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9-03-13 11:42
“도서관, 정보 불평등 해소 앞장… 문화공동체 중심 만들 것” [세계초대석]
   http://www.segye.com/newsView/20190312512115?OutUrl=naver [1]

(사진) 신기남 위원장은 지난 정부 시절 폐지 위기에 몰렸던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를 재가동시키면서 “올해를 국내 공공도서관 중흥의 원년으로 삼아 꿈꿨던 프로젝트를 시작하려 한다”고 말했다.



신기남 도서관정보정책위원장
공공도서관서 맞춤형 정보 제공/ 국가가 나서 정보 사각지대 없애/ 선진국선 도서관 40% 기부로 운영/ 국내 신간 한 해 8만종 쏟아지는데/ 도서관 신규 장서 年 7000권 그쳐/ 1인당 장서 2.5권으로 늘릴 계획/ 공공도서관 수 4년간 426곳 확충/ 교과수업 연계 프로그램 개발 등/ 가족 놀이터 될 수 있도록 할 것

“인간 정신 활동의 중심 매개체로서 도서관의 역할은 진화해야 합니다. 시대의 변화를 따라잡아야 합니다. 도서관은 책을 보고 빌리는 장소라는 본연의 기능뿐 아니라, 앞으로는 문화공동체 중심으로서 그 역할을 확충해야 합니다. 가족 놀이터가 될 수 있도록 만들 것입니다.”

노무현 정부 탄생의 주역으로, 한때 권력의 중심에 있었던 신기남 전 의원(4선). 이제는 정치인이 아니라 작가로서 활동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도서관 전도사’로 변신해 다른 인생을 시작하려 한다. 그의 현재 직함은 대통령소속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위원장. 이 위원회는 12년 전 이명박 정부 출범을 몇 개월 앞두고 만들어졌다. 밉보인 나머지 폐쇄 위기에 몰렸으나, 가까스로 살아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위원회다.

신 위원장을 12일 서울 서초동 국립중앙도서관 집무실에서 만났다. 만감이 교차한 듯 한동안 말문을 열지 못했다. 신 위원장은 애초 자신이 이 위원회를 만들었으나 빛을 보지 못했다면서 우여곡절의 과정을 털어놓았다.

“고 노무현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도서관정책의 중요성을 건의했다. 책을 읽는 국민에게 미래가 있다. 도서관을 대폭 만들어야 한다고…. 독서광이었던 대통령도 당연히 공감했다. 대통령이 직접 관할하는 위원회를 만들어야 정부가 움직인다고 설득했다. 이어 2007년 당시 열린우리당 시절 도서관법을 개정해 위원회를 설치했다. 그러나 위원회 출범 7개월 만에 정권이 넘어갔다. 이명박 인수위원회에서 폐지할 것이란 소식이 들렸다. 이유도 듣지 못했다. 그렇게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는 동안 사무실은 폐쇄되고 예산 한 푼 배정받지 못했다. 당시 일부 국회의원들이 항의하는 바람에 폐지되지 않고 살아남아 이름을 유지했다.”

이 때문에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가 범부처 차원의 대통령 소속 위원회임에도 그간 대통령 참석 보고회가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고 한다. 허약한 도서관정책으로 전락한 배경에는 이런 곡절이 있었다는 것.

신 위원장에게 들은 국내 공공도서관의 장서 현황은 열악했다. “2017년 한 해 1042개 공공도서관에서 새로 들어온 장서는 774만여권이다. 한 도서관당 대략 7000권 수준이다. 국내 출간 책은 대략 연 8만종인데, 도서관에서 볼 수 있는 신간은 수천 종에 불과하다. 신간이 부족하면 도서관 이용자들은 오지 않을 것이다. 이용자가 지난 10년간 상당히 줄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는 특히 사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도서관 서비스 질은 사서에 있는데도 우리는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도서관 사서의 경우 1명 또는 아예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독자의 요청이나 기호에 맞춰 책을 소개하거나 골라주는 맞춤형 서비스를 하는 사서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 사서의 육성이 시급하다.”

사실 공공도서관의 사서 인력은 열악하다. 공공도서관의 사서 충원 비율은 법정 기준의 18.2%에 그친다. 그들의 68%가 비정규직이다. 대학도서관 직원 수도 줄었다. 초중고 학교도서관 사서교사 수는 평균 0.1명도 안 된다.

신 위원장은 작년에야 위원장직을 다시 맡았다면서, 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 차근차근 실천에 옮길 것이라고 했다. “다음달 사무국이 출범 예정이니 이제야 시작하는 기분이다. 12년 전에 계획했던 사람과 책이 중심이 된 도서관을 다시 실행하려 한다.”

신 위원장은 올해부터 도서관 확충을 서두를 계획이다. “공공도서관을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늘려, 현재 1042개에서 1468개로 확충할 계획이다. 공공도서관의 국민 1인당 장서 수도 2.1권 수준에서 2.5권으로 늘릴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년간 야심찬 도서관 중흥 계획을 새로 만들었다고 전했다.

“아시다시피 미래는 훨씬 속도감 있게 문물이 변화할 것이다. 콘텐츠가 발달한 나라를 가보면 지역공동체의 필요에 의해 공공도서관이 배치되어 있다. 특히 정보 사각지대에 사는 주민의 경우 정보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한 국가적인 노력이 엿보인다. 이를테면 개개인에게 정보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도서관이 설치되고 있었다. 아주 볼 만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국민과 기업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중앙정부나 지자체 등 공공기관이 도서관을 설치하는 우리와는 달랐다. 선진국에선 기부 문화가 일반화되어 있다. 서유럽의 경우 도서관의 40% 정도가 기부에 의해 운영되며 그 도서관이 지역공동체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는 “국내 일부 지자체장은 도서관 유치에 아주 적극적이다. 도서관이 들어서는 지역에 도시가 형성되고 지역의 중심지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신 위원장은 유치원이나 초등생을 둔 엄마들이 자주 이용하는 도서관을 계획 중이다.

“학령기에 도달한 어린이들이나 청소년들이 교과 수업에 참조할 수 있는 연계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아이돌봄 서비스의 융합 프로그램도 있다. 영유아나 어린이, 여성이 함께 연계된 프로그램이다.”

그는 아울러 “도서관의 경우 많은 사람을 포용하기 위해 접근성이 절실하다. 도서관이 서 있는 장소는 자주 찾을 수 있고, 많은 사람이 들르는 곳이어야 한다”면서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는 독립 행정기관으로서 도서관 혁신의 기틀을 다질 것”이라고 했다.

신 위원장은 거듭 강조했다.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역할이 앞으로 막중할 것이다. 현재 전국 도서관의 70%가 지자체 소속이고, 나머지 30%는 교육청 소속이다. 도서관 정책에 관한 한 시도지사는 물론 지자체장들이 위원회의 심의를 받아 예산을 집행할 것이다. 강제력은 없지만, 거의 매일 시도지사와 교육감을 만나 설득할 것이다.”

신 위원장은 정권이 바뀌더라도 백년대계인 도서관정책이 뒤집어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가 완전한 국가 기관 체제를 갖춰 예산을 제대로 받도록 해야 한다. 특히 언론을 비롯한 국민여론이 도서관을 도와주어야 한다. 각부 장관이나 지자체장들은 도서관위원회의 자동 멤버이니 정책은 이행될 것이다. 특히 군대의 경우 대대급 이상에는 대부분 병영도서관이 설치되어 대략 1800개에 이른다. 이에 대한 콘텐츠 확충이 절실하다.”

앞서 신 위원장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도서관발전종합계획’ 4대 방향으로, 개인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도서관, 공동체의 역량을 키우는 도서관, 사회적 포용을 실천하는 도서관, 미래를 여는 도서관 혁신 등을 밝혔다.

문학작가로 데뷔한 신 위원장은 ‘신영’이라는 필명을 지었다. ‘새로운 젊은이’이란 뜻에서 이런 필명을 지었다. 정치인이 아니라 ‘작가 신영’으로 불러달라면서, “최근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사람’(사진)이란 소설을 내면서 작가로서 데뷔한 셈”이라고 했다.

이 책은 정치개혁을 주도하며 20여 년간 정치가로 활동해 온 신 위원장의 문학적 감각을 엮어낸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시선과 분석력이 돋보이는 장편 소설이다. 단순한 여행기의 형식을 넘어 새로운 방식으로 발칸반도의 잔혹한 현대사를 소설 속에 녹여냈다.


신기남 도서관정보정책위원장은…
△1952년 전북 남원 생 △1971년 경기고, 1976년 서울법대 △1982년 사법시험 합격(24회) △1996년 15대, 2000년 16대, 2004년 17대, 2012년 19대 국회의원 △2015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2018년 대통령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위원장



-세계일보. 정승욱 선임기자. 2019.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