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01-09 09:40
부활한 서점 일번가…`종로 新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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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 사진설명종로서적
(사진 아래) 광화문 교보문고(위), 영풍문고 종로본점


식음료 늘리고 공간구성 신경쓴 교보
국내최대…만화·키덜트 강화한 영풍
탁트인 층고·큐레이션 매대 종로서적


"종로서적에 관한 옛 추억이 많은데,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워 일부러 찾아왔다." 책을 고르고 있던 40대 직장인 박형주 씨의 말이다. 3일 오후 종각 사거리 종로타워 지하 1층에 자리 잡은 종로서적은 인파로 북적이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23일 14년 만에 종로서적이 돌아오면서 종로가 다시 '서점 일번가'로 주목받고 있다.

이 작은 서점이 국내 오프라인 서점의 간판주자인 교보문고 광화문점과 영풍문고 본점과 함께 '신(新) 서점 삼국지'를 이끌 기세다.

때마침 교보문고는 지난해 12월 16일 내부 식음료공간을 리모델링하는 작업을 마치고 서점 전 공간을 다시 오픈했고, 영풍문고는 지난해 9월 9일 대규모 리모델링을 마쳤다. 세 곳을 직접 둘러보니 종로서적은 '큐레이션', 교보는 '쓰타야식 공간 구성', 영풍문고는 '키덜트·만화 섹션' 등의 장점이 눈에 들어왔다.

종로서적은 엄밀히 말해 구(舊)종로서적의 부활이라고 할 순 없다. 1907년 서울 종로2가에 문을 연 종로서적은 한 세기를 버티며 종로를 서점 일번가로 이끈 문화사적 유산이었지만 2002년 폐점했다. 그러다 지난 9월 폐점한 대형 서점 반디앤루니스에 새로운 종로서적이 입점했다.

장덕연 옛 종로서적 대표가 "종로서적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하면서 잡음이 일기도 했지만 위치와 공간 배치가 다른 이 서점을 많은 독자들이 방문하고 있다.

아담했지만 특색 있었다. 1000㎡(300평) 규모에 6만종, 10만권의 책이 진열됐다. 2층 높이의 탁 트인 층고와 서점 입구 쪽 로비의 큐레이션 매대부터 눈에 띄었다. '20대 여성을 위한 책'으로 '혼자있는 시간의 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가 추천되고, '광장의 부활'이라는 매대에는 '시민의 교양' '혁명' 등의 책이 놓인 식이다. 중형 서점으로는 이례적으로 3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대형 독서대와 1인용 독서공간까지 마련돼 독자들이 편히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내부를 꾸몄다. 반디앤루니스에서는 서가로 쓰이던 공간에는 대규모 식음료 매장이 입점했다. 백미당, 주시브로스, 까페마레 등 인기 프랜차이즈가 서점과 경계 없이 들어섰다.

종로 서점 삼국지는 공교롭게도 '책도락'이 아닌 '식도락(食道樂)' 경쟁이 가장 치열한 형국이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지난해 말 공사로 식음료 공간을 대거 확충했다.

회전스시, 한식당, 과일주스 전문점 등을 서점 내부로 들인 것. 이곳은 8595㎡(2600평)의 공간을 2015년 말 3차 리뉴얼 후 30만종, 45만권으로 과거보다 장서를 5만권 줄이고, 명물이 된 카우리 10만년산 소나무 독서테이블을 놓으면서 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영풍문고 종로본점은 리뉴얼 후 국내 최대 규모 서점이라는 타이틀을 확보했다. 1만585㎡(4500평) 면적에 45만권을 구비했다. 리뉴얼 후 가장 크게 바뀐 점은 서점 곳곳에 카페식 소파를 비치해 독서 공간을 늘린 점. 복층인 매장을 지하 1층은 도서 매대로, 지하 2층은 스타벅스 등 식음료 코너와 유아동 도서· 만화·키덜트 섹션으로 꾸몄다. 50m가 넘는 서가가 만화로만 채워진 코믹스 코너와 아이언맨 피규어 등이 가득한 키덜트 섹션 등은 이색 볼거리다.

비교하자면 영풍문고는 공간별로 특정 연령대를 묶어두려 하는 반면, 교보문고는 일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쓰타야 서점처럼 예술서 코너 옆에 음반 매장, 실용서 코너 옆에 IT제품 및 문구 매장을 배치하는 식으로 공간적 경계를 극복하려 애쓰고 있다. 종로서적도 높은 층고와 향수를 일으키는 인테리어 등으로 종로의 랜드마크가 되기엔 충분해 보였다. 종로가 애서가로 다시 북적일 날이 머지않았다.



-매일경제. 김슬기 기자. 2017.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