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5-05-14 13:15
[이슈 토론] 학술논문 무료 공개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5&no=458199 [325]
학술 논문을 무료로 공개하는 오픈 액세스(Open Access·OA)를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지난 3월 학술단체협의회와 법학연구소가 오픈 액세스에 대한 공동 학술대회를 개최했고, 국회에서도 토론회가 열렸다. 최근 서울대는 타 학교 학생들에게 논문 열람 시 비용을 부담시켜 `갑질`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공개를 찬성하는 측은 "논문 무상 공개는 세계적인 흐름이며, 학회와 연구자들 역시 상업적 이용보다 논문이 많이 읽히길 원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학자들의 자발적인 참여 없이 강요된 사업이고, 저작권 침해가 우려된다"며 강경하다.

◆ 찬성 / 안효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보공유, 지식창출에 도움…학자들도 널리 읽히길 원해


학술지나 학술DB 구독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일찍이 서양에서는 공개 접근을 통한 지식의 확산과 이를 통한 새로운 지식 창출을 목적으로 오픈 액세스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됐다.

국내 학술지나 학술DB 구독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데도 불구하고 오픈 액세스에 대한 논쟁은 국내에서도 뜨겁다. 특히 2012년 한국연구재단이 일부 논문의 원문을 무료로 제공하면서부터 학술DB 업체 측에서 자신들의 생존을 위협한다며 오픈 액세스 정책을 반대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에서 무상 공개 학술지에 높은 점수를 부여해 민간 DB 산업의 위축을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사실 학자들은 자신의 논문을 되도록 다수의 독자가 읽는 것에 더 관심을 두고 있고, 학회지 판매는 사업자의 관심사다. 오픈 액세스 확대로 학술DB 업체에 일정 부분 영업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내 학술지는 학회지이며, 그 발행 현실을 보면 저자에게 원고료를 지급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저자가 내는 게재료와 학회 연회비에 기초해 학회 스스로 원고 모집, 논문 심사, 편집과 발행 등을 모두 부담하고 있다. 또한 학술지 콘텐츠의 대부분은 대학에서 생산되고 다시 대학에서 소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학자들은 수익을 얻지도 못하면서 오히려 고액의 구독료를 지급하고 있다. 생산자이면서 동시에 소비자인 저작자는 빈손인데, DB 업체는 이익을 올리는 것이다.

국내 학술DB는 아직 저렴하나 소수의 업체들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으며, 국내 최대 법률DB 중 하나는 이미 글로벌 학술 정보 서비스 업체인 `톰슨로이터`에 인수됐다. 국내 학술DB도 거대 업체에 의해 독점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오픈 액세스 정책을 펴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이제 문제는 오픈 액세스를 할 것인지가 아니라 그 범위와 방법이다. 공적 지원을 받았는지를 감안하고, 학술지 출판일로부터 일정한 유예기간(6개월 내지 12개월)이 경과하면 무상 공개를 장려하는 방법 등 공익과 민간 DB 업체의 이익을 고루 고려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할 때다.

◆ 반대 / 임상혁 숭실대 법과대학 교수
`무료공개 여부`로 논문 평가…저작권 침해당할 우려있어


올해 초부터 세계적인 학술출판사들의 논문 이용료 인상으로 대학도서관이 눈물을 삼킨다는 기사가 나왔다. 이 때문에 연구자들이 서로 저작권을 공유하여 학술 정보를 공개하는, 이른바 오픈액세스(OA) 논의도 활발해졌다. 뜻밖에도 우리나라는 OA가 매우 활발하다. 전 세계의 OA 논문보다도 무상 공개된 한국의 논문이 훨씬 더 많다는 보도마저 나온다.

유상 제공되는 학술 자료도 매우 저렴한 편이다. 2013년 서울대가 엘스비어라는 한 해외 출판사에만 20억원을 지급한 반면에, 대표적인 국내 업체에 지불한 이용료는 불과 3718만원이었다. 건당으로는 외국 논문이 4000원, 국내 자료가 50원인 꼴이 된다고 한다. 이처럼 양호한 국내 OA 환경은 학자들의 관대한 태도 덕분이겠지만, 우리 논문들이 워낙 저평가되어 있어 관심이 적은 탓도 크다. 유료 정보조차 값싼 것도 외국처럼 수많은 학술지를 장악한 소수 거대 출판사가 온라인 학술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유통서비스 업체가 학회로부터 자료의 전송 이용권을 얻어 서비스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연구자 집단이 업체를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최근 한국연구재단이 국내 논문의 원문을 온라인으로 무상 제공하고, 국외 DB에도 연계시켰다. 이를 위해 학회를 통해 저작권 양도확인서 등을 받고 있으며, 학술지 평가 항목에도 논문의 온라인 무상 제공을 설정했다. OA가 학술 정보의 생산자인 연구자들이 선의에서 자발적으로 하는 운동이라는 점에서 볼 때, 국가기관이 지원과 평가라는 양날의 검을 쥐고서 저작권 양도를 종용하여 무상 공개하는 방식은 OA의 본령으로 보기 어렵다. 사실 연구재단이 제공하는 정보는 학회들이 평가를 받기 위해 학술지 원문을 제출해 생긴 것이지, 자체 생산한 자료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OA 지원은 운영비에 보탬을 주고, 학술 정보 교류 공간의 조성을 도우면서, 많은 학자들이 쉽게 동참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데 역점을 둔다.

우리 연구재단의 독특한 방식은 핵심적인 걸림돌인 초대형 출판사들의 횡포에 대해서는 아무런 해결도 일궈내지 못한다. 오히려 애꿎은 국내 OA 질서만 교란시킬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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