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6-05-18 14:17
초등교사 일기로 본 한국 현대사… 청주 금계리 곽상영 교사 64년간의 기록 ‘금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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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 교원 발령 통지서가 왔다 철난 이후 처음이다… 기쁜 일로서”

“철난 이후로 처음이다. 기쁜 일로서 그렇다. 오늘같이 기뻐한 날이 몇일이나 될까, 학교를 졸업하고 하루 한시를 머릿속에서 희망을 서리고 있든 교원생활, 도에서 채용의 발령통지가 온 것이다. 부임하라는 통지이다. 보은 삼산(三山) 공립국민학교로 가라는 것이다. 통지서를 가슴에 붙이고 기도를 올렸다. 남모르게 넓고 깊은 부모님의 덕, 선생님의 덕이 않이고 무엇일까? 집에를 가니 어버지께서도 기뻐하시드라. 집안 어른들도 기뻐하여 주시드라.”

1941년 9월 29일자 일기다. 일기의 주인공은 곽상영(1921∼2000)씨로 교사로 발령받은 순간의 감회를 적은 것이다. 충북 청주시 옥산면 금계리 출생인 그는 46년간 청주 일대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다 정년퇴직했다.

곽씨는 16세이던 1937년부터 세상을 떠난 2000년까지 64년 동안 일기를 썼다. 그가 쓴 일기가 ‘금계일기’라는 책으로 묶여 나왔다. 총 3권 분량이며, 먼저 두 권이 출간됐다. 개인기록을 통한 현대사 재구성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전북대 ‘SSK 개인기록과 압축근대연구단’이 세 번째로 펴내는 ‘개인기록연구총서’다. 앞서 나온 ‘창평일기’(전4권)와 ‘아포일기’(전5권)가 각각 전북 임실과 경북 김천의 농민생활사를 보여주는 농민일기라면, ‘금계일기’는 청주를 배경으로 한 교사일기라고 할 수 있다.

‘금계일기’는 교사로서의 생활과 10여명의 가족을 책임진 가장으로서의 삶이 중심 주제를 이룬다. 특히 일제강점기 교사로 첫 발을 디딘 후 해방과 전쟁, 4·19혁명, 군사쿠데타 등 역사의 격동기를 거치면서 목격한 학교와 교육, 교사의 변화상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 국민일보. 2016.5.18. 김남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