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11-24 11:14
“2억 줘도 안 팔아요” 진짜 뺨치는 모형기차 달인
   http://news.joins.com/article/22144998 [245]
인천대공원 동물원 인근 ‘기차왕국박물관 카페’. 이곳에 기차왕국을 꿈꾸며 40여 년간 모형 기차를 만들어 온 장인 이현만(61)씨가 있다. 중학교 졸업 후 모형기차 제작회사에 들어가 10년간 일한 이씨는 장난감이 아닌 진짜 기차를 만들고 싶은 마음에 회사를 나와 부천에 작은 공장을 마련한다. 이때부터 모형기차 제작의 외길을 걸어온 그는 해외 기차모형 매니아 사이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유명인이 됐다.

40년 외길 기차왕국박물관 이현만씨
목탄 증기기관차 등 260여 종 제작
금형·납땜·조립 등 완성까지 1년

박물관 겸 카페로 25일 재개장을 앞둔 ‘기차왕국박물관 카페’에는 이씨가 평생 만들어 온 기차 모형들이 가득하다. 영국의 목탄 증기기관차부터 1950년대 미국 우편물 수송용 기차, 일본 국유 철도 EF 66형 전기기관차에 현재 운행 중인 기차까지 총 260여 종의 각국 기차들이 모였다. 외형뿐 아니라 내부의 테이블·칸막이 ·보일러실, 문에 달린 경첩까지 실제 기차와 똑같다.

또 모든 기차는 전기모터를 돌리면 움직일 수 있도록 제작됐다. “움직이지 않으면 기차가 아니다”라는 이씨의 철학 때문이다. 박물관 중앙에 설치된 ‘철도 마을’과 외벽의 ‘순환 철로’에는 특유의 굉음과 함께 증기 기관차들의 일주가 이어진다.

그의 작품은 외국 기차 모형 회사가 기차 모델을 선정하고 공동 구매자를 모집하는 방식으로 판매된다. 보통 한 번에 100여 대 이상 주문받고 설계도면과 함께 실물 기차 사진을 건네받아 제작에 들어간다. 황동이 주재료인 기차 부품은 한 대 제작하는 데 1500~3000개가 필요하다. 금형과 납땜을 거쳐 내부부터 조립해 완성하는 데까지 6개월~1년이 걸린다. 제작 여건과 완성품의 질에 따라 가격이 조정된다. 이후 박물관 보관을 위해 1~2대만 추가로 제작한다.

이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미국의 초대형 기관차 ‘빅보이’를 꼽았다. 실물의 16분의 1 사이즈로 5년에 걸쳐 제작된 빅보이의 무게는 200㎏, 길이는 225㎝다. 애초 4대의 제작 요청이 있었으나, 결국 보관용 한 대만 제작됐다. 미국 철도회사인 유니언퍼시픽에서 박물관 전시를 위해 2억여원에 사겠다고 했지만 팔지 않았다.
인터뷰 말미에 한평생 기차 모형을 만든 이유를 물었다. “제작이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기차를 만들 때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하지만 이를 넘어 작품을 완성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그의 다음 목표는 콜럼버스 우주 발사대 모형 제작이다. 이미 착수 단계라고 귀띔했다.



-중앙일보. 우상조 기자. 2017.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