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6-08-30 09:51
한중 출판 교류 새로운 도약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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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회 베이징 국제도서전 참관기

거대함이 새로움을 통해 더 거대해진다. 새로움은 거대함을 힘입어 더 새로워진다. 규모와 혁신이 서로 디딤돌을 이루어 성장의 높이를 지속한다.

꿈결 같은 시절엔 모두가 열정으로 가슴이 타고 상상력이 빵처럼 부푼다. 천재가 천사를 만나면서, 접힘에서 펼침의 세계를 조감하고 현실에서 가능의 기적을 이룩한다. 이것이 지금의 베이징이다.
세상이 근심 없이 배를 두드리는데, 출판이 어찌 땅을 때려 크게 화답하지 않으랴. 지난 24일부터 28일까지 열린 제30회 베이징 국제도서전은 자신감으로 한껏 고양된 중국 출판의 현 단계를 뚜렷이 보여주었다. 종합관, 아동관, 해외관 등 6곳으로 나누어진 전시장 총 면적은 7만 8,600㎡로 지난해보다도 약 20% 확장되었다. 해마다 면적이 커지고 있다. 출판사도 2,400여 곳이 참여해 약 4.5%가 늘고, 전시 도서도 무려 30만 종에 달했다. 명실상부하게 아시아 최대 도서전으로 자리 잡았다.
베이징에 온 것은 다섯 해 만이다. 그래서 변화가 더 크게 다가왔을 수 있다. 콘텐츠는 ‘인민 스타일’을 시나브로 넘어서고, 만듦새는 비약을 거듭해 세련을 완전히 얻었다. 대국이 일어서는 데(屈起ㆍ굴기)에서 다만 그치지 않고, 세상을 한 줄로 연결하면서(一帶一路ㆍ일대일로) 밖으로 나가자(走出去ㆍ주출거)고 곳곳에 전략 표어를 붙여서 호령하는 까닭이 있었다. 전 세계 출판산업의 불황을 아랑곳하지 않는, 중국출판의 수직 상승은 경이로울 정도다. 2015년 종이책과 전자책을 합친 중국의 서적 판매액은 약 10조 4,585억원에 달한다. 전년보다 12.8% 성장한 수치다. 도서관 및 기관의 도서 구입비 약 2조 6,226억원은 별도다. 출판계 관행에 따라 두 가지를 합치면, 약 13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지난 10여 년 동안 매년 10~15% 정도 성장한 결과다. 미국보다는 아직 작지만 독일을 이미 추월해서 세계 제2위에 올라섰다.
중국 출판산업의 성장을 이끄는 동인 중 하나는 해외와의 긴밀한 합작이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후 서서히 가속이 붙어온 중국의 해외서적 번역 출판에 일대 전환이 생겨난 것은 2011년이다.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이 중국 시장에서 거대한 성공을 거두면서 해외 소설 작품 번역이 극도로 활성화되었고, 지난해엔 ‘연을 쫓는 아이’가 그 열풍을 이어갔다. 한국문학이 중국에 진출하려 할 때, 민중들의 소박한 삶에 대한 강렬하면서도 신선한 서사적 탐구가 깊이와 기품을 동시에 갖춘 이 소설들은 무척 중요한 참조가 된다.

한국 출판의 기여도는 아동 출판 분야에서 컸다. 중국 베스트셀러 리스트를 오랫동안 싹쓸이했던 ‘살아남기’ 시리즈를 비롯한 각종 학습만화, 한국 출판의 중요 특장이었던 각종 아동전집류의 판권이 수출되어 수백만 부씩 중국에서 팔려나갔다. 그 결과, 한국은 해외 판권 수출입에서 중국의 최대 파트너가 되었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한 자녀 정책’을 공식 폐기하면서 아동 출산 붐이 일어나는 중인 데다, 이들 신세대 부부들이 경제성장에 따른 여유자금을 자녀교육에도 기꺼이 쏟고 있고, 도서전에 ‘아동관’을 따로 마련할 만큼 관심도 크므로 한국출판계로서는 투자를 집중할 당연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한중 출판 교류의 미래와 관련해 이번 도서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중국 출판사들이 저작권 거래 형태가 아니라 세계화 2.0 시대에 걸맞게 상호투자, 공동개발, 제휴, 인수합병 등을 포괄하는 합작이라는 개념을 제언했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에 수출할 규모 있는 콘텐츠가 서서히 고갈되는 중인 한국 출판에 흥미로운 시사를 제공한다. 이와 관련한 한중 출판인 사이의 실질적 교류와 투자가 시험적으로라도 조속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둘째, 이번 도서전에서 ‘읽기체험관’을 신설하여 운영했다는 점이다. 이 체험관에는 종이책과 전자책을 넘어선 체험을 제공하려는 새로운 형태의 책(증강현실 책, 가상현실 책, 오디오북, 토이북 등)이 독자들에게 공개되었다. (종이)책과 디지털 기술이 만난 융복합 서적은 정체에 빠진 출판의 활로를 열어주므로 한국 출판의 미래와 관련해서도 깊은 관심을 요한다.

(사진) 24일부터 28일까지 아시아 최대규모의 도서전인 '2016 베이징 국제도서전'이 열린 베이징국제전람센터 전경. 장은수 제공

- 한국일보 2016.08.30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