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9-02-21 09:34
“인터뷰부터 메모까지 50만 점 수집… 후대 예술인에게 귀중한 자산되길”
   http://news.donga.com/3/all/20190219/94182539/1 [4]

(사진1) 김현옥 학예사(왼쪽)가 임영웅 연출가에게 2014년 ‘연출가 임영웅과 고도를 기다리며’ 아카이브전에서 전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예술자료원 제공
(사진2) 왼쪽부터 1978년 3월 대한극장에서 공연된 서영춘 발표회의 대본, 극단 ‘광장’에서 이진순이 연출한 ‘갈매기’의 대본, 악극배우 김태랑의 무대미술 스케치 자료 모음. 예술자료원 제공


김현옥 예술자료원 학예사
원로 예술인 10시간씩 인터뷰, 연출가-제작자 포함 300명 기록

“원로 배우의 성장기부터 임종을 앞두고 남긴 말씀까지 다양한 발언과 자료들을 기록합니다. 이 기록들이 언젠가는 후대 예술인들에게 귀중한 자산이 될 테니까요.”

국내 무대 위에서 벌어진 모든 것을 기록하고 모으는 이가 있다. 원로 배우, 연출가, 무대 제작자를 만나 직접 이야기도 듣고, 때론 이들이 남긴 작은 메모부터 대본까지 다채로운 기록물을 모은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자료원 김현옥 학예사(44)는 “해외에선 이미 공연 세부 분야별 기록관이 있을 만큼 관련 기록물을 중시하고 있다”며 “작은 자료도 후대 공연예술인들에겐 가장 큰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학예사는 1세대 공연기록 수집가다. 원로 예술인들을 인터뷰해 구술채록 자료를 만든다. 또 악보나 대본, 무대 의상 스케치 등도 모아 작품별, 시대별로 분류한다. 현재 예술자료원에선 예술인 300명의 구술채록 기록을 포함해 50만 점의 기록이 남아있다.

그가 가장 공을 들이는 작업은 구술채록이다. 원로예술인 한 명당 7∼8회씩 만나 10시간 이상 함께하며 그가 남긴 진솔한 말들을 기록하는 게 포인트다. 이를 나중에 접한 독자가 예술인의 신념과 생애를 통해 작품을 쉽게 이해하도록 돕기 위함이다. 김 학예사는 “예술가와 오래 대화한 끝에 나온 기록에서 예술가의 인간적인 면을 엿볼 수 있는 게 구술채록 자료의 매력”이라며 “같은 예술가라도 누구와 어느 시기에 작업했는지에 따라 작품의 특징이 달라지는 등 구술채록에서 발견할 수 있는 포인트가 많다”고 귀띔했다.

김 학예사가 만난 많은 근현대 예술가들의 모습은 대중에 알려진 바와 많이 달랐다고 한다.

“전위예술의 대가인 무세중 선생님의 경우 늘 ‘내가 최초로 시도했다’고 뽐내는 모습이 알려져 있었죠. 근데 그가 성장 과정에서 겪은 부성, 모성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동안 선생님이 ‘내가 모든 걸 처음부터 다했다’고 말하는 행동이 당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편견이 많이 깨졌죠.”

이 밖에도 50년이 넘은 극단 ‘자유’의 이병복 무대미술가, 김정옥 연출가, 박정자 배우는 극단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지점이 모두 제각각 달랐다.

연간 공연되는 작품만 2만여 편인 요즘, 김 학예사에겐 아쉬운 점도 있다. 물리적으로 모든 공연을 다 기록할 수 없기에 대형 뮤지컬, 연극보다는 소규모 작품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는 “당장 성과가 드러나는 일은 아니지만 아무리 작은 무대라도 국내 곳곳에서 벌어졌거나 진행 중인 한국 공연예술의 단면을 촘촘하고 끈질기게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아일보. 김기윤 기자. 2019.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