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2-10-24 17:58
"도서정가제 확립하고 진흥기금 5000억 조성 공공도서관 지원도 늘려야"

"진흥원장도 낙하산 인사를 앉히고, 올해 '책의 날' 행사도 없앴다. 출판계 전체에 대한 모욕이 계속되고 있다. 이제는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김병준 지경사 대표)

"공공도서관 책 구입비 3,000억원 요구가 많다고 보나? 특별한 혜택을 바라는 게 아니다. OECD 다른 나라 하는 수준 정도만 해달라."(홍영태 비즈니스북스 대표)

23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출판문화회관 강당에서 열린 '출판문화 극복과 대선 후보 정책 제안을 위한 범출판계 토론회'에서는 정부의 출판정책에 대한 쓴소리가 쏟아졌다. 이재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원장 임명뿐 아니라 도서정가제 법제화 등 출판 진흥책 등이 도마에 올랐다.

'낙하산 인사' 한계 드러낸 진흥원 비판

100여명의 출판인들의 모인 이 자리에서는 "책이 공공재인지도 모르는 인사가 진흥원장으로 앉아 있는 한심한 상황이다", "북 토큰제(청소년 도서구입시 지원) 등 10년도 전부터 나온 정책을 그대로 '출판문화산업 진흥 5개년 계획'이라고 내놓았다"는 등의 질타가 이어졌다. 지난달 26일 '출판문화산업 진흥 5개년 계획' 발표에서 "책을 문화적 공공재로 보느냐 단순환 교환재로 보느냐에 시각 차가 존재한다"며 사실상 도서정가제 문제에 소극적 태도를 보인 이 원장은 집중 포화를 받았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진흥원이 얄팍한 자금지원과 우수도서 선정 등을 미끼로 출판계를 농단하고 있다"며 차라리 관계를 단절하고 새 출판진흥기구 설립하자고 촉구했다.

한 출판사 대표는 "현재 출판산업을 유지할 수 있는 기제가 작동하지 않을 정도에 이르렀다"면서 "두 배 세 배 성장하겠다는 게 아니라 최소한 출판산업이 유지는 될 수 있게 10~20% 정도는 일단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출판계가 고사 위기에 처한 지 오래라며 "콘텐츠의 원형이자 시너지 효과가 큰 출판업계를 살리지 않고는 한류니 뭐니 아무리 득세해도 문화강국이 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서정가제 법제화 등 세가지 요구

출판문화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ㆍ고영은 출판인회의 회장)가 이날 요구한 것은 세 가지다.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은 도서정가제 확립. 출판계는 '정가 10% 이내 할인판매를 가능하게 하고, 18개월 동안만 정가제 대상'으로 정한 현행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OECD 가입국 중 영어권을 제외한 나라 중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스페인 일본 등이 도서정가제 특별법이나 공정거래법에 의거한 도서정가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9년 한국출판연구소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에 따르면 성인 65.5%가 도서정가제 시행을 찬성하는 등 여론도 나쁘지 않다. 도서정가제는 동네 서점 고사와도 연관이 깊다. 인터넷 서점을 통해 주로 책 구매가 이뤄지면서 전국 서점 수는 1994년 5,683개이던 것이 2011년 1,752개로 70%나 줄었다.

둘째, 출판진흥기금 5,000억원 조성이다. 출판인들은 "문화부 유관기관의 평균 기금 수준이 평균 5,736억원에 달한다"고 당위성을 밝히고 있다. 이를 통해 유통ㆍ판매정보 시스템 구축, 출판사들의 해외 진출 지원, 저리 정책자금 융자를 통한 출판 관련 산업 육성 등을 꾀하겠다는 계획이다.

셋째, 공공도서관 도서구입비의 획기적 증액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공도서관의 자료구입비는 국민 1인당 1,000원에 불과하다. 선진국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지난해 공공도서관의 연간 자료구입비 총액은 669억원으로, 국민 1인당 1,338원 수준이다. 여기에는 신문, 잡지, 영상자료, 디지털자료 등이 모두 포함되어 실제 1인당 도서구입비는 1,000원 이하로 떨어진다. 출판계에서는 국내 신간 발행 종수의 3분의 1인 2만종 정도를 전국 공공도서관이 1권씩 구비하기 위해 3,000억원의 자료구입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철호 출판문화살리기 비대위 집행위원장은 "이번만큼은 출판계가 모색한 진흥책이 실현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대선 후보들에게 관련 질문을 보내고 계속해서 문화부를 압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일보 2012.10.24
http://news.hankooki.com/lpage/culture/201210/h2012102321151684210.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