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6-01 10:26
"옛 상인용품, 전통시장 박물관 건립해 보존해야" [차 한잔 나누며]
   http://www.segye.com/newsView/20200531507830?OutUrl=naver [6]

(사진) 31일 옛 상인용품을 수집한 장흥섭 경북대 경영학부 명예교수가 대구 수성구 들안로에 있는 자신의 전시관에서 다양한 종류의 저울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45년간 사비 털어 상인용품 수집 경북대 장흥섭 명예교수 / "70國160곳 누비며 2000여점 모아 / 됫박·약장·저울 등 희귀용품 가득 / 문화유산 공유 공간 없어 안타까워 / 시장 살아나려면 전문가 육성해야"


“세월이 조금만 더 지나면 옛 상인용품들은 사라질 것입니다. 전통시장의 역사와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자료들이 무관심 속에 없어지는 것이죠. 그 때문에 어르신들께는 향수를, 젊은이와 어린이들에게는 선조들의 삶을 보여주는 교육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옛 상인용품 수집을 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겼습니다.”

31일 대구 수성구 들안로에 마련된 옛 ‘상인용품 전시관’에서 만난 장흥섭(68·사단법인 위드더월드 고문) 경북대 명예교수는 “상인용품을 한데 모아 전통시장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고, 옛 상인의 애환과 체취를 전할 수 있는 전통시장 박물관이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가 ‘전통시장 박물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자신이 국내 유일의 상인용품 수집가이기 때문이다. 165㎡(약 50평) 남짓한 지하공간에 마련한 전시관에는 그가 지난 45년간 사비를 털어 국내와 해외 전통시장, 경매장 등에서 수집한 상인용품 2000여점이 놓여 있다.

각종 저울에서부터 됫박(쌀 등 곡식을 사고팔 때 사용하는 측정 도구), 포목점의 자, 돈통, 이발용품, 보부상 용품, 곡물상의 창대와 갈고리에 이르기까지 옛 상인의 손때가 묻은 다양한 용품들이 빽빽하게 전시돼 있다.

이 중에서 특별히 아끼는 애장품이 있냐고 묻자 그는 “조선시대 한약방과 쌀가게에서 사용하던 약장과 됫박이 150년 된 골동품으로서 소장가치가 높다”고 소개했다.

전시관에는 러시아·몽골·이탈리아·스페인 등 세계 각국의 상인들이 사용했던 물건들을 함께 볼 수 있다. 상인용품 중 가장 많은 것은 다양한 종류의 저울이다. 그만큼 전 세계 상인들이 저울을 많이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아주 작은 약 저울에서부터 돼지나 곡식을 달 수 있는 대형저울까지 신기할 정도다.

그의 수집품 1호는 1981년 16만원을 주고 구입한 국산 저울이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산 오래된 저울은 너무 정교해 감탄을 자아낼 정도라고 했다. 그는 “옛 상인용품도 우리 선조들의 애환이 녹아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지만 많은 사람이 이를 공유하고 후대에 전승할 마땅한 전시공간이 없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면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아니면 민간 차원에서라도 전통시장 박물관 건립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가 전통시장에 천착하게 된 건 그의 삶 자체가 전통시장과 떼려야 떼기 힘들어서다. 부모님이 경북 칠곡군 왜관시장에서 건어물 장사를 했기에 유년기의 그에게 시장은 곧 놀이터였고 가족의 생계가 걸린 치열한 삶의 터전이었다. 어렵게 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니며 틈틈이 시장에서 일손을 도와야 했던 그가 마케팅을 전공으로 삼은 것도 그 때문이다.

장 교수는 지금까지 대구·경북을 비롯한 전국의 전통시장 300곳과 세계의 전통시장 70여개국 160곳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관련 연구논문 및 보고서 40여편과 저서 13권을 펴냈다.

상인 교육과 세미나 개최, 연구용역 수행 등 전통시장 활성화에 말 그대로 전력투구해 왔다. 이제 그는 고희를 앞두고 있지만 전통시장에 대한 열정만큼은 여전히 ‘청년급’이다. 그래서 아직도 아쉬움이 많다. 국내 전통시장이 갈수록 침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정부 지원과 전통시장 자체의 문제점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장 교수는 “정부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금까지 3조원의 예산을 투입했으나 효과는 미미하다. 오히려 전통시장의 30%가 사라졌다. 정부 지원이 지역·문화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시설물 구축에 집중된 데 따른 결과”라면서 “여기에다 전통시장 스스로가 전통성과 정체성을 살리지 못하고, 서비스 경쟁력에서도 뒤처져 발전 동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인의식의 현대화와 시장정책을 기획·시행할 수 있는 시장 전문가를 많이 육성할 필요가 있다”며 “지역 주민과의 공존·공생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구축하고 시장 상인은 불친절하다는 인식을 벗을 수 있도록 서비스 관련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일보. 김덕용 기자. 2020.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