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2-11-10 10:05
시끄러워도 너~무 시끄러워… 소음 시달리는 새 명물, 서울도서관
서울광장 각종 집회·행사탓 3중창 등으로는 역부족
하루 이용객 1만명에 육박 35년 역사 정독도서관 추월
'자유열람실 없어서 불편' 일부 대학생들 불만 터트려


1층과 2층을 틔워 한쪽 벽면을 서가로 만든 서울도서관 일반자료실. 계단식 독서공간이 인기다 / 김윤덕 기자
1928년 설립된 스웨덴 스톡홀름 시립도서관은 이 도시의 명물이다. 가운데를 원기둥 형태로 만들어 독특한 서가를 구현한 덕분이다. 360도 원형 벽면을 빙 둘러가며 바닥부터 천장까지 책으로 '도배'한 거대한 서가는, 관광 삼아 이 도서관을 들른 여행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서울에도 비슷한 분위기의 도서관이 생겼다. 옛 서울시청사를 리모델링해 지난달 26일 개관한 '서울도서관'이다. 1926년 지어졌으니 스톡홀름 시립도서관과 동시대에 지어진 건물이다. 광화문 한복판, 그것도 지하철 1호선·2호선·5호선이 닿는 교통의 요지에 자리해 서울시민의 사랑방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개관 후 2주일 동안 서울도서관을 이용한 시민은 11만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9166명이 이용한 것으로, 1일 평균 6000명이 이용하는 35년 전통의 정독도서관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지난 6일에도 서울도서관은 기대를 안고 찾아온 이용자들로 붐볐다. 80년이 넘은 고풍스러운 건물은 딱딱한 행정보다는 문화공간으로 훨씬 더 어울렸다. 묵직한 나무문을 밀고 들어서면 대리석 계단이 나오는 풍경이 유럽의 어느 박물관과 비슷하다. 문학·인문·철학 등 대중서들을 열람할 수 있는 일반자료실 1·2는 도서관의 하이라이트가 되는 공간이다. 스톡홀름 시립도서관의 벽면서가처럼 1·2층을 틔운 한쪽 벽면을 서가로 만들었다. 책상과 의자가 따로 마련돼 있지만, 이용자들은 계단 형태로 이뤄진 극장식 좌석에 앉아 책을 읽는다.

자료실 입구에는 회원증을 발급받으려는 사람들 줄이 길게 이어져 있다. '인터넷으로 회원 가입부터 하고 오세요'라는 직원의 안내에 어르신들이 불평을 쏟아낸다. '뭐가 이리 복잡해?' 신분증을 가져오지 않은 대학생들도 회원증 발급을 거절당했다.

알록달록한 색깔의 회원증으로 대출을 받으려고 인기 도서를 검색해봤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스티브 잡스' '정의란 무엇인가' 모두 '대출중'이라 빌릴 수 없다. 신간도 아닌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1권 역시 '대출중'이다.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대출불가'로 뜬다. 문학 서가에는 책이 없는 공간이 더 많다. 서울도서관 이효성 주무관은 '20만권의 도서가 들어와 있지만, 개관한 지 얼마 안 돼 대출이 원활하진 않다'면서, '(장서가 50만여권에 달하는) 정독도서관처럼 책을 갖추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시민들에게 희망도서를 추천받아 '채워가는 도서관'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실 서울도서관의 가장 큰 난관은 장서의 규모가 아니라 소음이다. 거의 매일 행사와 집회가 열리는 서울광장에 도서관이 자리한 탓이다. 비가 흩뿌리던 6일에도 서울광장에서는 전국수산인한마음대회가 열렸다. 대학생 홍주형씨는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 날엔 마이크 음향, 음악 소리 등 커다란 소음이 그대로 들어온다'면서, '어린이 서가가 위치한 1층엔 서울광장 쪽으로 난 창문이 있어 행사가 있는 날 사서들은 창문을 잠그느라 분주하다'고 했다.

이효성 주무관은 '리모델링을 시작할 때부터 소음에 대한 고민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 소음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창문을 3중창으로 했고, 광장 쪽으로 난 높이 5m의 벽면을 슬라이딩이 가능한 서가로 만들었다는 게 도서관 측 설명이다.

일부 대학생들은 '학습공간'으로서의 자유열람실이 없다는 게 불만이다. 그러나 도서관 측은 '순전히 책 읽는 공간으로만 기능한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 대면낭독실과 영상수화실을 갖춘 장애인 자료실, 다문화 서가, 4200여종의 DVD와 오디오북을 갖춘 디지털 자료실이 있다.

이제 막 개업한 가게처럼 어수선한 분위기이지만, 초겨울 밤늦게까지 노란 불빛이 새어나오는 서울도서관의 풍경은 아름다웠다.


- 조선일보 2012.11.10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1/09/201211090146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