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9-11-22 09:51
[삶과 문화] 군산 시사(市史) 찾기 대작전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911211082741135?NClass=HJ02 [1]
군산에 대한 짧은 글을 준비 중이다. 거인의 어깨를 빌리려 ‘군산’이란 제목이 들어간 책들을 뒤지던 중, 참고도서 목록에서 ‘군산시사, 군산시사편찬위원회, 2000년’를 발견했다. 요놈이 중심을 잡아주겠구나. 군산시사 PDF를 구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어디서 구하지?

우선 군산시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군산시사’로 검색했다. 없다. 그렇다면 국회도서관! 국회도서관에서는 행정기관이 발행한 자료 중에 몇몇을 PDF로 제공한다. 검색을 하니 군산시사 하나가 검색됐다. 하지만 아쉽게도 1975년에 발행된 것이고, PDF도 없었다. 책을 보려면 국회도서관까지 가야 한다. 좀 더 찾아보는 게 낫겠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검색을 하니 역시 1975년판 군산시사가 제일 위에 나왔다. 그런데 여기에는 ‘온라인 원문보기’ 버튼이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클릭을 하니, 역시 뭘 깔라고 하고, 뭘 깔았더니 이런 문구가 등장했다. ‘이 자료는 국립중앙도서관,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이나 협약을 맺은 도서관을 방문하여 지정 PC에서만 원문 이용이 가능합니다.’ 아쉽게도 우리 집은 국립중앙도서관과 협약을 맺지 않았다.

2000년 발행 군산시사도 검색됐다! 그런데 여기는 아예 ‘온라인 원문보기’ 버튼도 없었다. 뭐, 버튼이 있어도 협약을 안 맺었으니, 차라리 잘됐다.

국가기록원을 검색했다. 역시 1975년판 군산시사가 나온다. 그래도 여기에서는 협약을 맺지 않아도 원문을 볼 수 있고, PDF를 다운받을 수도 있다. 2000년판은 아니었지만 감격에 겨워 다운을 받았다. 조사 빼고 모두 한문이다. 아! 맞다. 내가 찾던 건 2000년판이었지? 얼른 창을 닫았다.

도시를 연구하는 친구들에게 물어봤다. “군산시사 PDF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가?” 나의 절규에 친구는 말했다. “군산문화원에 물어보는 게 제일 빠를걸?” 응? 군산시에서 만든 게 아니었어?

다음날 군산문화원에 전화했다. “군산시사 2000년판 PDF를 구하고 있습니다.” 상대방은 친절했고, 당황했다. 이런 문의가 처음이었던 것 같았다. 알아보고 전화를 주겠다고 했다. 20분 후 전화가 왔다. 우리는 없다고. 군산시청에 문의하라고. “어느 부서에 물어 봐야 하나요?” “문화예술과요”

문화예술과 직원은 친절했고, 당황했다. 알아보고 전화를 주겠다고 했다. 20분쯤 지나 전화가 왔다. “우리는 없는데요, 군산문화원에 한번 알아보세요. 전화번호는요...”, “아, 아닙니다. 알아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서로 전화를 돌렸지만, 서로 떠넘긴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친절하게 알아봐 주었고, 자신의 부서에 없는 것을 확인한 후 대안을 제시했을 뿐이다. 그들과 통화한 덕분에 나는 2000년판 군산시사 PDF는 공식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군산시사에 관심이 있는 누군가가 개인적으로 만든 PDF를 구할 수밖에 없다. 가끔 그런 것들이 돌아다닌다. 구글을 검색했다. 없다. 네이버에 검..., 아니다.

내가 살고 있는 인천에서 활동하는 사학자 분에게 물어 봤다. 인천은 같은 개항도시인 군산에 관심이 많다. “군산부사는 있는데요. 드릴까요?” “아, 부사라 함은 군산이 ‘시’가 아닌 ‘부’일 때… 그러니까 일본말로 된 1936년 발행된 것을 말씀하시나요?” 도대체 2000년 군산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공교롭게도 군산시사를 찾다 보니 군산이야기만 늘어놓았지만, 다른 지자체나 국책기관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자체와 산하기관, 박물관, 연구소들은 정말 멋진 자료들을 많이 만든다. 그렇게 만들어서 꽁꽁 숨겨 놓거나, 자신만의 홈페이지에 올려놓아 소수의 사람만이 접근하게 한다. 다 세금으로 만든 자료 아닌가? PDF로 만들어서 국회도서관이나 국립중앙도서관에 올려놓으면 안 되나? 나도 좀 보자.

- 한국일보 2019.11.22 최성용 도시생태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