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02-06 15:06
건축서적도 4000여권 수집 3억 들어… “학생·업체들 빌려가세요”

손법동 씨의 컬렉션 중에는 직업과 관련된 건축 관련 전문서적도 있다.

차별화를 위해 여행사를 건축 관련 전문으로 하면서 20년 가까이 전문 원서를 모아 왔다. 현재 그의 서울 성동구 동일로 소재 사무실 벽을 빙 둘러 진열 중인 원서는 4000여 권이나 된다.

순수하게 책값만 3억 원 이상 들었다 한다. 국내 어느 도서관에도 없는 최대 전문 컬렉션이다. 분야별로 도서관 이상으로 잘 분류 되어있다.

“그 쪽으로 사업을 시작하면서 뭔가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해외에 나갈 때마다 전문서적을 사서 읽는 습관이 들었죠.” 건축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어학 전공이라 이해하는 데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고 한다. “꾸준히 읽다 보니 건축 관련 식견도 높아졌고 건설·건축업계에서 이제 전문가 대접을 받고 있죠.”

그의 첫 전공 서적 컬렉션은 1992년 미국에서 구입한 것으로 KPF(Kohn Pederson Fox)라는 설계사무소가 자신들이 설계한 미국 내 초고층 빌딩에 관해 쓴 책이다. “75달러 정도 준 것으로 기억하는데, 전문 서적이라 1권 가격이 보통 이 이상합니다. 미니어처 술병보다는 훨씬 비싸고 무거워 귀국할 때 오버차지도 많이 물었죠. 가장 많은 책을 한꺼번에 구입한 것은 2001년 독일 베를린에 갔을 때인데, 80권 넘게 샀어요. 독일 건축은 인문학과 조화를 이뤄 발전하기 때문에 보고 싶은 책이 많았지요. 서점 측에는 이렇게 한 번에 전문 서적을 사가는 사람은 처음이라며 호텔까지 배달을 해줬습니다. 무척 무거워 얼추 한 사람 비행기 삯을 물었지요.”

4000여 권의 장서 중 그래도 가장 애착이 가는 책이 있을 법하다. “역시 제1호 장서인 ‘KPF’죠. KPF는 SOM(SKIDMORE, OWINGS&MERRILL LLP)과 더불어 세계 초고층빌딩 설계사무소의 양대 산맥인데, 내게 건축에 대한 눈을 뜨게 한 입문도서이기도 했죠.”

브라질에서 날치기를 당해 미니어처 술병 40개를 한꺼번에 잃어버렸을 때와 똑같은 경험도 했다.

“시카고에서 30여 권을 샀는데, 샌프란시스코에서 짐을 분실했어요. 시카고로 되돌아가 서점을 찾았지만 이미 절반 정도는 매진돼 구할 수 없었어요. 자식을 잃은 심정이랄까.”

손 씨의 장서는 인천공항과 상암동 월드컵 축구장을 설계할 때도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손 씨는 미니어처 술병과 마찬가지로 장서 컬렉션도 일반에 공개할 생각이다. “건축을 전공하는 학생이나 교수, 설계 업체들이 필요하다면 대여할 생각입니다. 회사 홈페이지(www.igets.com)에도 이런 사실을 공지해 놓았으니 많이 분들이 이용해 도움을 받았으면 합니다.”


- 문화일보 2013.02.06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3020601033433006004