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1-07-28 17:45
[가천박물관 '창간호'를 말하다] ①'기록 우선' 정신, 국내 최다 소장처 밑거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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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가천박물관 전경.
(사진2) 2021년 전면 개편된 가천박물관 창간호실을 관람객들이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3) 1981년 인천길병원지 창간호.
(사진4) 1996년 이희경씨의 창간호 기증식 모습.
(사진5) 이희경씨 기네스북 인증서.



하나 둘 모은 2만여 점에 100년 세월 변화상 담겨

조부 영향받은 이길여 가천대 총장
기록 중요성 깨달아 간행물 만들어

이희경씨 소장 4236점 기증본 바탕
현재 2만621점 보유 기네스 기록도

최근 창간호실 개편 후 시민에 공개
1906년 발간 <대한자강회월보> 비롯
희귀본·의학 잡지 등 만나볼 수 있어


잡지와 신문 등 정기간행물의 첫 기록물인 창간호는 그것을 펴낸 이들이 품었던 지향의 소산이다.

창간호만 들여다봐도 앞으로 해당 간행물이 어떤 향방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이런 창간호를 수년간 수집하고 한데 보존하고 있는 가천박물관은 어떻게 국내 창간호 최다 소장처가 됐을까.

그 연유를 찾으려면 책으로 남길 수 있는 기록의 중요성을 깨달은 이길여 가천대학교 총장의 어린시절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기록 우선' 정신으로 스스로 창간

이 총장은 한학을 가르치던 할아버지 고 이상제 선생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서책이 소중하며 누군가는 기록해야 당시의 시대와 현상, 생각을 기릴 수 있다고 배웠다.

이런 오랜 기간의 체득은 이 총장이 의사가 된 이후 실천으로 발현됐다. 스스로 간행물을 만들어 발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단체의 장을 맡게 되면 그 단체의 활동상을 담은 소식지를 반드시 창간했다. 여의사로는 최초로 의료법인을 설립한 후 <인천길병원지>(1981)를 창간했다.

한국여자의사회장 자격으로 회보인 <여의회보>(1984)를 창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 밖에도 병원보와 소속 의료부서의 활동상이 담긴 연보를 잇달아 시작했다.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이야기를 입버릇처럼 했다는 이길여 총장은 본인이 할 수 있는 영역의 간행물 최초 발행인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본격적인 수집

그의 정기간행물 창간에 대한 적극성을 익히 알고 있던 사람을 만나며 이길여 총장은 간행물을 창간하는데 그치지 않고 창간호를 모으는 활동을 시작한다. 1996년 10월 국내 최다 소장으로 기네스 기록을 보유하고 있던 수집가 이희경씨로부터 4236점의 창간호를 기증받은 것이다.

이 자산을 기반으로 이길여 총장은 본격적으로 창간호 수집 행보를 보였다. 여행을 하거나 업무 차 다른 기관에 방문하는 경우가 있을 때 꼭 창간호가 있는지 살피고 확보했다. 창간호가 있을만한 곳이나 사람에게 부러 부탁하고 권유하기도 했다.

이렇게 하나 둘 수집한 창간호는 가천박물관에 다시 기증했다.

지금의 가천박물관이 2만621점의 창간호를 보유하고 국내 최다 소장처가 되기까지의 역사다.


최다 소장처로 기네스북 올라

창간호 4236권으로 기틀을 잡은 가천박물관 창간호실은 현재 2만621점을 보유해 처음보다 4배나 많아졌다.

가천박물관은 이것으로 기네스 기록을 인증 받기도 했는데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가장 많은 창간호를 보유한 기관으로 등록돼 있다.


시대를 대표하는 창간호부터 단 하나뿐인 희귀본까지

인천 연수구 옥련동 청량산 자락에 고즈넉하게 자리잡은 가천박물관은 최근 창간호실을 새롭게 개편하고 시민들에게 공개했다.

핵심 170권을 엄선해 우리나라 잡지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개화기부터 6개의 시대로 구분, 전시해놨다.

개화기 대한의 독립과 부강을 목표로 창간된 <대한자강회월보>(1906)를 비롯해 일제강점기 민족의 목소리를 대변했던 <현대평론>(1927), 일제의 억압 속에서도 한글을 지켜내려 했던 <한글>(1927) 등 100년 세월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는 창간호들을 포함했다.

이 밖에도 <대동공론>(1923), <동창회지>(1937), <소국민 육학년>(1947), <문학산>(1948), <만화춘추>(1956), <만화계>(1974) 등 유일본(有一本) 희귀 창간호들도 만나볼 수 있다. 또 한국 의학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의학 잡지 창간호는 별도로 전시해 강조했다.

가천박물관은 창간호실을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윤성태 가천박물관 관장은 “가천박물관의 창간호실은 설립자인 이길여 명예이사장이 손수 수집한 창간호들을 기증하면서 조성하기 시작했다”며 “산부인과 의사로 수많은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을 함께하면서, 신문과 잡지도 생명의 탄생 못지않은 땀과 열정으로 창간된다고 여겨 특별한 애착을 갖고 확보한 보물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천박물관은 창간호를 단순히 소장하는데 그치지 않고 창간호와 관련된 다양한 기획과 전시, 연구, 캠페인을 진행하며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창간호의 정신과 역사를 간직하며 그 맥을 이어가려는 의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코로나19로부터 관람객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철저한 방역활동은 물론 발열체크, 손소독, 마스크 착용 등의 관람 수칙을 따르고 있다. 월요일 정기휴무.

jjh@incheonilbo.com·사진제공=가천박물관
가천박물관-인천일보 공동기획



인천일보. 장지혜 기자. 2021.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