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5-06-18 16:57
“책 안 팔리는데 이 법안마저 통과된다면…”-수업목적 저작권 개정법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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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안 팔리는데 이 법안마저 통과된다면…”
‘수업목적 저작권 개정법률안’에 학술출판계 뿔났다

학술서와 교재 한 권이 세상에 나오려면 출판사와 저자 간의 물리·화학적 결합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균형을 잃을 경우 양질의 학술콘텐츠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런 구조를 위협하는 일이 최근 학술출판계에 닥쳤다. 학술출판사들은 자신들이 만든 저작물을 지키기 위해 다각도로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대학 등 고등교육법에 의거한 교육기관에만 적용하고 있는 ‘수업목적 보상금제도(저작권법)’를 법 적용대상이 아닌 사설학원가와 학점은행 평생교육기관들이 오용하면서 빚어진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도종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이 지난 3월 ‘수업목적 저작권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학술출판계가 이를 저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사)한국학점은행평생교육협의회는 회원들에게 탄원서명서를 작성해주기를 ‘긴급’히 요청했다.

학술출판계의 고민이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도서정가제 등의 여파로 가뜩이나 책이 안 팔리는데 이 법안마저 통과된다면 학술출판계가 더 깊은 수렁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학술출판계는 이 같은 갈등이 문화부 고시가 시행되기 전부터 예견됐다고 말한다. 지난해 4월 문화부 고시로 시행된 수업목적 저작권법은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학이 수년간에 걸쳐 논의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한채 시행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정작 저작권의 핵심 당사자인 학술출판사의 목소리가 배제됐다는 것이다. 문화부는 대학이나 공공기관 이외의 사설 교육기관이 출판물을 이용할 경우 저작권료를 어디에 얼마나 지불해야 하는지 세부기준을 만들지 않았다.

문화부 고시가 도리어 ‘교육용이라면 저작권에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식의 잘못된 신호를 업계에 보낸 셈이다. 이 때문에 학술출판사들은 자구책의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학술저작진흥원(저작권 대리중개기관)을 통해 스스로 저작권을 지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진환 한국학술출판협회장은 “학술출판사들이 힘들게 내놓은 저작물이 보호받지 못하는 건 저자를 발굴해서 좋은 책을 만드려는 입장에선 힘빠지는 일”이라며 “장기적으로 학술·출판시장이 양질의 콘텐츠를 쏟아내려면 저작권법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 학술출판 유관단체들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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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출판계가 ‘도종환법’에 반발하는 이유는?
“사설학원·평생교육기관의 ‘무단도용’을 합법화 하겠다니…”

학술출판계가 단단히 뿔났다. 학원, 학점은행, 사이버평생교육기관 등 일부 사설교육기관들이 학술출판사의 저작물을 목차·내용·편집에 이르기까지 고스란히 베껴쓰는 불법행위가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는데다, 최근엔 이들의 불법행위에 면죄부를 줄 여지가 있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기 때문이다.

전국 89개 학술출판단체 협의체인 사단법인 한국학술출판협회(회장 김진환, 이하 학출협)는 지난달 14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도종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법률안에 반대의사를 적극적으로 펴나가기로 했다.

수업을 목적으로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하려면 문화부가 고시(2014.4.27)한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금 기준’(이하 수업목적 저작권법)에 따라야 한다.

지불방식은 저작물 건별로 이용요금을 내는 ‘종량방식’과 학생 1인당 일정 금액(일반대학 학생당 연 1300원)을 한꺼번에 지불하는 ‘포괄방식’ 두 가지다. 대학들은 저작료를 일괄징수하는 포괄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현행 수업목적 저작권법의 적용대상은 △특별법에 따라 설립됐거나 유아교육법·초중등교육법 또는 고등교육법에 따른 학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교육기관의 수업을 지원하기 위한 교육지원기관이다. 이들 기관은 수업에 쓸 목적으로 공표된 저작물 일부분을 복제·배포·공연·전시 또는 공중송신할 수 있다.

도종환 의원이 지난 3월 대표발의한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도종환법)은 현행 수업목적 저작권법 적용대상에 ‘학점인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교육훈련기관’도 포함시키자는 것이다. 이 교육훈련기관은 △평생교육시설 △직업교육훈련기관 △군의 교육·훈련시설 등을 말한다. 이를 테면 학점은행제를 활용해 자격증(직업)교육을 제공하는 곳이다.

도 의원은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학교 외 다양한 평생학습시설에서도 정규학교 교육과정에 상응하는 교육활동이 이뤄지고 있는데도 보상금제도를 이용하기 곤란하다. 이 때문에 저작료가 수강료에 전가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강료를 줄이는 방안으로 저작물 이용료를 낮추겠다는 뜻이다.

반면 학출협은 ‘도종환법’이 공공의 이익이라는 명분으로 저작권자의 권리를 일부 제한한 기존의 수업목적 저작물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진환 학출협회장(학지사 대표)은 “수업목적 저작물법에도 사용가능 한계가 분명한데 학점은행제 교육업체나 학원 등에선 사용료를 내면 책의 모든 내용을 쓸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의 말대로, 현행 수업목적 저작물법은 저작권료만 내면 ‘마음껏’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예컨대 대학이 교과과정 이외의 학습활동이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특별강좌, 교수의 개별 연구활동은 ‘수업 목적’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럴 경우 저작권자로부터 별도의 사전 이용허락을 받아야 한다. 특히 이 고시에 따른 이용대상이 아닌 경우에는 ‘교육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저작권자의 이용허락을 받도록 명시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수업목적 저작물을 관리하도록 권한을 위임받은 사단법인 한국복제전송저작권협회(이사장 정홍택, 이하 복전협)의 기준에 따르더라도 복사와 전송에 무제한적 자유를 부여한 것은 아니다.

복전협에 따르면 ‘복사’는 “계약에 따라 복사할 수 있는 저작물의 분량 및 수량은 저작물의 10% 이내, 1인 1부의 복사를 원칙”으로 한다. 배포할 목적으로 복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온라인상에 게시하는 ‘전송’에 관한 규정도 제한사항을 두고 있다. 복전협이 관리하는 저작물을 전송하려는 전자책·학술지 유통업체, 온라인 동영상 강의교육업체, 어플리케이션 구축 서비스 업체 등은 이 협회와 ‘저작물전송허락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이용대상 저작물은 협회가 신탁해서 관리하는 도서, 학위논문, 정기간행물 등으로 한정돼 있다.

학출협이 제기한 저작권 침해 관행으로 학술출판사는 적지 않은 손해를 입는 반면, 이를 무단으로 가져다 쓰는 교육업체는 ‘무임승차의 이익’을 얻는 구조다.

학출협은 의원입법을 저지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현재 도종환법에 반대의 뜻을 표명한 학술출판단체는 학출협외에도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과학기술출판협회 △출판인회의 등이다.

- 2015.06.15 교수신문, 최성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