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2-12-26 13:16
"비엔날레 할 돈으로 미술자료 아카이브부터 챙기자"
"비엔날레 왕국보단 미술아카이브를 구축하는 것이야 말로 '미술한류'로 나아가는 지름길이다"

최근 국내 미술계에 미술자료와 기록을 보존하고 활용하는 '아카이브(Archive)'의 중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아트아카이브와 한국미술'이라는 세미나가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됐다. 화랑협회와 문화체육관광부, 미술계 관계자 100여명이 모여 미술자료시스템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이번 세미나에서는 위작시비를 줄이고, 한국미술의 독창성을 세계에 홍보하는 차원에서 '미술 아카이브'가 반드시 양적 질적으로 확장돼야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김달진 한국아트아카이브협회 회장은 "미술 아카이브는 국가의 유산이고 공공의 기록물이라는 차원에서 적극적인 정책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더 이상 '비엔날레 왕국', '짝퉁비엔날레 건설' 등 예술 정치화와 외형치장에 몇 십억원 씩 지원하며 국민세금을 쏟아 붓기보다는 지식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술아카이브 중 작고작가와 해당 작가의 작품 등을 이력과 소장자, 제작배경 등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기술하고 있는 '카탈로그 레조네(Catalogue Raisonne)'는 위작시비를 줄이는 데 가장 핵심 자료로 부각된다. 한데 우리나라의 경우 이를 제작한 작가의 수가 장욱진 등 1~2명에 불과하다. 또 미술기록관련 기관이나 협회가 최근에야 만들어진 형편이다.

반면 유럽과 미국 등 해외에서는 보편적으로 작가의 작품을 관리하는 재단이나 권위 있는 전문단체, 작가의 유족들이 이를 수없이 제작해 보급하고 있다. 미국에 있는 비영리단체인 국제예술연구재단(IFAR)에서는 도난미술품 데이터만 7만점 이상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1976년 이 재단이 설립한 미술품 절도 아카이브와 도난 미술품 경고 서비스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주로 16~20세기 초 거래된 개별 미술작품들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뉴욕의 게티연구소는 아카이브 목록으로 총 27만개 기록들로 이뤄진 5200여 문서를 가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은 홍콩을 중심으로 아시아아트아카이브(AAA)가 온라인상에서 미술품 기록에 대해 정보유통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일본 역시 미술관련협회들 중심으로 미술아카이브가 관리돼 오고 있다.

심보미 국립현대미술관 아키비스트는 "한국미술이 아시아 다른 나라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우리나라 미술 정보와 주요 영어저작물의 절대적 부족에 기인한 바 있다"며 "지식자원을 확보한 미술품 관리는 작가와 작품의 공정성과 권위에 신뢰도를 높인다는 측면에서 미학적 가치와 상업적 가치를 동시에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아시아경제신문 2012.12.18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2121313462644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