터에서 종이책 디자인과 제작, 그리고 전자책 제작을 대행하고 유통까지 연계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1인 출판사 실태조사'를 진행한 것도 중출협의 의미 있는 성과 중 하나였다. 1인 출판사 100개사를 대상으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제작 종수, 제작비, 매출 등을 산출해 1인 출판사의 산업 규모를 가늠하고 1인 출판사의 열악한 경영상태와 요구사항 등을 모아 통계로 수치화했다.

강 회장은 "실태조사에 따르면 1인 출판사의 매출하락 요인으로 14%가 불공정한 판매관행을 꼽았고 그 예로 진열의 불이익, 광고요구, 공급률 인하를 들었다"며 "1인 출판사와 같이 힘없는 출판사가 겪을 험난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합리적인 유통구조로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출판시장의 미래에 대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좌절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 있다.

그는 "침몰하는 출판시장을 보면서 30년 이상 출판계에 몸담은 출판인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출판이 원천산업으로서 매우 중요하지만 다른 문화산업과 연계해 시너지를 높이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면 출판의 미래는 지금보다 밝다고 본다"며 "중출협도 출판사가 더 이상 텍스트 산업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와 융합할 수 있도록 출판의 미래를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제 2015.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