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2-12-18 09:51
<2012 SeMa Archives : 돌아보기/내다보기>전
<2012 SeMa Archives : 돌아보기/내다보기>전 (2012.12.26~2013.1.26, 서울시립미술관 2층 자료실)

  전시나 교육과 같은 미술관에서의 활동은 단지 이벤트에 머물 수 없고 머물러서도 안된다. 그것은 미술관 역사의 일부가 될 뿐 아니라 한국 미술의 역사, 또는 미술가나 미술교육자, 기획자와 같은 개인사의 한 축을 이루기도 한다. 역사를 이루기 위해서는 보존과 기록이 수반되며 이와 같은 기억의 보고 역할을 하는 것이 아트아카이브라 하겠다. 아트아카이브 Art Archives란 미술 관련 기관에서 생산되거나 혹은 미술과 관련된 가치 있는 기록자료를 수집, 평가, 분류한 것 중에서 지속적, 영속적 가치를 지닌 자료를 지칭하기도 하고 그것을 보존, 제공하는 기관을 일컫기도 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시대적 요청이기도 한 아카이브 구축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부응하고자 한다. 2012년은 미술관이 지금의 옛 대법원 자리로 이전해 개관한지 10년 째를 맞는 해라서 아카이브 구축의 의지를 표명하는 이번 전시의 의미는 더 뜻 깊다 하겠다. 이번 아카이브전의 명칭은 아카이브의 내재적 특성이 다시 들여다보고 성찰하여 모색의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점에 착안하여 <2012 SeMa Archives : 돌아보기/내다보기>로 정하였다.

  <2012 SeMa Archives : 돌아보기/내다보기>전은 올해 서울시립미술관의 대표적인 두 전시인 “SeMa청년2012: 12 Events for 12 Rooms”전과 “SeMa중간허리2012: 히든 트랙”전에 참여한 총 31명의 작가를 중심으로 각 작가의 포트폴리오와 각 작가들의 SeMa전 관련 자료를 중심으로 꾸며진다. 작가의 포트폴리오에는 작가의 약력을 비롯해 작가노트나 작업 컨셉에 관한 기록, 작업과 관련된 이미지나 작품 이미지, 비평문이나 작가의 글 등 작가의 미술세계를 한번에 살펴볼 수 있는 자료가 포함된다. 또한 스케치와 드로잉, 습작 등의 원자료와 작가의 개인전과 참여전시회 도록도 전시되어 작가의 작업과정을 일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동영상 자료도 소개되는데 전시공간(자료실)의 성격상 많은 모니터를 설치할 수 없어 2개의 모니터를 통해 여러 작가의 자료를 번갈아 보여주게 된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아쉬운 점은 전시를 올리기 이전에 개개의 자료들(items)을 모아 하나의 파일을 만들고 파일을 모아 폴더를, 폴더를 모아 시리즈별로 저장해서 서울시립미술관 전시아카이브를 구축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했겠으나 전시 관련 자료와 작가별 자료 수집을 통한 아카이브 구축 과정을 보여주는 데 그친다는 점이다. 사실 최근에 ‘아카이브’라는 이름아래 횡행하는 미술계의 조류에 편승하는 것 같아 씁쓸하지만 이번 전시는 체계적인 아트아카이브 시스템 구축의 단초가 되기를 희망하며 기획한 전시라는 데 의미를 두고자 한다. 이는 미술관의 아카이브 구축이 단지 일회성 전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공공의 약속이기도 하다.

  역사는 결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미술관 역사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좋은 전시와 교육 등의 프로그램이 역사적으로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인간의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다. 기록하고 수집 보존해서 남기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사라지고 말 것이 분명하다. 이번 전시는 이처럼 사라져버릴 수도 있을 역사를 보존하겠다는 취지와 그 역사의 토대가 되는 요소는 무엇보다 작가와 작품이라는 데서 비롯되었다. 이를 계기로 서울시립미술관은 앞으로 전시와 연계해서 동시대 미술가의 아카이브를 우선적으로, 순차적으로, 지속적으로 구축해나갈 것이다. 그러는 가운데 서울시립미술관은 머지않아 동시대 한국미술의 리서치 허브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김금미 서울시립미술관 아키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