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6-07-12 09:10
[발언대] 국가기록물 1억건, 디지털 기술로 축적·활용을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7/10/2016071001865.htm… [223]

기록은 역사의 지문이다. 지문이 개인의 고유하고 유일한 문양이듯 기록은 그 시대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색채와 향기를 뿜는다. 역사의 지문은 우리가 기록에 부단히 말을 걸 때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독도가 간직해온 진실도 오래된 고지도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오늘날을 사는 우리는 어제의 기록을 역사의 틀에만 가두지 말아야 한다. 기록이 지나간 과거로만 치부되거나 혹은 오래된 것에 대한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 기록은 살아 있는 역사로 우리의 과거를 바로 알게 해 주면서 동시에 미래를 위한 길을 알려주는 지표다.

우리는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가 의사결정을 내리는 모든 과정은 디지털이라는 문명의 이기를 통해 기록된다. 이 기록들은 결국 역사가 될 것이고, 언젠가 세계가 가치를 인정하는 기록유산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막대한 양의 디지털 기록들을 어떻게 남길 것인가이다.

ICT(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내일을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고, 디지털 기록은 변화에 의존적일 수밖에 없는 태생적 속성을 지닌다. 따라서 이제는 기존의 단순한 환경적 보존 기능 외에 디지털 환경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적하며 상황에 맞는 대응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요즘 뜨고 있는 빅데이터 분석과 알파고의 인공지능도 체계적인 데이터의 축적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공공기록물을 관리하는 국가기록원은 현재 약 1억 건의 기록물을 보유하고 있고, 이 막대한 양의 자원을 어떤 식으로 국민에게 제공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오는 9월 5일부터 10일까지 '2016 ICA(국제기록관리협의회) 서울총회'가 열린다.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권위의 기록관리 축제다. 190여 개국 2000여 명의 기록관리 전문가들이 서울에 모여 인류의 기록 자산을 어떻게 축적하고 활용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한다.


올해 행사는 세계적인 ICT 강국인 대한민국에서 개최되면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대회는 디지털 기록을 오래도록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한 각 나라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한다. 아무쪼록 이번 행사가 디지털 시대에 우리나라 기록 관리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조선일보. 김성렬 행정자치부 차관·ICA서울총회 준비기획단장. 2016.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