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06-23 11:57
20만 관객 '깜짝 흥행'… 비결은 "할인보다 재미"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21/2017062100095.htm… [217]

(사진) 서울국제도서전을 흥행시킨 주역 3인방이 누워서 책을 읽을 수 있게 디자인한 북카페에서 활짝 웃고 있다. 왼쪽부터 주일우 이음 대표,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강성민 글항아리 대표. /장련성 객원기자



[관객도 출판사도 2배로 늘어… 주일우 등 흥행 주역 3인 인터뷰]

동네 책방 초청한 '서점의 시대'
저자가 책 추천하는 '독서클리닉'… 직접 발로 뛰며 서점·저자 섭외
독자에 책과 만나는 재미 알려줘

별 기대 없이 출판사 부스에서 책을 집어들면 "제가 그 책 쓴 사람입니다"라며 소설가 이기호, 김탁환 등이 나타났다. 미술관처럼 그림을 액자에 걸어 전시해뒀는데, 알고 보니 작가 줌파 라히리 '책 표지 원본'이었다. 원본과 표지를 비교해보는 재미. 음악서점 '라이너 노트'는 LP 턴테이블을 들고 와서 음악을 틀었다.

"달라졌다"는 평이 쏟아졌다. 관객 수가 작년 대비 2배 늘며 20만2297명이 입장한 '서울국제도서전'(14~18일). 도서전 변신과 성공의 주역인 '아이디어 삼총사'를 20일 만났다. 출판사 이음의 주일우(50), 글항아리 강성민(44), 북스피어 김홍민(41) 대표다. 올해부터 대한출판문화협회 대외협력·기획상무를 맡은 주 대표와 꾀 많기로 이름난 출판계 후배들의 의기투합이었다.

기존 도서전은 헐값에 팔고 헐값에 쓸어담는 행사라는 냉소가 있었다. 하지만 2014년 현 도서정가제가 도입되자 그나마도 불가능해졌다. 그렇다면 올해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아이디어 삼총사'는 "'몇부나 팔까'가 아니라 어떻게 재미있게 선보일지를 고민하자 독자가 사람과 책을 만나는 재미를 깨닫게 된 것 아닐까"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우선 '접촉'이 늘었다. 독자와 작가가 만났고, 동네 책방과 독자가 만났고, 출판사 직원이 독자를 만났다. 참가한 출판사는 작년 두 배인 161곳이었다. 주 대표는 도서전 참여를 꺼리던 출판사를 돌아다니며 '속는 셈 치고 한 번만 와달라'고 부탁했다. 소규모 출판사 50곳을 초청해 '책의 발견전'도 진행했다. 강 대표는 작가가 독자와 30분 동안 일대일로 이야기를 나누며 책을 추천해주는 '독서클리닉'에 나설 작가 21명을 섭외했다. 개성 있다고 소문난 전국 동네 서점 20곳을 불러들여 화제였던 '서점의 시대' 코너는 김 대표가 인맥을 발휘했다. "작년에 전국 북 토크를 하면서 인연을 맺은 책방을 힘들게 섭외했다"고 했다. 상당수가 행사기간 책방 문을 닫고 서울을 찾는 모험을 감행했다. 경남 통영의 '봄날의 책방'은 트럭 2대 분량의 책을 실어왔다.

'재미'가 뒤따랐다. 유료입장권(5000원)은 책 살 수 있는 쿠폰처럼 쓸 수 있게 했다. 동네 책방 책을 구입하면 특별 한정 사은품을 주는 이벤트도 벌어졌다. 수익을 포기하고 도서전을 찾은 동네 책방을 밀어주려는 판단이었다. "개성 있는 동네 책방이라면 대형 인터넷 서점을 상대로도 경쟁력 있다는 사실을 이번 도서전은 보여줬다"(주일우 대표) 독서클리닉 아이디어를 냈던 동네 책방 '사적인 서점'은 이번 도서전에 참여하면서 책 상담 예약이 3개월 뒤까지 꽉 찼다고 알려 왔다.

결과는 대성공. 강 대표는 "프랑스 파리도서전에나 사람들이 줄 서는 줄 알았는데 지난 주말 길게 늘어선 입장 대기 줄을 보고 감격했다"고 했다. 도서전이 흥행하자 참석을 고사했던 출판사 여럿이 전화를 걸어와 "참여할걸 그랬다"고 말했을 정도다.

김 대표는 "출판사가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재밌게 보여줄 방법을 생각하자 독자들도 코엑스까지 찾아오면서 호응했다고 생각한다"며 "'도서정가제 폐지하라'는 악플을 관련 기사에서 한 번도 못 봤다"고 말했다. 이미 시선은 내년. 만화협회와 협력하고, 외국 동네 책방도 초청해보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주일우 대표가 말했다. "내년 목표는 '소박하게' 국내 출판사 300곳 섭외하는 겁니다."



- 조선일보. 양지호 기자. 2017.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