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05-19 09:38
금싸라기 땅에… 쇼핑몰 '무료 도서관' 반갑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5/15/2017051502909.html [289]

(위) 오는 3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스타필드코엑스몰에 문을 열 대형 도서관‘오픈 라이브러리(가칭)’조감도. 신세계는 중심부인 센트럴플라자를‘도서관’으로 만들었다.
(아래)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내 교보문고 전경. 최근 서점들이 책을 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음반·생활용품 등 제품도 판매, 쇼핑공간 내 대세 매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 신세계 프라퍼티·롯데백화점



[신세계, 40억원 들여 코엑스몰 내 대형 도서관 이달 말 개장]

만남의 장소·휴식 공간 등 활용… 사람 끌어들이는 집객 효과 커
음반·생활소품 등 함께 파는 백화점 내 서점도 갈수록 늘어… 20~30대 젊은 고객에 인기


1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스타필드코엑스몰 내 중심부인 센트럴플라자. 복층으로 연결된 2800㎡(약 847평) 대규모 공간이 가벽으로 덮인 채 공사가 한창이다. 이곳에는 독서와 휴식, 문화 체험이 가능한 도서관 '오픈 라이브러리(가칭)'가 이달 말 문을 연다. 책 판매는 전혀 하지 않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열린 도서관'이다.

13m 높이 대형 서가 3개에 5만여 권 책과, 해외 잡지를 비롯한 400여 종 최신 잡지가 진열된다. 아이패드를 통해 책을 볼 수 있는 최신 전자책(e-book) 시스템도 들어선다. 다양한 책상들과 휴식을 겸할 수 있는 편안한 의자들이 배치될 예정이며, 간접조명을 활용해 부잣집 서재 같은 분위기가 나도록 꾸민다. 신세계는 이 공간을 꾸미기 위해 총 40억원을 투자했다.


◇쇼핑몰 한가운데 대규모 도서관

쇼핑몰 중심에 대형 서점이 아닌 자체 도서관이 대규모로 들어서는 건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인근 한국전력 부지를 3.3㎡당 4억4000만원에 구입한 것을 고려하면, 이 도서관 공간은 그야말로 '금싸라기 땅'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매년 유지비로 5억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수익성을 생각한다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신세계가 이 같은 실험을 한 건 도서관이 사람을 끌어들이는 '집객(集客) 효과'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모델로 삼은 건 일본 다케오(武雄)시 '다케오 시립도서관'. 다케오시는 인구가 5만밖에 되지 않지만, 열린 도서관 콘셉트로 2013년 리뉴얼한 후 연간 100만명 관광객이 방문하는 명소가 됐다. 임영록 신세계 프라퍼티 대표는 "코엑스몰이 2000년대 초 연평균 5000만명이 찾는 랜드마크였던 명성을 되찾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집객이라고 생각했다"며 "사람들이 약속을 잡고 만날 때, 쇼핑 중간에 쉴 때, 가족 단위 방문객이 아이들을 풀어 놓기에도 최적의 공간이 도서관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2015년 8월 문을 연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어린이용 도서관인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을 개관해 집객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연면적 2736㎡ 규모에 5000권 그림책을 진열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판교점이 교외 광역형 백화점이다 보니 원거리 손님들까지 끌어모을 수 있는 강력한 집객 요소가 필요했다"며 "어린이 도서관은 가족 단위 고객을, 서점은 전 연령층 손님을 끌어당기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보문고 판교점은 다른 매장과 달리 고객층이 10대 15%, 20~30대 35%, 30~40대 30%, 50대 이상 20% 등 전 연령대에 고르게 분포된 것으로 나타났다.


◇라이프 스타일 판매로 확대된 서점

최근 서점들이 책뿐 아니라 음반, 생활 소품, 꽃 등 라이프 스타일 제품들을 많이 판매하는 것도 서점이 쇼핑센터 내 대세로 자리 잡은 이유 중 하나다. 특히 라이프 스타일 쇼핑은 최근 가장 강세를 보이는 쇼핑 트렌드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3월 세종시에 문을 연 생활용품 관련 미니 백화점 '엘큐브'에 독서와 휴식이 가능하고 다양한 인테리어 장식들로 꾸며진 라이프 스타일형 서점을 열었다. 이상민 롯데백화점 가구·홈패션 판매 담당자는 "최근 서점은 책뿐만 아니라 음반, 소품 등 생활용품을 많이 판매하고, 이로 인해 20~30대 젊은 고객들을 백화점으로 유입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대형 서점이 일반적인 패션 브랜드와 비교해 매출이 높지는 않지만 젊은 고객들을 백화점으로 유인하는 차원에서 장기적인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점 등 9개점에 서점이 입점해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최근에는 서점이 카페뿐 아니라 꽃집, 음반, 생활용품 등 문화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진화하면서 라이프 스타일을 중시하는 최근 트렌드와도 가장 잘 맞는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이혜운 기자. 2017.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