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5-06-23 13:09
구한말∼한국전쟁 함께한 태극기 빛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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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재미교포 이병근씨, ‘고종 엽서’ 등 희귀 유물 42점 공개

태극기 수집가인 재미교포 이병근씨(48·사진)가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 다양한 모양, 용도로 사용된 희귀 태극기 유물들을 공개했다.

이씨가 22일 펴낸 저서 <역사로 만나는 우리 태극기>(서울셀렉션)를 통해서다. 이 책은 1882년 역관 이응준이 고종의 명을 받아 만든 원형 태극기에서부터 한국전쟁기에 만들어진 태극기 모양이 있는 기념 스카프까지 모두 42점의 태극기 유물을 소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10점은 이번에 처음 공개된다.

책에 수록된 태극기들을 연대순으로 따라가면 격동의 근현대사를 일별할 수 있다.

청일전쟁 승리를 기념해 일본에서 제작된 목판화(1895)에는 나란히 걸려 있는 태극기와 일장기 아래로 일본 군대가 개선행진을 벌인다. 1900년쯤 미국의 담배회사가 홍보를 위해 만든 ‘세계의 통치자들’ 카드 시리즈에는 고종의 초상화 위에 태극기가 걸려 있다. 1904년 프랑스에서 러일전쟁을 소재로 제작한 보드게임에도 태극기는 청, 일본, 프랑스, 러시아, 독일 국기와 함께 담겨 있다.

1920년대 스페인 담배회사 ‘라 마스코타’가 제작한 상품 광고용 카드. 태극기 아래로 한국의 수도, 면적, 인구가 실려 있다.

고종 어진, 태극기 등으로 구성된 엽서. 고종 퇴위 이후에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특이한 점은 대한제국이 일본에 복속된 뒤에도 해외에서는 태극기 기념품, 엽서 등이 널리 유통됐다는 사실이다. 1910년대 독일의 코코아 광고 상품카드에는 한 조선인이 광화문 앞에서 태극기를 들고 선 그림이 그려져 있다. 1920년대 스페인 담배회사에서 제작한 광고용 카드에는 태극기와 함께 한국의 국명, 수도, 면적, 인구가 실려 있다. 이러한 태극기 기념품은 당시 서구인들에게 일종의 이국적인 문양으로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광복 이후 한반도에 주둔했던 미 해병대 군인이 소장한 가죽 패치. 태극기는 군복, 점퍼 등의 장식용으로도 사용됐다.

1904년 프랑스에서 제작된 보드게임. 러일전쟁을 소재로 했다.

희귀한 유물들을 공개한 저자 이병근씨는 1996년 도미한 컴퓨터 프로그래머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근무하는 그는 미국에서 자란 세 딸에게 한국의 문화를 알려줄 방법을 찾다가 태극기를 수집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경매 사이트 등지에서 태극기 유물을 검색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그는 현재 800여점의 태극기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셀렉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이 책의 감수를 맡은 이완범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참석했다. 이 교수는 “태극은 북송의 유학자 주돈이의 <태극도설> 등 중국의 영향을 받았지만, 이를 문양으로 만들어 사용한 것은 우리가 최초”라고 말했다.

사진제공 서울셀렉션

- 2015.06.22 경향신문, 백승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