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04-06 09:26
제목도 표지도 숨긴 `복면소설`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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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3사 의기투합…`문고X` 이달 25일 판매
제목·표지·저자는 내달 15일 공개 예정


"죄송합니다. 저는 이 책을 어떻게 추천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재미있다' '매력적이다'라고 느끼게 할 수 있을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책 제목을 숨기고 팔기로 했습니다."

2016년 7월 21일, 일본 교토의 사와야서점 페잔점에 제목도 저자도 가리고 책을 꽁꽁 싸맨 '문고X'라는 책 60권이 등장했다. 내용을 추측할 수 있는 힌트라고는 페이지와 가격, 논픽션이라는 것뿐. 직원인 나가에 다카시의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이 책은 5일 만에 동났다. 언론 보도를 타면서 전 일본 650개 이상의 서점으로 '문고X'는 퍼져갔고 결국 11만부가 팔리는 성공을 거뒀다.

제목도 표지도 저자도 가리고 책을 파는 '문고X' 실험이 한국에도 상륙한다. 작년 가을 교토의 서점에서 이 실험을 목격한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 주연선 은행나무 대표,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세 사람이 의기투합해 세 권의 '복면소설'을 기획해 내기로 결정했다.

게임의 규칙은 동일하다. 소설의 저자와 제목을 완전히 래핑한 '문고X'를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등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4월 25일부터 판매하고, 저자와 제목표지 공식 공개일인 5월 16일까지 독자들에게 '비밀 엄수'를 부탁하는 것. 세 출판사가 고른 책은 모두 소설이고 가격도 1만2800원으로 동일하다. 3권을 모두 사면 비매품인 출판사 대표들의 서점 탐방기 '내 멋대로 세계 서점 X'를 증정한다.

독자들이 책을 고르며 읽을 수 있는 건 서점 직원들의 추천사다. 마음산책의 책을 미리 읽은 예스24의 MD가 추천한 평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는 한 남자의 회고. 숲에서 번지는 빛처럼 소년의 지독한 성장과 혼란했던 시대가 하나둘 펼쳐진다. 예술의 무한함을 신뢰하는 독자라면 불멸을 발견할지도."

세 출판사 대표는 2017년 1월 영국 옥스퍼드의 '블랙웰' 서점에서도 '노벨 서프라이즈(A NOVEL SURPRISE)'라는 복면 소설 이벤트를 목격한 바 있다. 일본과 영국의 사례를 만난 뒤 출판사가 주체가 되어 이벤트를 해보면 어떨까 고민한 끝에 이 같은 실험에 나섰다.

고충이 예상되는 건, 수작업으로 책을 포장하는 일이다. 3주간 예약 판매를 받은 뒤 제작 수량이 정해지면 단 10일 만에 책을 제작할 예정이다.
초판 제작부수는 독자들의 반응에 따라 달라지는 셈이다. 저자를 숨기고 익명으로 책을 내는 실험은 과거에도 수차례 있었지만 성공적이진 않았다. 저자의 인지도에 따라 책 판매량이 좌우되는 국내 시장의 특성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이번 실험의 성패는 독자들이 얼마나 재미를 느끼고 동참하는지에 달렸다. 이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는 책의 저자와 제목을 유추하는 댓글놀이가 시작됐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좀 신선한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책을 추천하고 싶었다"며 "무엇보다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와 독자가 함께 뭔가 재미난 작당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김슬기 기자. 2017.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