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6-05-18 14:19
[우리 그 얘기 좀 해요-문화계 팩트체크] 온라인서점 ‘중고책방’ 진출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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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서점 알라딘이 지난달 서울 지하철 잠실역 안에 24번째로 문을 연 중고서점 ‘알라딘 잠실롯데월드점’. 아래 사진은 예스24의 1호 중고서점인 ‘예스24 강남점’으로 지난 4월 1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 250평 규모로 오픈했다. 알라딘·예스24 제공


24개 중고책 매장 보유 알라딘 이어 예스24도 지난달 강남역에 오픈


Q : 온라인서점들의 중고서점 사업을 어떻게 봐야 할까? 알라딘에 이어 예스24가 중고책방 사업에 뛰어들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책을 싸게 살 수 있는 창구가 생겼다고 반기는 분위기지만, 출판계는 도서시장과 출판생태계를 교란한다며 우려하고 있다.

A : 예스24는 지난해 매출액 3586억원, 영억이익 152억원이 되는 국내 최대 온라인서점이다. 예스24는 지난 4월 서울 강남역 근처에 중고서점 ‘예스24 강남점’을 오픈하면서 “바이백 서비스(다 읽은 책을 되파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증가함에 따라 중고도서를 직접 보고 구입하고자 하는 니즈가 있어서 오프라인 매장을 고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1년부터 중고서점 사업을 시작한 알라딘은 현재 전국에 24개 매장을 두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2400억원 중 400억원 안팎이 중고서점 매출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관상으로는 두 온라인서점이 새로 성장하는 중고서점 사업을 두고 경쟁체제에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점업계 최강자인 교보문고는 중고서점 사업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교보문고 측에 따르면 중고서점은 크게 이익이 나는 분야가 아니다. 시내 중심가에 매장을 구해야 되고 직원들도 여러 명 둬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꽤 많이 나간다. 알라딘도 아직 손실이 나는 매장도 있다고 인정한다. 그런데 왜 예스24는 중고서점 사업에 뛰어든 것일까?

한 출판사 대표는 “서점 진출은 온라인서점들의 숙원 사업이었다”며 “온라인서점들이 중고서점을 통해 서점 진출의 뜻을 이룬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온라인서점들의 중고서점은 점점 더 일반 서점과 비슷한 공간으로 진화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점이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온라인서점들은 그동안 서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중고서점이라는 틈을 발견한 것이다. 중고서점은 서점이 아니라 고물상으로 등록되기 때문이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가 중고서점을 “사실상의 우회 상장”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온라인서점들은 오프라인 매장을 갖게 됨으로써 소비자들을 만나고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매출에도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기존의 영세 헌책방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하다. 서점이나 출판사의 도서 판매량을 감소시킬 가능성도 있다. 새책을 사야할 소비자들이 중고책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출간되지 얼마 되지 않은 책들이 중고서점에서 싼 가격에 대량으로 유통될 경우 신간 판매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해볼 문제는 중고서점이 도서정가제를 교란할 수 있다는 우려다. 도서정가제는 도서의 할인 판매율을 10%로 묶어 가격 경쟁 대신 품질 경쟁을 유도한다는 취지로 지난 2014년 11월 말 시행됐다. 소비자들은 책을 싸게 파는 걸 왜 금지하느냐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출판계에서는 할인 경쟁을 안 해도 된다며 대체로 지지하는 편이다.

중고서점은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발생한 가격 불만을 파고든다. 중고서점은 1만5000원짜리 신간을 7000원이나 8000원에 구매한 뒤 1만원에 되팔고 있다. 중고서점들이 새책이나 다름없는 책들은 정가보다 30∼40% 낮은 가격에 공급한다면 도서정가제는 사실상 무력화되고 만다. 실제로 알라딘이나 예스24 중고서점들에서는 출간된 지 1년 이내의 책들을 따로 모아 눈에 띄는 자리에 배치하고 있다. 중고서점들이 할인 판매의 창구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 단행본 출판사들의 모임인 한국출판인회의는 조만간 온라인서점의 중고서점에 대한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이들은 중고책을 ‘출간된 지 1년이 지난 책’ 등으로 정의해 중고서점이 신간을 유통하는 것은 반드시 규제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도서관에도 1년이 안 된 책들은 납품하지 말아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신간이 팔려야 출판사들이 계속 새로운 책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 국민일보. 2016.05.16. 김남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