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5-06-24 11:08
‘책 읽는 대학이 미래다’② 저작권 보호와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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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강의 그리고 출판의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한국학술출판협회-교수신문 공동기획‘책 읽는 대학이 미래다’② 저작권 보호와 강의

인터넷 시대로 깊숙이 들어가면서 이제 전통적인 ‘대학’은 더 이상 오프라인에 한정되지 않게 됐다. 이러한 조건은 아날로그적인 종이책 출판문화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됐다. 출판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조건, 그리고 이에 따른 지식 전수 방식(강의)의 변화 가능성에 의해 새로운 갈림길에 섰다. 특히 세계화는 강의(실)에서도‘저작권 강화’라는 변화의 바람을 불러왔다. 온라인 강의 확대와 저작권 보호와 같은 새로운 변화가 전통적인 학술출판에 위협요소가 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인가.

전통적인 강의라 하면 교수, 수강생 그리고 강의에 활용되는 교재나 학술서를 떠올릴 수 있다. 특히 강의에 교재를 사용하거나 출판물을 인용하는 일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수년 동안 출판은 강의와 밀접한 관계에 있었으나 출판 저작권자가 강의에 활용되는 저작물에 대해 합당한 보상을 받진 못했다. 앞으로는 이러한 문제가 말끔히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로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금(이하 수업목적보상금)’기준이 지난 2월 개정, 고시됐기 때문이다. 이는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공정한 이용을 도모하기 위한’저작권법에 따라 대학 강의에서 활용되는 출판, 영상 등의 저작권자에 대해 보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국내 및 해외의 공표된 저작물의 일부분을 배포, 복제, 공연, 전시 등의 형태로 이용할 수 있고, 저작물의 성질이나 이용 목적에 따라 전부를 이용할 수도 있다. 또한 자신의 저작물을 활용한 경우 저작권자로서 보상금을 분배받을 수도 있다.

수업목적보상금 도입으로 교수들은 저작권 침해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게 됐다. 대학에서 포괄방식으로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어 교수들이 강의에서 출판, 영상 등을 활용할 때 저작권자에게 사전허락을 받지 않아도 된다. 특히 강의에서 영상이나 디자인 등 저작물을 많이 활용하게 되는 예능계열의 경우는 저작권문제의 불안함을 해소해 한시름 놓는 분위기였다. 이상원 한성대 교수(애니메이션 전공)는 “학과 특성 상 외국작가의 작품을 보여줄 때도 저작권 문제가 늘 신경 쓰였고, 애니메이션에서 배경 음악을 사용할 때도 원저작자에게 전화해서 양해를 구하거나 저작권료를 지불했다”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원저작자에게 개별적으로 허락을 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형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누구의 저작물이 사용됐는지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다. 향후 보상금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 강의와 더불어 출판 콘텐츠도 확대
수업목적보상금에 대해 대부분의 교수들이 저작권 침해에 대한 불안을 덜고 강의를 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이대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저작물 침해에 대해 염려해 온 교수를 여러 명 봤다”며“보상금 기준이 마련돼 저작권 문제를 걱정하지 않고 강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수업목적보상금 도입으로 교수들은 강의에서 다양한 저작물을 합법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더불어 저작권자는 분배받은 보상금으로 다시 저작물을 창작할 수 있는 초석을 확보했다. 이는 저작물 발전으로 이어지고, 풍부한 저작물을 활용한 강의의 질은 향상되리라 예상된다.

“어제는 美하버드대의 강의를 들었고, 오늘은 빌게이츠의 특강을 듣는다.” 2012년 시작된 온라인 대중공개강의‘무크(Massive Open Online Course, MOOC)’가 확산되면서 강의의 개념도 변하고 있다. 미국에선 하버드대, 예일대 등 유수한 대학들이 강의를 일반에 공개했고, 수강생만 수천만 명에 달했다. 이젠 ‘세계 곳곳’이 강의실이 되고 인종·소속 불문 ‘누구나’ 강의를 듣는 수강생이 됐다. 서울대와 카이스트 등 국내 대학도 우수한 강의를 일반에 공개하며 무크에 동참하고 있다. 이대희 교수는 “대학에서 오픈소스를 활용하거나 온라인 강의를 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라고 귀띔했다.

물론 이러한 기회란 두 얼굴을 갖기 마련이다. 지식의 전달과 수용이란 측면에서는 혁명적이지만, 종래 ‘정보’의 축적지였던 책의 존재는 이 새로운 환경에서 심각하게 위협받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온라인 강의든 대학 강의든 지식의 축적은 ‘출판’이란 방식을 통해 책으로 집적되고, 이를 다시 강의에서 활용하는 나선형 발전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한다. 교재로만 강의하던 고전적인 강의 방식을 탈피한 대학 강의실의 변화는 출판 산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혹 온라인 강의 확산으로 교재를 활용하는 일이 줄어들어 출판에 타격을 주진 않을까.

한국학술출판협회 이사로 있는 박찬익 박이정 대표는 온라인 강의가 출판을 위협하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전자책 등 다양한 형태의 출판으로 이어지면 출판사도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다.한국전자출판학회 회장인 김기태 세명대 교수(미디어창작학과) 역시 “온라인 수강생은 수백 명에 달하기에 출판이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다만 그는 “수업목적보상금이 일반인에게 강의를 공개할 때도 해당되는지 불투명하다”라고 말해 수업목적보상금의 범위가 모든 사람에게 공개되는 온라인 강의에도 해당되는지의 여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간 강의의 발목을 잡아왔던 ‘수업목적보상금’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됨에 따라, 그리고 온라인 강의의 긍정적 측면의 발견에 따라 강의는 보다 넓게 확대되고, 강의 콘텐츠 또한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변화가 자동적으로 강의의 질을 담보해주지는 않겠지만, 여기에 ‘출판’의 전통적 역할이 새롭게 위치한다면, 인터넷 시대 강의와 출판은 공존과 공생의 가능성을 더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볼 수 있다. 즉, 물질적 조건이 가져온 강의의 질적 향상은 출판(책)의 형태로 축적되고, 이것이 다시 연구와 강의로 수렴되면서, 다시 새로운 강의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인터넷 시대의 온라인 강의는 전통적인 출판 형태를 위협하는 요소이긴 하나 동시에 새로운 형태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풍부한 콘텐츠와 수준 높은 강의는 학술출판 수준도 함께 향상시킬 것이다.

- 교수신문, 2014.09.15, 윤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