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01-04 15:04
‘송인서적’ 부도에 동네서점 치명상…“출판기금 있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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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 3일 오전 송인서적의 모습. 입구가 굳게 닫혀 있다. 한국출판인회의 제공
(사진: 아래) 3일 오전 경기도 파주 송인서적에 출판 관계자들이 모이고 있다. 출판계는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국출판인회의 제공



책 도매 2위 업체 부도에 출판계 ‘충격’
IMF 줄도산 때보다 위기 탈출 쉽지 않아
낡은 영업방식, 정부 무관심·무책임 지적


새해 벽두 대형 서적도매점 송인서적의 부도가 장기불황 속에서도 문학과 과학, 여성학 분야 등의 도서들 활기에 힘입어 기대치를 높여가던 출판·서점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매출 1위 북센에 이어 연간 매출 규모 500억~600억원에 이르는 국내 2위 서적도매점인 송인이 2일 1차 부도를 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출판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단행본 출판사들 모임인 한국출판인회의 관계자는 “송인과 주로 거래해온 1인출판사 등 군소 출판사들이 700개가 넘는데, 심각한 타격이 무엇보다 걱정된다”고 말했다. 송인으로 거래창구를 단일화한 ‘일원화 출판사’들만 수백개에 이르고 이들 중에는 출판사별 피해 규모가 2억~3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이는 중견 출판사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서점의 경우, 송인의 주요 도서 공급 지역인 강원·충청 등의 지역 중소 동네서점들과 새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늘어난 새로운 형태의 실험적인 동네서점들이 특히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3일 오전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한 출판인회의는 윤철호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가 채권단 구성을 위해 송인 쪽과 교섭에 나섰다. 출판계에서는 채권단 구성 이후 창고(재고 규모 약 35억~40억원) 개방 등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청산 또는 회생 방안을 강구하는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그러나 1차 부도에서 막지 못한 어음이 80억원, 최종부도 처리될 경우 예상 피해액이 최대 200억원, 그리고 ‘문방구 어음’이라는 자가어음만 월 1억3000만~1억5000만원씩 돌아오는데다 은행 부채도 5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회생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룬다.

출판계에서 이번 부도사태는 심상찮은 징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997~98년 외환위기(IMF) 때 업계 1위 보문당 등 서적 도매상들이 부도가 나면서 수백개의 서점·출판사들이 연쇄 줄도산했기 때문이다. 당시 송인 또한 부도가 났지만 출판계의 지원 속에 회장이 사재를 털어 기사회생한 바 있다. 김대중 정부의 출판계 500억원 긴급 자금 지원도 위기를 넘기는 데 보탬이 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 모두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업계 안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어려움을 분담하자는 동정론과, 아직도 문방구 어음을 끊는 “구닥다리” 영업방식을 고수해온 데 대한 비판론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 송인이 2일 출판영업인협의회 사이트를 통해 “부득이 2017년 1월2일 부로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알린 뒤 곧바로 송인의 소매서점 공급 마진이 5%에 지나지 않는다며 업계 전체가 공생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과 4차 산업혁명을 말하는 시대에 아직 낙후된 영업방식을 갖고 있다는 비난이 동시에 터져나왔던 것이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소장은 “(도매점을 거치지 않는) 직거래가 발달하고, 물류창고도 출판사들이 자체 확보하는 등 도매점 의존율이 낮아진 시대변화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서점과 대형서점 위주로 출판·서점계가 재편된 것도 큰 변화였다. 비중이 큰 교육방송(EBS)의 참고서를 방송사가 자체 공급하는 독점적 시스템도 도매점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출판계에서는 정가제 보완 등 도서정책의 문제를 나몰라라 한 정부의 무관심과 책임 방기를 질타하는 소리가 높다. 출판인회의 성의현 부회장(미래의창 대표)은 “아이엠에프 사태 때 출판계가 5000억원의 출판기금 조성 등을 포함한 출판도서 진흥기구 설립을 정부에 촉구해 설립된 것이 바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라며 “그러나 정작 정부는 낙하산 인사를 일삼는 등 진흥원을 출판계 통제의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는 듯한 의심을 샀을 뿐, 출판기금 조성에는 무관심했다”고 말했다. 출판기금이 조성돼 있었다면 이번 ‘사태’도 사정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한겨례신문. 한승동 선임기자. 201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