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5-06-24 11:22
‘책 읽는 대학이 미래다’⑦ 전자책은 어디로?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29860 [254]
책보다는 ‘디지털콘텐츠’ 개념 취할 때 가능성 풍부
한국학술출판협회-교수신문 공동기획 ‘책 읽는 대학이 미래다’⑦ 전자책은 어디로?

일본의 출판업계를 둘러싼 변화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이 질문에 정면으로 답하고 있는 것이 사사키 토시나오의 『전자책의 충격』이다. 저자는 킨들과 아이패드의 장단점을 열거한 다음, 이 회사들이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를 상세하게 분석한다. 여기까지 읽으면 출판업계를 둘러싼 변화의 본질이 대략적이나마 보일 것이다. (……) 전자책은 책의 유통과 독서 방법을 바꾼다. 그렇기 때문에 출판사도 도매상도 서점도 저자도 독자도 좋든 싫든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려 갈 수밖에 없다. 불안과 기대를 가지고, 다시 한 번 ‘책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 <주간 아사히> 2010년 6월 11일호


2010년 일본에서 출간된 사사키 도시나오의 『전자책의 충격: 책은 어떻게 붕괴하고 어떻게 부활할 것인가?』(한석주 옮김, 커뮤니케이션북스, 2010. 7. 원제는 『電子書籍の衝擊』)는 전자책으로 바뀔 수밖에 없는 책과 출판, 출판사, 서점, 저자의 생존 여부와 역학관계를 통찰했고, 과거에 안주하고 있는 일본의 출판, 유통업계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지적해 출간과 동시에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비슷한 시기에 국내에서도 전자책을 주제로 한 책이 출간됐다. 『전자책 빅뱅: e-북 르네상스』(이용준 외 지음, 이담북스, 2010. 5)으로, 저자 4명이 문화체육관광부의 전자출판산업 육성 정책연구 TFT의 위원과 부서 담당자였다. 『전자책 빅뱅』은, 공동 저자들이 몇 달 동안 TFT에 참여하면서 외국에 비해 전자책 시장 반응이 미진한 국내 현실을 직시, 국내 전자책 시장의 활성화에 일조하고자 집필한 책이다. 출판계와 전자책에 관심 있는 업계 관계자에게는 최신 정보와 사업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일반 독자에게는 전자책을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목적으로 구성했다.


2014년 전자책의 향방을 따지는 자리에서 2010년의 두 책을 환기한 이유는 뭘까. 당시 일본 등 출판강국에서 ‘전자책’을 바라보는 시선이 새로운 매체 환경의 변화에 따른 ‘불안과 기대’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었다면, 국내의 시선은 ‘전자출판산업 육성 정책’ 연장선에서의 고민이 묻어나는 쪽이었음을 단순히 확인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오히려 2010년의 국내 출판계와 정부의 ‘불투명한 기대’가 여전히 질적 변화 없이 되풀이되고 있거나, 또는 일부 대학출판부 관계자들이 지적한 것처럼, 전자책의 가능성을 도무지 따질 수 없어 진입을 망설이고 있는 현실을 일단 인정하기 위해서라고 하는 게 적절할 듯하다.


이러한 현실은 오픈 강의가 확대되고, 대학 강의 현장이 디지털 방식으로 재구성되는 것과 관련해 어디서부터 문제를 풀어가야 할지를 시사한다. 알라딘이나 예스24등 대형 인터넷 서점을 보면, 어김없이 ‘e-book’ 코너가 책 정보란에 제공된다.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다운받아 활용할 수 있지만, 문제는 마땅히 볼만한 전자책이 없다는 데 있다.


출판사들의 결단이 없는 건 아니다. 2014년 6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아카디피아(www.acadepia.com)’는 학술전자출판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기존 전자책이 주로 실용서, 에세이, 소설, 만화 등의 장르가 주를 이뤄온 것과 달리, 아카디피아는 학술도서 전문출판사의 도서를 중심으로 서비스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웹 서비스 이외에 Andrid, IOS 기반의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다양한 모바일 기기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경제·경영, 기술공학, 과학, 사회과학, 인문, 역사문화 등 15개 분야에서 1천538권의 전자책을 서비스하고 있다.


박찬익 학술전자출판협동조합 이사장(박이정 대표)은 “최근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전자책의 발전은 전자 매체를 통한 또 다른 학문 발전의 기회라고 볼 수 있다. 대형 유통사를 통하지 않고 출판사들이 뜻을 모아 설립한 학술전자출편협동조합은 연구자들이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자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웹과 다양한 모바일 환경을 겨냥한 아카디피아와 같은 새로운 미디어 방식도 있지만, 환경은 녹록치 않다. 일부에는 10여년전 ‘음반사업 시장’에 불어닥쳤던 ‘파일 다운로드’ 현상으로부터 출판계가 뭔가 학습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한다. 분명히 거기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 있겠지만, 음악파일과 전자책은 미디어의 특성이 꽤나 차별된다. 더구나 지금은 출판경기가 바닥으로 곤두박질한 상태여서, 과감한 전자책 진입을 말하기도 어렵다.


과연 한국출판가에서 ‘전자책’은 계륵일까. 전자책으로만 기획하고 출판하는 첫 번째 출판사이자, 전자출판만으로 벤처인증을 받은 첫 사례를 기록한 i-epub의 김철범 대표의 말은 곱씹어볼만하다. 일단 그는 ‘출판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가 아니다. IT출신인 김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출판이란 게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인데, 그 방식에 새로운 게 출현한 것이 바로 전자책이다. 종이책은 종이책대로 계속 갈 것으로 보인다.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전자책은 종이책을 보완하는 보완재이자, 새로운 미디어로 이해해야 한다.”
김 대표는 “해외에서도 한국을 주시한다. 모바일 환경이 뛰어나서 과연 한국의 전자책, 디지털 콘텐츠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깊게 쳐다보고 있다”라고 말한다. 그는 국내의 한 수학 콘텐츠 회사의 미국 약진을 예로 들었다. 수학을 가르치던 이들은 디지털시대로 넘어오면서 종이로 할 수 없는 것들, 선생님이 해줄 수 없는 것들, 디지털 장점을 살리는 방향을 고민하다가 3년에 걸쳐 한 수학 콘텐츠를 새롭게 만들어냈다. 이 서비스는 지금 미국 지역의 2/3가 사용하고 있을 정도가 됐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사례라는 것이다.


김철범 대표는 한 가지 중요한 ‘아이디어’를 건넸다. “전자출판이란 개념 자체를 바꿔야할 것 같다. DCP(Digital Contents Publishing)를 번역한게 ‘전자출판’인데, 이 용어는 개념을 협소하게 한다. 이제는 미디어들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시대다. 다른 관점에서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전자책’보다는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개발이라는 관점 말이다. 모바일 환경을 의식하고 여기에 대응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개념을 달리해서 접근하는 게 첫 번째 할 일이라고 본다. 텍스트가 기본이 되고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를 만드는 게 출판사들에겐 좋은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전자책은 ‘디지털콘텐츠’의 지평과 맞닿아 있는 방향성이란 얘기다. 이는 대학의 지식 탐구와 교환 방식, 도서관의 역할, 오픈 강의의 환경 변화와도 직접 연결된다는 뜻이다. 전자책은 출판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식 획득과 활용의 차원에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영역이 됐다.

- 교수신문 2014.11.04 최익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