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3-01-03 10:26
“마을을 기록하는 일, 공동체 복원하고 뿌리 지키는 일”
   http://www.seouland.com/arti/society/society_general/11000.html [6]

(사진1 금천구는 11월29일부터 12월31일까지 마을의 다양한 기록을 모은 마을공동체기록전 ‘마을 ±10년’을 개최했다. 마을공동체기록전을 개최하는 데 노력한 이들이 종이 상자로 만든 작품 ‘마을 ±10년’ 앞에 섰다. 왼쪽부터 오현애 마을인교육 이사, 박현주 활동가, 김유선 금천구 마을공동체지원센터장, 곽사현 아카이브교육 담당자.)
(사진2 마을단체 ‘플라스틱 아파트’ 이승재씨가 만든 작품.)
(사진3 마을 활동가와 주민들이 다양한 바람을 적어 벽에 붙여놓았다.)
(사진4 마을의 기록을 모은 사진들.)


금천구 마을공동체기록전 ‘마을 ±10년’ 내일까지 열려

20여 단체 다양한 형식 기록물 전시

마을의 현재 바탕 위 과거·미래 조명

주민 생활 기록, 삶의 주인공 일깨워

“시 ‘마을공동체조례’ 폐지 안타까워”

“마을공동체 기록은 마을의 역사와 문화, 자원을 기록해 사라져가는 지역 공동체를 복원하는 일이며, 지역의 정체성과 문화의 뿌리를 지키는 일이죠.”

금천구가 마을공동체지원센터(마을센터)에서 11월29일부터 12월31일까지 마을의 과거, 현재, 미래를 조명하는 마을공동체기록전 ‘마을 ±10년’을 개최하고 있다. 이번 마을공동체기록전은 마을공동체들의 지난 10년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10년을 어떻게 맞이할지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기획됐다. 김유선 금천구마을공동체지원센터장은 23일 “민간 영역에서 이뤄지는 주민 중심의 생활기록으로 삶의 주인공인 주민을 역사의 주인공으로 되돌리는 일이기도 하다”고 했다.

20여 단체가 전시한 작품에는 환경, 교육, 공동체, 문화, 마을, 사람 등을 주제로 활동해온 각 공동체의 기록이 다양한 형식으로 담겼다. 기록물 자체를 전시한 것도 있고 기록물을 상징적으로 표현해 전시한 것도 있다.


금천마을기록가학교에 참여한 마을공동체 10팀이 종이 상자로 만든 공동작품 ‘마을 ±10년’은 재활용품을 활용해 각자 살아가는 마을공동체를 표현했다. 곽사현 금천구마을공동체지원센터 아카이브·교육 담당자는 “마을 활동가들이 활동하면서 축적한 기록물을 마을기록가학교 워크숍을 통해 정리하고 결과물을 작품 형태로 만들어 전시했다”고 설명했다.

마을단체 ‘플라스틱 아파트’ 이승재씨는 플라스틱 수집품 모음과 그동안 활동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을 선보였다. 플라스틱 아파트는 폐자원을 소재로 실험적 예술 활동을 펼치는 마을단체다. 플라스틱 병뚜껑으로 만든 햄버거 세트 <267.5>를 통해 미래 우리는 어떤 음식을 먹게 될지 주민들에게 질문한다. 금천구에서 수집한 다양한 쓰레기에 번호를 매긴 <공존해야 할까>도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공존해야 할까>는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킨 금천구 쓰레기에 대한 기록인 셈이다.

교육나눔 협동조합의 <산성을 쌓는다>는 상자를 쌓아 금천구의 대표적 문화재 호암산성을 표현했다. 호암산성은 신라 후기 축조한 산성으로 국가사적으로 지정돼 있지만 정작 주민들은 잘 알지 못한다. 교육나눔 협동조합은 금천의 문화재와 문화유산, 역사를 알리는 데 노력하고 있다. 지금껏 발행된 금천구 지도 퍼즐, 금천구 마을여행 책자와 금천구 마을 교과서도 함께 전시했다.

마을활동가 박현주씨는 이번 기록전에서 가로수 옷 입히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 주민들 사이에 좋지 않은 인식의 차이가 있는 듯했죠. 그걸 해결하고 싶었어요.” 박씨는 주민들을 모아 저마다 역할을 분담해 털실로 다양한 색상의 뜨개질 천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천으로 마을공동체지원센터 주변 가로수 46그루에 ‘겨울나기 옷’을 입혔다. “동네가 예뻐졌다, 따뜻해졌다고 하는 사람이 많았죠.” 박씨는 “주민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고 주민들 가까이 더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든 데 보람과 긍지를 느꼈다”며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서로에게 좀 더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마을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금천구의 마을 기록에 대한 고민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에게 우리가 사는 마을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금천구 마을 교과서-여기 사는 내가 좋아>를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마을 교과서에 실을 마을 이야기를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이때부터 마을 기록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금천구 마을공동체는 마을을 기록하는 사람들의 좌담회 ‘마을 기록, 어떻게 할 것인가’를 열었다. 여기서 나온 제안 중 마을 기록을 모으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은 공감을 얻었다. 금천구마을공동체지원센터는 2019년 6월 전국 최초로 마을공동체기록관을 만들어 첫 마을 기록 전시회를 열었다. 오현애 마을인교육 이사는 “마을단체가 활동하다 사라지거나 사람이 바뀌면 그동안 쌓아왔던 기록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걸 어떻게 제대로 정리하고 기록으로 남길지 고민이 컸다”고 했다.

금천구마을공동체기록관은 마을기록전을 비롯해 기록가학교, 소소한 마을전시,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등의 사업을 한다. 또한 마을공동체가 기록하는 내용을 더 많은 주민에게 전달하기 위한 활동도 펼친다. 이런 기록 관리 노력을 높이 평가받아 지난 6월 세계기록의 날에 민간기록물 부문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금천구는 마을공동체기록전뿐만 아니라 15일 마을공동체 시상식 ‘뽐’도 열었다. 금천구 마을공동체는 코로나19로 마을공동체 활동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온라인 소통을 활성화하고 기후위기, 마을돌봄 등 다양한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뽐은 마을이 이런 노력을 한 마을 사람에게 주는 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5회째인 이날 시상식에서는 마을공동체 대상과 최우수상을 비롯해 새로운 공동체, 공동체 성장, 마을공동체 공간, 마을스타 등 분야별 시상으로 마을공동체를 위한 주민들의 노력을 격려했다.

“10년 전 35개에 불과했던 마을공동체가 300여 개로 늘어났죠.” 오 이사는 “과거 법인격을 지닌 비영리민간단체 위주로 활동했다면 요즘은 스스로 모인 소모임 공동체가 굉장히 많아졌다”며 “그동안 마을에 관심이 많아진 만큼 ‘나와 마을을 위해 뭘 하지’ 하는 의식의 전환이 있었다”고 했다.

“지난 10년은 마을 활동가가 스스로 필요한 것을 만들어낸 10년이죠. 이웃이 보이기 시작했고 서로에게 힘을 준 10년이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가 마을공동체활성화지원조례를 폐지해 매우 안타깝죠.” 서울시의회는 22일 마을공동체활성화지원조례 폐지조례안을 상정해 통과시켰다. 마을공동체 활성화 사업에 대한 서울시의 예산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센터장은 “다행히 금천구는 마을공동체 활성화 관점을 견지해 큰 걱정은 없지만, 마을공동체 활성화가 더 어려워지겠다는 걱정과 우려가 크다”며 “국회에 계류된 마을공동체기본법을 하루빨리 통과시켜 걱정을 덜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 한겨레신문 2022.12.30 이충신, 정용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