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01-04 15:06
[한겨레 사설] 출판계 연쇄도산 우려 키우는 ‘송인서적 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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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서적도매상 송인서적이 부도를 냈다. 그렇잖아도 몇 년째 불황을 겪고 있는 출판계로서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송인서적은 2일 만기가 된 어음 50억원어치를 막지 못했다. 송인서적이 발행한 어음은 200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2차, 3차 파장이 일 것이 확실하다. 송인서적은 1998년에도 부도를 냈으나 회사 쪽의 사재 출연과 출판계의 협력으로 기사회생한 바 있다. 당시 온 나라를 강타한 외환위기 여파와 겹쳐 출판계는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부도로 피해를 입은 출판사는 2000곳이 넘는다고 한다. 피해가 집중된 곳은 연 매출액 10억원 안팎, 10인 이하의 중소형 출판사들이다. 특히 송인서적에 도매 유통을 일원화한 1인 출판사 400곳이 직격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형 출판사들은 송인서적의 부도 가능성에 대비해 진작에 현금결제로 바꿔 피해가 많지 않았다고 한다. 4개월짜리 어음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받아온 작은 출판사들이 주로 피해를 본 셈이다.

송인서적 부도사태의 근본 원인은 출판계의 장기 불황이라고 할 수 있다. 출판은 문화산업의 인프라이고 정신문화의 요람이다. 또 작은 규모의 출판사들이 오로지 출판인력에 의지해 산업활동을 하는 곳이라 규모에 비해 일자리 창출이 많은 곳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이래 출판계는 정부로부터 보호나 지원은 받지 못한 채 오히려 감시와 간섭의 대상이 됐다. 진보·개혁적 담론의 생산지라는 이유로 외면을 당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 말기에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으로 개편했지만 이 기구가 출판문화의 진흥이라는 제 기능에 충실했다고 보는 출판인은 별로 없다. 최근에는 출판진흥원의 이사를 선임하는 데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이 ‘사상검증’을 벌여 마음에 들지 않는 후보들을 탈락시켰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송인서적 부도가 출판계의 연쇄 도산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더 큰 사태가 나기 전에 중소 출판사들의 어려움을 헤아려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개별 회사의 부도 문제이니 알아서 하라고 손 놓고 있을 일이 아니다. 1998년 유통대란 때도 정부는 출판사들에 직접 지원을 한 바 있다. 출판인들은 서둘러 수습책을 마련하고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한겨례신문. 201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