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04-17 09:18
출판동네 홍대 `대형서점 격전지`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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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 알라딘 합정점.


21일 초대형 교보문고 합정점 개점
5월에는 예스24 중고서점 홍대점도
북까페와 출판사 몰려있는 서점가로
유동인구 적지만 독서인구 많아 기대


홍대는 국내 출판산업의 메카다. 파주출판단지가 대형 출판사와 도매상, 물류센터가 집적한 곳이라면 홍대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 생기는 1인 출판사와 소형 출판사가 셀 수 없을 만큼 집적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 서점은 없었고 북스리브로와 알라딘 중고서점만 자리 잡고 있었다. 홍대가 아기자기한 북카페의 거리로 각광받을 수 있었던 이유다.

올봄부터 홍대가 서점들의 격전지로 탈바꿈한다. 오는 21일 교보문고 합정점이 광화문점에 맞먹는 대형 서점으로 새롭게 문을 연다. 예스24도 5월 초 중고서점 4호인 홍대점을 개점한다. 영풍문고를 제외한 국내 4대 서점이 모두 집결하는 명실상부한 서점가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교보문고 합정점은 이 일대 서점 지형도를 크게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합정역에 자리 잡은 주상복합 마포 한강푸르지오 1·2차 상가인 딜라이트스퀘어의 지하 1층 상가 대부분을 단층 서점으로 꾸며 7933㎡(약 2400평) 규모의 초대형 서점으로 탈바꿈시킨다. 광화문점은 8595㎡(2600평) 규모에 45만권의 도서를 구비했다.

올해만 3개의 신규 매장을 연 교보문고는 최근 책에만 집중하지 않고 식음료 매장과 가전·문구·음반 매장 등을 복합적으로 큐레이션한 라이프스타일 숍을 지향한다. 합정점에도 곤트란쉐리에, 삼송빵집, 오슬로, 더플레이스 등 유명 맛집이 함께 입점한다. 카페자우와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넉넉하게 배치하고, MD들이 직접 추천하는 큐레이션 서가를 개성 있게 꾸밀 예정이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2030세대가 많은 홍대상권의 연장선임을 반영해 예술 분야 큐레이션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예스24 중고서점 홍대점은 최근 국내 유명 브랜드들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밀집한 홍대입구역 사거리 인근에 들어선다. 강남점과 비슷한 1000㎡(약 300평) 규모로 조성 중이지만 매장 2층에는 만화와 캐릭터 상품 등이 있는 '오타쿠 체험존'을 만들 계획이다.

중고 서적과 음반, 영화 상품에다 그동안 개발한 도서 굿즈와 캐릭터 상품을 함께 팔아 트렌디한 홍대 상권에서 입지를 굳힌다는 포부다.

기존 홍대 인근은 수십 개 북카페가 밀집한 독특한 문화로 주목받아왔다. 심야 독서클럽을 운영하는 북티크, 독립서점의 터줏대감 격인 땡스북스와 유어마인드, 시집 전문서점인 위트앤시니컬 합정점 등이 홍대의 간판 독립서점으로 주목받았다.

여기에 문학동네가 운영하는 북카페인 카페꼼마 1·2호점, 위즈덤하우스의 빨간책방, 창비의 까페창비 등 '전국구 북카페'도 즐비하다.

이들 북카페는 올해 1월 1일부터 연합으로 '홍대앞 북클럽'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카페꼼마, 빨간책방, 까페창비, 나와나타샤와흰당나귀 등 4곳은 음료 가격의 20%를 포인트로 적립해 책 구매 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카페꼼마는 북클럽 운영 이후 책 판매량이 약 30% 늘었다.

대형 서점들이 입점하면 더 치열한 경쟁 구도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북카페 대표는 "작은 서점들은 정가로 책을 팔 수밖에 없는데, 반값 이하로 신간을 살 수 있는 중고서점과 방대한 장서를 보유하고 바로드림으로 할인 구매가 가능한 교보문고가 들어오면 아무래도 매출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북카페들은 결국 특색을 살리거나, 단골 손님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회원제 등의 노력으로 살아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 대형 서점이 한 지역에 밀집한 곳은 종로와 강남역 두 곳밖에 없었다.

2016년 기준 지하철 하루 유동인구 1위인 강남역(약 13만명)에 이어 홍대역도 약 10만 명이 오가는 국내 3위의 유동인구 밀집지역이긴 하지만 교보문고와 알라딘이 입점한 합정역 인근은 유동인구가 많은 편은 아니다.

한 출판사 대표는 "합정역 인근은 유동인구가 많지 않더라도 젊은이들의 거리인 동시에 편집자, 작가 등 출판업 관계자들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이들의 도서 구매량은 일반인에 비해 월등하게 높다. 장기적으로 서점들에 놓칠 수 없는 상권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매일경제. 김슬기 기자. 2017.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