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6-09-19 10:08
[지평선] 색깔 있는 서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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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 역삼동에 갔다가 우연히 ‘최인아 책방’이라는 작은 안내판을 보았다. 카피라이터 출신으로 제일기획 부사장을 지낸 최인아씨가 서점을 냈다는 기사를 읽었던 터라 잠시 시간을 내 책방을 찾았다.

계단을 걸어올라 들어선 서점은 바닥이 마루로 돼있고 천장이 높아 고풍스럽고 우아한 분위기가 났다. 피아노곡을 들으며 편하게 앉아 커피까지 마실 수 있으니 서점이면서 카페라 할 수 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최인아씨와, 서점을 함께 연 정치헌 디트라이브 대표의 선배와 친구들이 추천한 책을 한쪽 벽 가득 채운 것이다.

▦ 김낙회 전 제일기획 대표는 ‘그리스인 조르바’를, 이정원 제일기획 콘텐츠 큐레이터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역시 제일기획에서 일했던 김종필씨는 ‘코스모스’를 각각 추천했다. 책에는 추천의 이유 등을 적은 카드가 꽂혀 있는데 그 글을 읽는 것 또한 작은 즐거움이다. 이렇게 읽으면 좋을 책을 따로 추려 독자에게 추천하는 것이 이 서점의 가장 큰 특징이다. ‘관촌수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등 책방 주인 두 사람이 즐겨 읽은 책을 따로 모아 방문객이 읽을 수 있게 한 것도 돋보였다.

▦ ‘최인아 책방’ 외에도 자신만의 색깔을 담은 서점이 최근 늘고 있다. 소설, 여행서, 그림책 등 장르별 특화 서점이 있는가 하면 책을 읽으며 숙박을 하거나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서점도 있다. 개그맨 노홍철, 인디 가수 요조, 시인 유희경도 개성 있는 책방을 냈으며 작가 금정연과 김중혁은 서점 기행서인 ‘탐방서점’을 발간했다. 동네 서점이나 작은 책방을 표시한 지도가 만들어졌고 여름 휴가를 이들 서점에서 보내자는 류의 특집기사도 언론에 실렸다. 개성 있는 작은 서점의 출현은 이렇게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굳어지고 있다.

▦ 이들 서점은 대형 서점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책을 갖춘 데다 독서모임과 강연 등을 통한 문화공동체를 이루고 독자의 다양한 문화적 욕구에 부응하려 노력한다. 문제는 수요층이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은 2015년 기준 연 9.1권을 읽으며 독서시간도 평일 22.8분, 주말 25.3분에 불과했다.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서적구입비는 1만6,623원에 그쳤다. 아무리 개성 강한 서점이라도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어려움을 이기려면 서점의 창의력뿐 아니라 독자의 호응 및 관심이 필요하다.

- 한국일보 2016.09.19 박광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