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08-17 09:31
[충무로에서] 日도서관 변신 '절반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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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에 유후인·벳푸처럼 유명한 온천이 많은데 굳이 다케오(武雄)를 간다고?"

몇 달 전 규슈를 여행할 일이 있어 일본인 친구에게 다케오의 온천호텔을 예약했다고 말하자 "나는 잘 모르는 온천"이라며 이런 답이 돌아왔다.

다케오는 규슈 사가(佐賀)현의 작은 도시이다. 후쿠오카와 나가사키 사이에 위치한 사가현은 야마구치현(옛 초슈번), 가고시마현(옛 사쓰마번) 등과 함께 일본의 개화기를 주도한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는 곳이지만, 지금은 일본의 47개 행정구역 가운데 관광지 등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지역은 아니다. 그중에서도 인구 5만여 명이 살고 있는 다케오는 일본인들에게는 `시골` 정도로 생각된다. 그런 시골을 일부러 시간을 내 찾아간 이유는 `다케오시립도서관`을 실제로 가보고 싶어서였다. 다케오시는 2013년 이 도서관을 리모델링하면서 쓰타야(서점·DVD 대여점)를 경영하는 민간기업 CCC에 위탁운영을 맡겨 획기적 변화를 시도했고 일본에서 `수요자에게 맞춘 변신`이라며 한동안 유명세를 탔다. 얼마 전에는 국내 한 대기업이 쇼핑몰에 도서관을 열면서 다케오도서관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혀 관심을 끌었다.

문을 열고 들어간 도서관은 책만 꽂혀 있는 도서관이라기보다 카페(스타벅스)와 서점, 도서관이 결합된 복합공간이다. `무슨 도서관을 이렇게 예쁘게 지었나` 싶을 정도이다. 커피를 마시며 독서를 하거나 책을 구입해도 되고, 햇빛이 들어오는 커다란 창 옆에서 커피만 마시고 나와도 된다. 부담 없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다.

다케오시장이 TV 드라마를 보고 떠올린 아이디어를 CCC와 협의하면서 탄생한 이 도서관은 `절반의 성공`은 거둔 것 같다. 시의 집계로 리모델링 첫해 도서관을 찾은 사람이 92만여 명에 달했고 경제효과는 20억엔(약 210억원)에 육박했다. 최근 지역신문이 다케오도서관 이용자를 설문조사한 결과 `도서관에 만족한다`는 비율이 85%에 달했다. 이런 성공에 따라 가나가와현 에비나시 등도 비슷한 모델을 도입했다.

하지만 `암(暗)`도 없지 않다. 도서 전문가들이 맡았던 `책 구입`을 CCC가 담당한 후 수준이 떨어지는 책들을 들여놔 `장서의 질이 나빠졌다`는 비판도 나왔다.

유명세가 줄어들자 방문객이 2014년 80만여 명, 2015년 73만여 명, 2016년 69만여 명 등으로 줄었다. 이런 부정적 영향 때문에 아이치현의 일부 도시에서는 주민들이 다케오도서관 모델의 도입을 반대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한 대기업의 시도에 따라 도서관의 변신 사례로 다케오를 주목하고 이를 국내에도 적용하려는 분위기가 있는 듯하다. 다케오도서관에는 `명(明)`만 있는 게 아니라 `암`도 있었다는 점을 잘 살펴야 한다.



- 매일경제. 김규식 모바일부 차장. 2017.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