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2-11-28 09:58
서울 신촌 주민들, 53세 홍익문고 살렸다

3000여명이 철거 반대 서명… 구청 재개발 구역서 제외키로


지난 23일 오전‘홍익문고’앞에서 시민 단체와 주민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가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홍익문고'를 그대로 두기로 결정했다. 최종 결정권자인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최종 결정이 남아 있지만, 보통 구청의 의견이 그대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금 자리에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1960년 문을 연 홍익문고는 연세대·서강대·이화여대 등 신촌 주변 대학생 사이에서 지식창고 역할을 했다. 인터넷 서점·프랜차이즈 서점이 대중화되고 나서도, 주변 대학생·대학시절 홍익문고를 이용했던 졸업생·지역 주민 등이 꾸준히 홍익문고를 찾았다. 신촌 주변 상점들이 2∼3년 주기로 바뀌었지만, 홍익문고는 53년째 같은 자리를 지켰다. 이 때문에 홍익문고는 '약속 장소' 역할도 한다. 요즘도 하루에 1500명의 손님이 홍익문고에 들른다. 현재 신촌에 유일하게 남은 중형 서점이자 비(非)프랜차이즈 서점이기도 하다.

서울 서대문구는 지난 5월 홍익문고 건물이 포함된 4597㎡ 부지에 상업·관광숙박 시설을 건립하는 계획을 세우고, 지난달 24일부터 한 달간 공람(공개적으로 구청 홈페이지 등에 계획안을 올려놓는 것)을 진행했다. 공람 이후 열린 서대문구의회 회의에서도 "원래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 나왔다. 그러나 서대문구청은 26일 열린 정책회의에서 신촌 도시환경정비구역에서 홍익문고를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서대문구청이 이 변경안을 서울시에 상정하면, 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존치 이유에 대해 "홍익문고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충분히 고려했다"며 "무엇보다 많은 주민이 홍익문고의 존치를 원하고 있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홍익문고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에 지역 주민들은 '홍익문고 지키기 주민모임'을 만들어 서명운동을 하고, '홍익문고는 단순한 서점이 아니라 지역의 역사를 지닌 곳'이라며 반대 의사를 표했다. 참가한 지역단체만 60여개가 넘고, 서명자는 3000명을 넘었다.

홍익문고 지키기 주민모임 양리리 대표는 "개발보다 지역서점의 가치를 인정해준 서대문구에 감사하다"면서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결정이 나와야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 2012.11.28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1/28/201211280000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