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1-11-04 09:31
“재봉틀, 누군가에겐 고물이겠지만 증기기관차처럼 우리 삶 바꾼 기술”
   http://www.chosun.com/national/people/2021/11/02/HKBXFTXQUVBWVOY55CELB… [2]

(사진) 이일승씨. /김준호 기자



국내 첫 재봉틀 박물관 연 이일승
20년간 美·유럽 등서 400점 수집


“누구에겐 고물로 보일지 모르지만, 제 눈엔 예술 작품입니다.”

경남 진주에서 ‘재봉틀 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이 지역 출신 이일승(67)씨가 유럽과 미국, 일본 등에서 20년 넘게 모은 재봉틀 400여 점을 모아 만들었다. 재봉틀을 주제로 한 박물관은 국내에선 처음이다

개관을 앞둔 지난달 27일 진주시 동성동 3층 건물에 들어선 ‘리조 세계재봉틀박물관’에서 만난 이씨는 “개인적으로 소장해 온 재봉틀 400여 점 중 250여 점을 1차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반 의류 제작을 위한 재봉틀부터 카펫이나 말안장, 신발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용도로 사용한 재봉틀을 전시한다. 반짇고리와 바늘, 다리미, 실패, 가위, 골무 등 봉재와 관련한 물건 200여 점도 함께 선보인다. 이씨는 “재봉틀은 증기기관차, 자동차 못지않게 인간 삶에 큰 영향을 준 물건이지만, 그만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많은 분과 재봉틀의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함께 나누기 위해 박물관을 열게 됐다”고 했다.

이씨가 가장 아끼는 재봉틀은 1852~1878년 미국 뉴욕에서 만들어진 ‘싱거(Singer) No. 2′ 제품이다. 가장 오래된 것은 1835년 제작된 것으로, 말 안장을 짓는 데 사용한 재봉틀이다. 1962년 농림부 장관상 상품으로 마을에 기증한 국산 드레스 미싱도 눈길을 끈다.

20여년 넘게 귀금속점을 운영한 이씨는 “나에게 재봉틀은 보석 못지않게 귀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투박하면서 육중한 재봉틀의 면모 뒤에 직선과 곡선의 아름다움이 있다”며 “겉면에 새겨진 각기 다른 문양이 조각품이나 예술 작품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재봉틀 박물관 이름에 있는 ‘리조’는 이씨와 아내 조경련(65)씨의 성을 딴 것이다. 이씨는 “재봉틀 박물관이 문을 열 수 있었던 것은 화가로 활동하며 남편의 별난 취미를 20년 넘게 지원해 준 아내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박물관 개관을 시작으로 새로운 일을 구상 중이라고 했다. 재봉틀이 패션이나 의류와 뗄 수 없는 관계인 만큼, 진주를 대표하는 실크 산업과 연계하는 방안이다. 이씨는 “재봉틀과 실크 소품을 주제로 한 패션쇼, 관련 영상 콘텐츠 제작도 생각하고 있다”며 “무명 예술인을 위해 박물관 공간을 공유하는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김준호 기자. 2021.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