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6-05-02 13:50
피카소 꿈꾸는 미술 학도들의 보물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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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이 살아있다][13] 대구 아트도서관

- 국내 첫 미술 전문 도서관
무게 30㎏ 800만원짜리 화보집 등 전 세계 희귀본 서적들로 가득

서가 곳곳에 그림·조각품도 전시… 서적상 출신 관장이 私財로 운영

대구시 수성구 만촌보성타운아파트 상가 지하에는 보석 같은 공간이 있다.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미술 전문 도서관인 아트도서관이 이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2007년 7월 개관한 이 도서관은 미술전공자나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겐 보물창고와 같은 곳이다. 500여㎡(약 151평)의 공간에 순수미술부터 건축, 디자인, 인테리어, 패션, 사진, 공예, 서예, 애니메이션, 만화에 이르기까지 미술과 관련된 2만여종의 책 8만7000여권과 자료가 빼곡하다. 책·자료의 가치를 액수로 따지면 5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희귀 서적 수두룩한 보물창고

50석 남짓한 열람석은 서가 곳곳에 흩어져 있다. 책 한 권의 무게가 10㎏에 이르는 무거운 책도 있어 이용객이 서가와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대구‘아트도서관’ 허두환 관장이 2001년 당시 2000부 한정판으로 발간됐던 책 ‘모던아트’ 중 에두아르 마네(Manet)의 누드화 ‘올랭피아’를 펴 보이고 있다.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에 있는 마네의 걸작을 실제로 보는 것처럼 색감이 뛰어나다.
대구 ‘아트도서관’ 허두환 관장이 2001년 당시 2000부 한정판으로 발간됐던 책 ‘모던아트’ 중 에두아르 마네(Manet)의 누드화 ‘올랭피아’를 펴 보이고 있다.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에 있는 마네의 걸작을 실제로 보는 것처럼 색감이 뛰어나다. /김종호 기자


아트도서관의 장서는 국내에서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도 쉽게 볼 수 없는 희귀본이 수두룩하다. 다른 곳에서 좀처럼 구하기 힘든 책이나 자료들도 적지 않다. 2010년 미국 풀만출판사에서 펴낸 '성미술(聖美術·Ars Sacra)'은 서구 기독교 건축과 미술을 망라한 책이다. 세계적인 아트북 전문 출판사인 타센이 펴낸 무게 9㎏의 미켈란젤로 작품집도 빼놓을 수 없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눈으로 실제 작품을 보는 듯 선명하고 생생한 그림이 펼쳐진다.

지난 2001년 이탈리아 아트미디어 출판사가 19~20세기 최고 그림을 엄선해 펴낸 2000부 한정판 '모던 아트'는 발간 당시 가격만 800만원에다 무게는 30㎏에 이른다. 19세기 미국에서 펴낸 성경은 시가가 1600만원 상당으로, 지금은 현지에서도 찾기 어려울 정도의 희귀본이다. 도서관 곳곳엔 그림이나 조각품 등 미술 작품들이 있어 예술 감상의 즐거움까지 선사한다.

◇"토털 아트도서관 만드는 게 꿈"


대구 아트도서관 개요표

아트도서관은 허두환(56) 관장의 집념과 인내로 만들어졌다. 그는 30여년간 외국 학술서적을 수입해 판매하는 서적상이었다. 미술 분야에 관심이 많아 10년 전 아트도서관이 있는 상가 1층에 주노 아트갤러리를 열면서 화랑업에 진출했다. 지금도 대구화랑협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미술 관련 책이 5만권 이상 모이자 아트도서관 설립을 꿈꾸기 시작했다고 한다. "평소에도 누군가 미술 관련 책과 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책이 어느 정도 모여 일을 저질렀죠."

하지만 한 달 평균 1000만원에 이르는 도서관 운영비는 부담이다. 도서관 열람료로 3000원을 받고, 여분이 있는 책이나 자료를 판매해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해 허 관장이 사재를 털어 운영비를 대고 있다.

이런 사정을 아는 대구 미술계는 작년 12월 5일부터 올 연말까지 이 도서관 한쪽에서 '아트도서관 후원전'을 열고 있다. 30만원을 후원금으로 내면 피카소나 마티스 등 유명 화가의 작품을 오프셋 인쇄한 판화 작품을 증정하고 있다. 허 관장은 "이 도서관을 미술과 음악, 미술과 문학 등 장르를 연결하는 세계적인 토털 아트도서관으로 만드는 게 꿈"이라면서 "이 길을 평생 가야 할 운명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아트도서관의 모든 책은 원칙적으로 열람이 가능하지만 대출은 안 된다. 대신 책을 촬영할 수는 있다. 매주 토·일요일은 휴관한다.



- 조선일보. 박원수 기자. 2016.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