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12-07 17:57
일반 서점도 힘든데 사진 전문? “신기하게 팔려요”
   http://www.seouland.com/arti/culture/culture_general/4301.html [8]

(사진1) 지난 1일 들른 ‘사진책방 고래’의 책장. 한영수, 육명심 등 한국 사진작가들의 사진집부터 최근에 발행된 사진독립출판물까지 살펴볼 수 있다.
(사진2) 같은 건물 2층 류가헌(프린트세일갤러리)에서 사진작가들의 프린트를 판매한다.
(사진3) 지난 2일 저녁 ‘이라선’에서 벨기에 출신 사진가 막스 핀커스와 독자들의 만남이 있었다.
(사진4) 책 공방이자 사진책방인 ‘닻프레스’는 한정판으로 기획·제작한 수작업 사진책과 시각예술 전문책을 다룬다.



전현주 기자의 서울 사진책방 어슬렁거리기…사진책방 고래·이라선·닻프레스

사흘 동안 사진 전문 서점 세 곳 순례
사진책방은 따뜻한 스킨십 만드는 곳

12월에 읽을 만한 사진책도 추천받아


도시 속 사진책방의 특징은 뭘까. 3일 동안 어슬렁거리며 돌아봤다. 적어도 아래 세 곳 책방 주인들은 마음에 ‘각자의 바다’를 한 폭씩 품고 있다. ‘사진책방 고래’ ‘이라선’ ‘닻프레스’를 차례로 들렀다. 사진책방이 하는 일은 ‘독자와 사진작가 사이 따끈한 스킨십을 만드는 일’이라 말하는 이들에게 ‘12월에 읽기 좋은 사진책’도 공들여 추천받았다.


사진책방 고래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부지런히 걸어 10분. 지난 1일 토요일 오후 ‘사진책방 고래’(종로구 청운동 113-3)는 내내 유쾌했다. 큰길 가 빌딩 지하에 움텄다. 사람 열 명 들어서면 꽉 찬다. 책방 개업 1주년을 앞두고 수수한 기념식을 준비 중이었다. 차윤주 대표가 해맑게 웃었다.

“책방 열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죠. 일반 책방도 운영이 힘들다는데, 우리나라에 사진책을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겠냐고. 그런데 신기하게, 사람들이 사진책을 사고 있습니다!”

중구 충무로에서 작은 팝업스토어로 시작했는데, 지난해 겨울 지금 자리로 이전하면서 ‘사진 위주 류가헌’과 이웃으로 만났다. 소량씩 다품종 책을 갖췄다. 처음 500여 종으로 시작했지만 1년 사이 책장이 겹겹 부풀어 이제 가늠이 안 된다고 한다.

앉을 자리가 좁아지니 서로 가까이 앉아야 한다. '사진책 읽기 모임'처럼 말이다. 이는 원래 차 대표가 "공부하려고 만든 모임”인데, 지금은 사진계 안팎 단골들과 수전 손태그, 발터 벤야민, 롤랑 바르트, 존 버거 등을 읽으며 시간을 쌓고 있다. '한 폭 갤러리'에는 사진작가 ‘수오’의 작품을 벽에 걸었고, 작가 서너 명이 다음 순서를 기다린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1Q84>에서 따온 ‘덴고’ 커피 맛도 책방의 자랑이다.

차 대표는 ‘12월에 읽기 좋은 책’으로 한영수의 사진집 『Seoul, Modern times』를 꺼내 들었다. 한영수문화재단에서 2014년 1쇄를 찍은 단단한 책이자, 차 대표가 서점을 열 때 입고했던 첫 번째 책이라 의미가 있다. “50~60년대 전후 서울 풍경이 참 말로 할 수 없이 아름답죠. 개인적으로, 더 많은 독자와 만났으면 하는 책이에요. 책방을 운영하고서야 미처 알지 못했던 한국 작가들의 세계를 만나고 있어요. 부끄럽기도 했고 그 재미에 책방을 운영하는 것도 같고.”

한층 위, 류가헌 갤러리 2층 전시관에서는 작가들의 오리지널 프린트를 감상하고 구매할 수 있는 ‘프린트세일展’이 진행 중이다. 차 대표는 “사진책방의 역할은 독자가 작가를 더 궁금하게 만드는 일 같아요. 사진은 한점한점 풍부한 얘기가 있는데, 책의 낱장 하나를 집중해서 크게 보고, 이웃 갤러리에서 프린트를 편하게 소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사진전문 갤러리와 이웃한 장점을 말했다.


이라선

지난 2일 일요일 오후 사진책방 ‘이라선’(종로구 통의동 7-13)으로 갔다. 종로구 통의동 깊숙한 골목이다. 짙은 밤색 책장들이 통유리 너머 나란히 늘어서 볕을 쬐고 있다. 김진영 대표는 책장 이곳저곳에서 책을 꺼내 비교 설명하며 눈을 빛냈다. 열 평 공간을 사진책으로 꽉 채웠지만, 창고에 수백여 권이 더 있다. 외서가 많다. 김 대표는 사진사·사진이론 박사 과정에 있다.

“책방을 운영하며 독자들과 만남에서 배우는 것이 감사하죠. 저는 책을 볼 때 심각한 시선으로 보는 면이 있거든요. 작가 이력부터 책 내용이 역사적으로 어떻고 이론적으로 어떻고 등 생각하며 책을 고르는데, 손님들은 좀더 직관적으로 사진 이미지 그 자체에 관심이 많아요. 손님들과 얘기하면서 제 취향과 폭도 넓어진다고 해야 하나, 그런 재미가 있어요.”

언젠가 책방에 들른 손님이 “여기 나쁜 책은 없군요”라 덕담했다. 듣기에 참 좋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파리 등 외국 북페어에 참여하며 꾸준히 새 책과 작가 정보를 챙긴다. 1930년대 고전부터 동시대까지, 책의 만듦새를 추적해 책장을 채우고 소개하는 일이 보람 있다고 했다.

“각자가 자기 기준으로 ‘난 올해 이 사진책이 좋았어’ 말하는 문화가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요. 영화나 음악은 그런 면에서 대화하기 편한 주제인데, 사진책은 아직 그렇지 않잖아요.”

김 대표가 소개한 ‘12월에 어울리는 사진책’은 스웨덴의 사진작가 게뤼 요한손의 『American Winter』다. 영국 출판사 맥에서 2018년에 발행한, 은빛으로 장정한 제법 묵직한 책이다.

“70살이 훌쩍 넘은 사진가예요. 지난 2년 동안 미국 소도시의 겨울을 찍었는데, 그 장소는 쇠락한 곳일 수도 있고 기억에서 잊힌 곳일 수도 있어요. 무엇보다 은퇴 없이 현역을 누비는 작가의 작업물에 감동이 있어요. 여백을 키워 사진 크기는 작은데, 욕심 없는 편집을 보면 나이와 관련이 있는 걸까 싶고. 아름답죠.”


닻프레스

지난 3일 월요일, 뚝딱뚝딱 분주히 움직이는 공방이자 사진 전문 책방 ‘닻프레스’(광진구 구의3동 212-3)를 찾았다. 2010년 광진구 지하에 자리잡아 내년이면 10년차다.

“저희 책방의 시작은 ‘책공방’이에요. 디자이너, 북메이커, 사진가가 모여 소량씩 수작업으로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조금 더 특별하고 귀하게 만들고 싶은 콘텐츠 말이죠. 작은 목소리로 각자 특별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대잖아요. 개개인의 어떤 이야기는 500권 이상으로 대량 인쇄하는 대신, 질 좋은 종이로 100여 권 이하로 장정할 때 더 잘 어울립니다.” 사진가이자 전시기획자인 주상연 대표의 겸손한 책방 소개다.

스튜디오로 쓰던 널찍한 공간을 2년 전 사진책방으로 만들어 ‘다크룸’ 간판을 걸었다. 닻프레스에서 해마다 발행하는 잡지 <깃>의 독자라면, 늘 궁금했던 베일 속 공간을 탐색해볼 수 있다. 닻프레스에서 기획·발행하는 사진책 외에도 주 대표와 직원들이 선별한 다른 출판사 책들이 여유로운 공간에 자리하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사진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사진책을 모으면서부터였거든요. 훌륭한 사진작가라면 좋은 책을 남긴다는 생각을 합니다.” 가령 지난해 닻프레스에서 기획하고 발행한 로니 그레이엄의 <세계와의 대화>와 제인 볼드윈의 <남겨진 강 | 카라 여인의 이야기>는 출판사, 사진가, 북디자이너 협업으로 탄생한 내실 있는 사례다. 전자는 사진가가 30년 동안 50여 개국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후자는 사진가가 아프리카 에티오피아를 10년 동안 방문하며 여인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그들의 삶을 기록한 책이다.

“저는 저희 잡지이자 단행본인 <깃> 10호를 ‘12월에 읽기 좋은 책’으로 골라보고 싶어요. (웃음) ‘과정과 태도’란 제목을 달았습니다. 지난 변화의 여정을 사유하니 ‘변화란 과정과 태도가 어떤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좋은 사진책을 만들고 싶은 바람으로 지난 10년 동안 조금씩 유기적으로 성장해왔어요. 저희 정신을 잘 담은 책이기도 합니다.”



-한겨레신문. (글·사진) 전현주 객원기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2018.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